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완주 안경남 기자] ‘진격의 거인’ 김신욱(28)의 전북 현대 이적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정확히 1년 전 울산을 떠나 녹색 유니폼을 입은 김신욱은 전북이 10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아시아 제패 후 노란색에서 전북을 상징하는 녹색으로 머리카락을 물들인 김신욱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그는 1일 전북 완주군 봉동의 클럽 하우스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전북은 K리그 우승보다 ACL 우승이 더 간절한 것 같다. 그래서 우승 후 모두가 울었다. 근데 솔직히 나는 ACL이 제일 쉬웠다”며 웃었다.
전북이 울산에서 김신욱을 데려오기 위해 지불한 이적료는 약 20억원으로 추정된다. 김신욱은 “ACL에서 우승한 뒤 단장님한테 20억 몸값은 다 한 것 같다고 말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전북에서 잘하는 것과 울산에서 잘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놀랐던 것이 득점왕을 했을 때보다 느껴지는 게 비교도 안 된다. 특히 중국이나 중동에서 오퍼가 크게 차이 난다. 물론 다른 팀에 가겠다는 건 아니다”며 장난스런 미소를 지었다.
다음은 김신욱 일문일답
--머리 색깔이 녹색으로 바뀌었다.
“염색하느라 3시간이 걸렸다. 살면서 처음으로 염색 협찬이 들어왔다(웃음)”
--울산에 이어 전북에서 두 번째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리그 우승은 못했는데 ACL은 두 번하게 됐다. 전북은 리그 우승 3번보다 ACL 우승이 더 간절한 팀이다. 팀 전체가 ACL 우승을 너무 원했다. 그래서 경기가 끝나고 모두 울었다. 근데 나는 솔직히 ACL이 제일 쉬웠다. 수비수들이 리그보다 ACL이 편하다”
--두 번째 클럽 월드컵이다.
“벌써 레알 마드리드를 생각하면 안 된다. 울산 때도 몬테레이에 1-3으로 졌다. 멕시코는 제일 상대하기 어려운 나라다. 차라리 유럽이 낫다. 개개인 능력이 워낙 뛰어나다. 1대1 능력이 특화돼 있다. 안정적인 경기를 해야 한다”
--클럽월드컵에서 목표는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승산 20~30%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시아 클럽의 강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감독님을 믿고 따르겠다”
--주장 권순태가 부상으로 불참한다. 이동국은 가장 키 큰 선수가 주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전북에서 아직 신인이다. 천천히 생각하겠다”
--아무래도 클럽 월드컵 분위기를 가장 잘 알 것 같다.
“마음 편하게 가야 한다. 그래야 쉽다. 상대가 강하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이번 경기를 꼭 이겨서 레알 마드리드와 하고 싶다. 잘 하고 싶다”
--레알 마드리드 경기를 본 적 있나.
“자주 보진 않는다. 유럽의 타켓형 스트라이커는 느낌이 다르다. 크로스의 질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는 아니다. 타켓형이 어렵다. 그래서 유럽 선수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아마 유럽에서 뛰었다면 내 스타일도 달라졌을 것이다. 전북에선 어시스트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울산 1년차 때 어려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하고 있다. 전남전에서 크로스 골을 넣었던 것처럼, 레오나르도는 짧게, 로페즈는 길게 올리는 느낌이 온다”
--올 시즌 자신에게 몇 점을 주고 싶나.
“전반기는 힘들었다. 군사훈련 이후 부상으로 한 달 반을 쉬었다. 그래서 적응이 힘들었다. 반면 전북에서는 정말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을 수 있구나 생각했다. 한 참 잘 했을 때보다 전북에서 몇 개월 뛴 것이 더 부각됐다. 울산에서도 ACL 우승 했는데 전북에서 더 잘 한 것 같다. 이 정도면 80점 정도 주고 싶다”
--자신의 몸 값은 했다고 생각하나
“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흥미로운 한 해였다. ACL에서 우승 한 뒤 단장님한테 20억 몸 값은 다 했다고 말했다. 전북에 와서 놀랐던 것은 울산에서 득점왕 받았을 때보다 비교도 안 되게 주목을 받는다는 것이다. 중국과 중동에서 오는 오퍼가 장난이 아니다. 물론 다른 팀에 가겠다는 건 아니다.(웃음)”
--전북에서 스트라이커 뛰는 건 무엇이 다른가.
“중요한 건 2선이다. 김보경, 이재성, 로페즈, 레오나프도 등과 함께 뛸 수 있어서 두려운 게 없다. 부상으로 클럽월드컵에 로페즈가 없어서 아쉽다. 이들과 발을 맞추면 무서운 게 사라진다. 울산은 수비적이었는데, 전북에선 공격력이 더 잘 발휘된다”
--전북은 위닝 멘탈리티가 강한 것 같다.
“진짜 여기서는 준비를 잘 해야 한다. 전북은 지는 걸 너무 싫어하는 팀이다. 한 경기 지면 다음 경기에서 이기기 전까지 서로 웃지도 않는다. 그래서 전북이 아시아 최고다”
--전북에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 것 같다.
“무엇보다 나를 믿어준다. 그래서 행복하다. 전북은 계속해서 투자한다는 이야기만 한다. 아시아 최고 팀에서 스트라이커로 뛰는 건 특권이다. 축구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첫 번째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고, 두 번째가 이번 ACL 우승이다. 여기서 5년 계약했으니 더 준비해서 이동국 형처럼 하고 싶다. 나는 이제 전성기로 가고 있다”
--전북과 대표팀에서 역할이 다르다.
“K리그에선 골도 넣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ACL과 대표팀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전북에선 기회가 있다. 그러나 대표팀에선 오랜 만에 발을 맞춰 조직적인 플레이가 어렵다. 내가 다시 골을 넣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전북에서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는 걸 배우고 있다”
--2017년이 더 기대된다.
“대표팀이 너무 위기일 때 들어왔다. 오랫 동안 쉬었기 때문에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최종예선은 완전히 다르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위기가 나를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로 만들었다. 카타르, 우즈베키스탄전 도움이 대표적이다. 월드컵에 갈 수 있도록 리그에서 잘 준비하겠다”
[사진 = 전북 현대, 대한축구협회 제공]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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