[夜TV] '한끼줍쇼' 이경규X강호동, 왜 이제야 만났을까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저녁을 얻어먹는다는 미션은 실패했지만, 웃음은 끊임없이 '빵빵' 터졌다. 23년 만에 이뤄진 개그맨 이경규와 방송인 강호동, '스승과 제자'의 만남은 대박 콤비의 탄생을 예고했다.

JTBC 새 예능프로그램 '한끼줍쇼'가 19일 밤 첫 방송됐다. 방송에서는 시청자와 저녁을 함께 하는 '식구(食口)'가 되기 위해 무작정 초인종을 누르는 이경규와 강호동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프로그램은 23년 만에 처음으로 함께 프로그램을 하게 된 이경규를 기다리는 강호동의 모습으로 시작됐다. 강호동은 "혼자가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이냐? 형님이 계셔서…"는 말로 이경규를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하지만 제작진은 하나의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영상에는 앞서 진행된 제작진과의 미팅에서 "23년 간 왜 한 번도 이경규와 같이 하지 않았겠냐? 존경하는 분이지만 맞는 스타일이 아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강호동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안 맞는다"는 강호동의 말처럼 두 사람의 예능 스타일은 정반대에 가까웠다. 지하철을 이용해 망원동으로 이동하고, 망원동의 거리를 걷는 과정에서 강호동은 적극적으로 시민들과 소통했다. 또 담벼락에 자란 풀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등 방송분량을 뽑아내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던 이경규의 리액션은 심드렁했다. 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는 두 사람의 상반된 예능스타일이 웃음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저녁 식사 미션. 당초 이경규는 “우리가 밥 한 끼 달라고 하면 안주겠냐?”며 자신만만해했지만, 막상 초인종을 누른 뒤 돌아온 시민들의 반응은 "사양합니다", "그런데요?" 등 차가운 거절이었다. “저 천하장사 강호동인데요”, “저 개그맨 이.경.규 입니다”고 외치는 두 사람의 목소리는 점점 애절해졌고, 반복된 실패 속에 이들의 행색 또한 초라해져갔다.

망원동에서 우연히 만난 역술인은 “오늘 저녁 한 끼는 얻어먹겠지만, 프로그램이 대박 칠 형상은 아니다”고 예견했지만 정작 오늘 한 끼를 얻어먹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수많은 집의 문을 두드렸지만 대다수의 시민들은 촬영을 부담스러워했고, 7시간 동안 밥을 먹지 못한 강호동은 “내가 이렇게 안 먹어도 안 죽는구나”라고 혼잣말을 내뱉었다.

결국 시민과 함께 하는 저녁 한 끼는 편의점에서 이뤄졌다. 지하철을 타고 남은 돈을 들고 편의점으로 향한 이들은 그곳에서 컵라면으로 저녁식사를 대신하는 두 고등학생을 만나 대화를 나누며 한 끼를 나눴다.

미션 자체는 실패했지만, 2016년 대한민국 평범한 가정의 저녁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프로그램의 목적은 실패하지 않았다. 학원을 오가는 바쁜 일상 속에서 편의점 컵라면으로 저녁을 대신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담겼고, 혼자 밥을 먹기에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저녁식사를 마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베테랑 예능인 이경규와 강호동은 이러한 실패 상황까지도 노련하게, 또 능숙하게 웃음으로 연결시켰다.

[사진 = JT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