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잠실 조명탑이 또 다른 변수다.
두산과 NC는 수비력이 탄탄하다. 두산의 정규시즌 실책은 단 79개, 리그 최소였다. NC는 100개의 실책을 범했다. 리그 중위권이었다. 그러나 수비력은 단순히 실책 개수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니다. NC 수비력은 수치 외에 각종 세부적인 디테일과 안정감 측면에서 리그 상위권이다.
그런데 야구는 주변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 특성이 있다. 수비력이 아무리 좋아도 통제하기가 힘든 변수가 있다. 외야 조명탑이 대표적이다. 특히 서울 잠실구장은 조명탑이 뿜어내는 빛이 강력한 편이다.
외야수들이 수비할 때 간혹 불편함을 호소한다. 뜬공을 처리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는데 조명탑의 빛이 타구를 가리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햇빛이 그라운드를 향하는 방향까지 조명탑 빛의 방향과 같다면, 그리고 타구가 하필 그 방향으로 들어간다면 외야수가 낙구지점을 파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잠실에서 이런 일이 잦다. 잠실 외야 조명탑 위치가 초저녁에 노을이 질 때쯤 빛이 그라운드에 향하는 방향과 동일한 방향으로 빛을 비출 수 있게 설치됐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2009년 두산과 SK의 플레이오프 3차전. 오후 2시에 시작한 경기는 연장전에 들어갔다. 두산 우익수 정수빈은 10회초 SK 박재상의 뜬공을 잡지 못해 결승점 빌미를 제공했다. 마침 노을이 질 때였다. 조명탑의 빛과 햇빛의 방향이 박재상의 뜬공과 겹쳐 정수빈의 시야를 가렸다. 그 수비 하나가 시리즈 전체 흐름을 좌우했다.
29일 두산과 NC의 한국시리즈 1차전서도 노을이 질 때쯤 사건이 일어났다. 0-0이던 연장 11회말 두산의 무사 1루 찬스. 타석의 김재호는 벤치의 보내기 번트 사인을 이행하지 못하고 중견수 방향으로 평범한 뜬공을 날렸다. 누가 봐도 1사 1루가 될 상황이었다.
그러나 NC 중견수 김성욱이 낙구지점을 파악하지 못했다. 고개를 들었으나 햇빛과 조명탑 빛이 김재호의 타구를 완전히 가렸다. 결국 김재호의 뜬공은 김성욱 앞에 뚝 떨어지면서 무사 1,2루 찬스로 이어졌다. 두산은 계속된 1사 만루 찬스서 오재일의 끝내기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귀중한 첫 승을 챙겼다. 조명탑 변수가 단기전서 가장 중요한 1차전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문제는 이번 한국시리즈가 앞으로 잠실에서 최대 세 차례 더 벌어진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2,6.7차전도 모두 오후 2시에 시작한다. 1차전처럼 경기 막판, 특히 연장전으로 이어진다면 김재호-김성욱 케이스가 다시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잠실 조명탑 변수가 한국시리즈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두산과 NC 외야수들이 체크해야 할 부분이다. 어쩌면 운이 중요한 변수다.
[허탈한 김성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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