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단지 힘으로만 결판나는 건 아니다.
올 시즌 삼성과 동부의 맞대결은 순위다툼을 떠나 흥미롭다. 예전부터 두 팀은 컬러가 비슷했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삼성 리카르도 라틀리프-마이클 크레익, 동부 로드 벤슨-웬델 맥키네스의 골밑 맞대결 구도가 형성, 더욱 큰 관심을 끈다.
삼성이 크레익을 영입하면서 외국인 빅맨들의 힘vs힘 매치업이 성사됐다. 특히 크레익과 맥키네스는 힘에선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100kg이 넘는 거구들이 정면으로 몸을 부딪히는 2~3쿼터가 두 팀 맞대결의 백미다.
KBL은 도움, 트랩수비가 빈번히 일어난다. 하지만, 삼성과 동부가 맞대결하면 매치업이 딱 맞아떨어지면서 체력만 받쳐주면 40분 내내 맨투맨 수비도 할 수 있다. 간혹 변칙적인 수비를 시도하지만, 농구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1대1로 힘과 기술을 겨루는 대인방어. 올 시즌 삼성-동부전서 농구의 원초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두 팀의 1~2라운드 맞대결을 모두 현장에서 지켜봤다. 두 사람이 매치업을 할 때 서로 의식을 하는 게 보인다. 하지만, 정작 두 사람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서 절대로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미국인 특유의 립서비스와 함께 철저히 팀 퍼스트 정신을 견지한다.
적절한 승부욕 발휘는 개개인과 팀의 집중력과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정도는 있다. 1~2라운드 맞대결서 절제된 승부욕, 영리한 대처를 하는 쪽이 웃었다. 결국 크레익과 맥키네스 매치업 희비를 가르는 핵심은 단순히 힘의 차이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아이러니컬하다.
11월 13일 원주에서 열렸던 1라운드 맞대결. 3쿼터에 크레익이 맥키네스에게 묶여 지나치게 흥분했다. 실책은 많이 않았지만, 자유투를 연거푸 놓쳤다. 무리하게 드리블을 하다 패스 타이밍을 놓쳐 동료에게 일명 '죽은 볼'을 내줬다. 당시 삼성은 4쿼터 종료 직전 김태술의 3점포를 제외하고 단 1개의 3점슛도 성공하지 못했다. 크레익은 20점 6리바운드로 잘 했다. 그러나 삼성 내외곽 공격 밸런스는 완벽히 깨졌다.
당시 맥키네스는 14점 5리바운드에 그쳤다. 그러나 15점 16리바운드로 펄펄 날았던 벤슨의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소화했다. 3쿼터 막판 파울트러블에 걸렸으나 잘 버텨냈다. 물론 4쿼터에 거의 뛰지 않아 큰 문제는 아니었다. 크레익을 잘 막아냈다.
1일 2라운드 맞대결은 정반대였다. 맥키네스는 3쿼터부터 흥분했다. 전반전에는 대등했으나 3쿼터 삼성 수비에 순간적으로 트랩이 가미되면서 혼란을 겪었다. 다양한 지점에서 들어오는 트랩 수비는 외국선수들, 특히 빅맨들에겐 큰 스트레스다.
맥키네스는 이날만큼은 1라운드 맞대결같은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외곽으로 겉돌다 무리하게 3점포를 던지며 삼성에 속공을 내줬다. 리바운드 가담 빈도도 떨어졌다. 27점 5리바운드. 많은 득점을 올렸으나 크레익에게도 많은 점수를 내줬다. 한 마디로 기록의 영양가가 다소 떨어졌다.
반대로 크레익은 맥키네스가 무너지자 더욱 집중력을 발휘했다. 특유의 어시스트 능력을 뽐냈다. 정확한 외곽슛도 터트렸다. 속공참여가 아주 뛰어난 라틀리프의 보조를 잘 맞췄다. 공간을 창출했고, 세컨드 찬스를 만들었다. 23점 8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 주력이 빠르지는 않지만, 삼성의 빠른 트랜지션에 잘 참여했다. 두 사람의 상반된 경기력이 고스란히 경기 승패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과 동부는 잔여 정규시즌 4차례 맞대결은 물론, 플레이오프서 다시 만날 수도 있다. 그때도 크레익과 맥키네스 매치업의 포인트는 단순히 힘의 맞대결이 아닌 심리적인 측면까지 포함된다. 한 농구관계자는 "둘 다 힘은 좋지만, 수비하는 기술이 아주 빼어난 건 아니다. 공격력보다 수비력이 좋지 않은 이유다. 평정심을 잃지 않고 팀에 녹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했다.
골밑에서 파워를 보유한 빅맨들의 충돌은 농구 팬들에게 화려함을 제공한다. 그러나 팀 승패에 미치는 부분들은 복합적이다. (심지어 선수가 심판들의 파울 콜에 적응하고 활용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 아이러니컬한 현실이자 농구 특유의 의외성이다.
[크레익과 맥키네스(위), 크레익(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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