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윤곽이 드러났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일찌감치 이현승과 이용찬을 한국시리즈 더블마무리로 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운용방법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두산 전력상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NC에 미리 전략을 노출할 이유는 없었다.
정재훈이 어깨부상으로 시즌을 접었다. 판타스틱4와 더블마무리를 연결할 중간계투진의 리더가 사라졌다. 그래서 더블마무리의 효율적인 활용은 아주 중요하다. 더블마무리를 실전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중간계투진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더블마무리 운용법이 윤곽을 드러냈다. 첫 경기는 성공적이었다. 이용찬(2⅓이닝)과 이현승(⅔이닝)이 깔끔하게 이어 던졌다. 이후 타선이 11회말 귀중한 결승점을 얻어내면서 이현승이 구원승을 따냈다.
▲기계적 좌우놀이는 배제
26일 잠실 자체 청백전. 경기 전 김 감독에게 더블마무리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꼭 상대타자의 유형에 따라 기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즉, 무조건 기계적으로 오른손 타자에겐 우완 이용찬을, 왼손 타자에겐 좌완 이현승을 기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어차피 강타자들은 투수 유형을 가리지 않는다.
1차전 선발 더스틴 니퍼트가 8회초까지 116개의 공을 던졌다. 한계투구수에 이르렀다. 0-0이던 9회초에는 경기흐름상 더블마무리가 올라와야 할 상황. NC 타순은 2~4번 박민우, 나성범, 에릭 테임즈였다. 모두 좌타자.
그러나 김 감독은 좌완 이현승 대신 우완 이용찬을 냈다. 이용찬은 박민우에게 우중간 장타성 타구를 내줬다. 하지만, 박민우의 무리한 2루 진루 시도가 실패하면서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흐름을 탄 이용찬은 나성범을 중견수 뜬공, 테임즈를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냈다. 이용찬은 10회초 1사 3루 위기를 막아낸 뒤 11회초 1사 후 이종욱과 박민우에게 연이어 볼넷을 내주고 강판했다. 이후 이현승이 나성범을 공 4개만에 유격수 병살타로 솎아냈다.
김 감독의 1차전 더블마무리 기용에 사실상 좌우놀이는 없었다. 이현승이 상대한 첫 타자가 좌타자 나성범이었다. 그러나 1점 승부서 이용찬이 연속 볼넷을 내주면서 흐름을 끊을 필요가 있었다. 김 감독이 꼭 나성범이 좌타자인 걸 의식해서 이현승을 투입했다고 보긴 어렵다.
▲닮은 듯 다른 이현승·이용찬
이현승과 이용찬은 마무리투수지만, 세부적으로는 다르다. 일단 이현승은 제구력과 경기운영능력으로 타자들을 상대하는 타입이다. 물론 올 시즌 중반 구위가 다소 떨어지면서 슬럼프에 빠졌지만,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이 좋다. 좌타자 상대 슬라이더와 우타자 상대 체인지업을 적절히 구사한다. 김 감독은 "마운드에서 집중력이 좋다"라고 했다.
반면 이용찬은 강력한 패스트볼이 돋보인다. 상무 시절 커브와 슬라이더 완성도를 집중적으로 끌어올렸다. 그래도 여전히 이용찬의 무기는 패스트볼이다. 팔꿈치 수술 이후 구속은 140km 중~후반으로 약간 떨어졌다. 그래도 1이닝 정도 전력으로 던질 때 위력은 여전히 좋다.
두산으로선 유형이 다른 두 마무리투수를 경기 막판 연이어 투입하면서 NC 타자들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 김 감독으로선 NC 타자들이 1차전서 니퍼트의 강력한 구위에 적응하지 못하자 연이어 이용찬을 투입하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반대로 상대 타자가 타석에서 성급하게 대처하는 인상을 보일 경우 노련한 이현승을 투입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결정적으로 둘 다 2이닝 정도 소화 가능하다. 정규시즌 직후 충분히 쉬면서 체력을 보충했다. 잔여 경기서는 여차하면 둘 중 한 명이 경기 중반에 등판하는 것도 볼 수 있다. 김 감독도 "6~7회가 가장 중요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이현승이나 이용찬을 투입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럴 경우 중간계투진의 약점을 메우면서 더블마무리 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용찬(위), 이현승(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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