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박정우 감독은 원전 사고를 다룬 영화의 제목을 '판도라'라고 정했다. 원전에 대한 내용으로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할 때부터 제목은 '판도라'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현 시국과 잘맞아떨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원래부터 제목은 '판도라'였어요. 처음에는 '원전에 대한 실상을 알리자'로 시작했고 대신 이야기를 재난영화의 형식에 얹어서 원전에 대한 현실을 알리고 경각심을 일으켜서 관심을 갖게 하자 정도였어요. 그리고 제가 알고 있는 얕은 상식 선에서의 판도라는 판도라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을 때 불행과 재앙이 몰려왔다, 정도였어요. 원전을 가동하게 된 게 원전의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과 같은 행위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찾아보니까 판도라 상자의 밑바닥에는 희망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이라도 빨리 뭔가 행동을 하면 아직 기회는 있다, 라는 희망인 거예요."
'판도라'는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절망적인 상황으로 치닫는데, 박정우 감독은 이 안에서 어떤 희망을 그리고 싶었던 것일까.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진 않는데 희망을 찾아가는 이유 정도는 떠올릴 수 있는 엔딩이라고 생각해요. 시나리오를 공 들여서 쓰긴 했지만 마지막에 재혁이(김남길)가 여자친구 연주(김주현)와 사고 나기 전 했던 말들. 원래는 세게 썼는데 방향을 많이 수정해서 마지막은 약간 문학적으로 희망을 찾아간다고 한 거예요. 상징적인 희망을 얘기한 거였어요."
150억 원이라는 큰 예산에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인 '판도라'에 대해 박정우 감독은 각 분야 최고의 스태프들을 믿었고 배우들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감독인 자신은 '나만 정신차리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 분진가루가 공기 중에 섞여있는 아비규환의 상황 속에서도 박정우 감독은 촬영현장을 유연하게 지휘했다.
"현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어마어마하고 우리도 크고 작은 영화 여러 개를 찍어봤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어요. 각 파트가 처음에는 정신을 못차렸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응을 했고 하루 이틀만에 정신을 차리고 했어요. 감독 입장에서는 쉽게 찍으려고 하면 쉽게 찍은 만큼 화면은 허술하고 어렵게 찍은 만큼 화면이 채워질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시국이 워낙 세서 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낮을 수 있고 극장에 올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노력한만큼, 지켜봐야할 것 같아요."
[박정우 감독.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