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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영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단연 올 겨울 가장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작품 중 하나다. 세계적 베스트 셀러 작가 기욤 뮈소의 동명 소설을 최초로 한국에서 영화화한 작품이면서, 여기에 연기파 배우 김윤석과 변요한이 2인 1역으로 캐스팅돼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가운데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신인 배우가 시선을 끌어당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신예 채서진(22). 무려 1,000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연아 캐릭터 오디션에 합격, 김윤석과 변요한의 첫사랑녀로 낙점됐다.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마이데일리 사옥에서 만난 채서진은 영화 속 연아처럼 단아하면서도 올곧은 성품의 소유자였다. 최근 웹드라마 '긍정이 체질', 영화 '커튼콜'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를 나란히 선보이면서 '충무로 유망주' '차세대 여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인기 급부상 중이지만 정작 그는 들뜨지 않고 차분했다.
"그런 수식어에 신경 쓴다거나 부담감을 안고 있지 않아요. 저는 다만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에서 연아로서 제 역할을 다 해냈기를 바랄 뿐이에요. 제가 출연한 다른 작품들 속에서도 마찬가지고요."
홍지영 감독 역시 채서진의 말투에서부터 묻어나는 나이답지 않은 진중함과 사려 깊음에 일찌감치 그에게 반했었다.
"홍지영 감독님은 이번 작품에 앞서 재작년쯤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만나 뵀어요. 그때 감독님께서 저에게 무척 힘이 되는 말을 해주셨어요. '앞으로 20대 여배우들 중 큰 역할을 할 인물이다'라고 말씀해주셨던 것 같아요. 당시 연기자를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 큰 힘이 됐어요."
평소 기욤 뮈소 작가의 팬이기에 재밌게 완독했던 원작의 영화화 소식이 무척이나 반갑게 느껴졌다. 게다가 홍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니,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오디션장에 향했다.
"영화화 소식이 기뻤지만 홍지영 감독님이 연출을 맡으셨다고 해서 더 좋았어요. 오디션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어요. 감독님과 한 시간 넘게 수다를 떨었던 것 같아요. 오디션장에서 연기관에 대해 묻는 감독님은 처음이었어요.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진행됐던 기억이 나요. 연아가 수현을 기다려주고 지켜봐 주는 내면이 강한 여성이잖아요. 저의 느린 말투와 진중한 그런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채서진이 연아 역할에 제격이었다"는 홍지영 감독의 말처럼 영화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과거의 상처로 인해 사랑에 소극적인 수현의 마음을 붙잡고 포용하는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를 소화했다. 채서진은 실제로도 연아와 닮은 구석이 많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저 역시 연아처럼 감정 표현을 확실하게 하는 편이에요. 담아두고는 못 사는 성격이죠. 하하. 연인 사이에서 마음을 아끼는 건 전혀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봐요. 하지만 서로 얼마나 오랜 기간 관계를 형성해왔나에 따라서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수현과 연아 같은 경우에는 7년 사귄 커플로 이미 신뢰, 믿음이 탄탄하게 쌓여 있는 상태잖아요. 수현이 속내를 털어놓지 않고 외면하는 이유를 연아는 다 알고 온전히 수현으로서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연아 캐릭터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데에는 채서진의 남다른 노력이 숨어 있었다. 그는 여성 최초의 돌고래 조련사로 변신하기 위해 거제도에서 훈련을 거듭했다. 영화 속 돌고래 조련 장면은 그가 실제로 소화하며 몰입감을 높인다. 뿐만 아니라 1980년대 시대적 배경에 맞게 직접 소품까지 준비하는 등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제 장면은 대부분 80년대 배경이기에 엄마의 사진첩을 뒤져서 많이 참고했어요. 포즈나 스타일을 참고했죠. 또 영화 속 뽀글 파마 머리도 당시 사진 속 엄마의 헤어스타일을 그대로 따라한 거에요. 엄마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어 더 즐겁게 촬영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영화에서는 잠깐 나오는 장면이지만 방을 보면 그 사람 성향을 알 수가 있잖아요. 이런 점들이 캐릭터를 드러낼 수 있기에 세심한 부분들을 많이 신경 쓰려고 했죠. 그래서 제 물품들을 가져와서 세트장에 두기도 하고 감독님이 과거 사용했던 가방을 착용하기도 했고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인생을 되돌릴 10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이라는 물음표를 던지는 작품이다. 만약 채서진은 영화처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문득 궁금해졌다.
"저는 과거에 가더라도 미래를 바꾸려고 가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바꾸고 싶은 과거가 없다는 것에 대해서도 정말 감사해요.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서도 과거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도록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면서, 지금 이 순간 주변 사람들과의 행복감을 느껴야 한다는 마음이에요. 현재가 소중하다는 걸 영화를 촬영하면서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되더라고요."
"만약 원작 소설을 접한 분이라면 읽고 느꼈던 그 감동을 영화에서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너무나 사랑스러운 얘기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 따뜻함을 소중한 사람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기분이 들 거에요."
2016년의 끝자락, 채서진에게 올 한해는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 독립영화 '초인'을 시작으로 일년 동안 네 작품을 내리 소화한 만큼 더욱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그 여운을 전했다.
"올해를 단어로 표현한다면 시작, 발돋움, 설렘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저라는 사람을 대중에게 보여준 너무나 감사한 한해였습니다. 무척 출연하고 싶었던 영화의 오디션을 보고, 합격해서 무사히 촬영을 마쳤고 또 평소 존경하던 김윤석 선배님, 변요한 오빠와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어 기뻤습니다."
내년에는 또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바이다. 끝으로 다가오는 2017년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선택당하는 입장에서 어떤 작품으로 관객분들과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년에는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태왕사신기' 속 문소리 선배님 캐릭터에 깊은 인상을 받아서 사극에도 도전해보고 싶고요. 제가 살지 못했던 시대를 공부하는 게 무척 재밌어요. 그리고 저는 길게 보고 있어요. 많은 경험을 쌓고 30대에 접어들었을 때는 배우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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