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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좀 편하긴 하지. 그래도 정신 놓고 하면 안 되고."
9일 오리온과의 홈 경기를 앞둔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승리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인정했다. 오리온 절대 에이스 애런 헤인즈가 발목 부상으로 2주간 뛸 수 없다. 모비스로선 경기종반 절체절명의 승부처서 2점을 담보할 수 있는 상대 에이스가 없으니 편안한 게 사실이다.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헤인즈 성격상 2주 후에도 또 다시 못 뛴다고 할 수도 있다. 작년에 한 번 겪어봐서 안다. 제스퍼 계약을 연장해야 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헤인즈는 자신의 몸이 100%가 아니면 경기에 나서지 않는, 지극히 프로페셔널한 마인드를 갖고 있다)
헤인즈는 오리온 전력의 50% 이상을 담당한다. 승부처서 탁월한 테크닉으로 2점을 뽑아내는 능력은 KBL 최고수준이다. 수비력이 강한 건 아니지만, KBL에서 장수하면서 어지간한 선수들의 습관을 꿰뚫은 상태다. 지능적으로 열어줄 건 열어주고 막을 건 막으면서 외국인 빅맨을 전담하는 이승현을 효과적으로 돕는다. 헤인즈와 이승현은 공격에서도 유기적인 호흡이 좋다.
예상대로 경기는 모비스에 유리하게 흘러갔다. 오리온은 마커스 블레이클리를 제어할 카드가 없었다. 초반 김동욱이 그럭저럭 잘 막았다. 블레이클리가 좌우 옆구리에서 공을 잡고 포스트업을 시도하면 기습적으로 트랩도 시도했다. 그러나 블레이클리는 골밑에서 함지훈, 김동량 등에게 질 좋은 패스도 했고, 골밑에서 바스켓카운트도 얻었다. 자신이 할 것은 다 했다. 슛은 없지만, 역시 볼 다루는 센스는 좋다.
외국선수 2명이 동시에 뛰는 2쿼터부터 헤인즈 공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동시에 패스와 경기운영이 좋은 블레이클리의 장점이 극대화됐다. 로드와 함지훈이란 빅맨을 수비하기 위해 이승현, 장재석, 최진수 등이 동원됐다. 자연스럽게 오데리언 바셋이 블레이클리를 막아야 했다. 헤인즈가 있었다면 바셋이 블레이클리를 막는 시간이 길지 않을 수도 있었다. 추 감독은 "바셋은 아직 소위 말하는 '통밥'이 부족하다. 조금 떨어져서 슛을 주는 수비를 해야 하는데 말을 해도 막상 제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실제 블레이클리는 2쿼터 2분38초전 좌중간에서 공을 잡았다. 바셋이 무리하게 붙었고 블레이클리는 지능적으로 몸을 붙여 뱅크슛을 성공한 뒤 추가자유투까지 넣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블레이클리와 로드, 함지훈을 앞세운 모비스가 골밑을 장악했다. 그래도 오리온은 바셋과 김동욱, 이승현, 최진수, 문태종 등 특유의 효율적인 공격 전개로 크게 밀리지는 않았다.
후반 들어 오리온은 이승현이 주로 블레이클리를 수비했다. 그러나 모비스는 압도적인 리바운드 우세를 바탕으로 많은 공격권을 잡았다. 결국 야금야금 달아났다. 함지훈과 블레이클리가 주도하는 공격의 유기성이 좋았다. 오리온은 공격도 풀리지 않으면서 3쿼터 5분46초전 장재석의 뱅크슛으로 첫 득점을 했다. 바셋은 무리한 플레이를 하다 몇 차례 역습 위기를 초래했다.
그래도 오리온은 저력이 있었다. 최진수, 장재석, 문태종의 내, 외곽 공격을 앞세워 다시 10점 내외로 추격했다. 리바운드 열세를 조금씩 회복했다. 2-3 지역방어로도 효과를 봤다. 골밑을 철저히 막는 수비로 실마리를 풀었다. 모비스는 공이 돌지 않자 4쿼터 초반 로드를 빼고 블레이클리를 넣었다. 오리온과 높이가 비슷해진 상황. 이때부터 경기가 박빙으로 흘렀다.
오리온은 경기종료 5분26초전 문태종의 돌파, 5분전 김동욱의 속공 득점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김동욱의 속공은 블레이클리에 대한 더블팀이 성공한 뒤 곧바로 나왔다. 그러나 모비스도 최진수의 골밑 공격, 문태종의 3점포를 전준범, 블레이클리가 잇따라 블록으로 차단하면서 다시 승부를 뒤집었다. 블레이클리는 1분53초전 최진수를 상대로 4점차로 달아나는 결정적 훅슛도 성공했다. 이후 전준범의 속공 득점, 경기종료 1분전 블레이클리의 3점 플레이가 나오면서 승부가 마무리됐다. 모비스의 81-74 승리.
오리온은 헤인즈 공백을 뼈저리게 느꼈다. 승부처 득점력은 두 말할 게 없고, 수비 매치업도 어려움을 겪었다. 블레이클리 수비에 대한 나름의 해법도 있었지만, 결국 마지막에 버텨내지 못했다. 11일 동부전 역시 크게 불리할 듯하다. 제스퍼 존슨이 합류하면서 반격 기회를 노려야 할 입장이다.
모비스는 소중한 1승을 거뒀다. 6위 다툼을 해야 하는 상황. 양동근과 이종현의 1월 중순~말 합류가 가시화되는 상황. 지금부터 약 1개월간 버티기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상위권의 오리온을 잡은 건 의미가 있었다. 블레이클리는 31점 13리바운드 7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급 활약을 펼쳤다.
[블레이클리.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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