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슛 포물선을 높였어요."
KCC 김지후는 고려대 시절 이승현(오리온), 이종현(모비스) 등 쟁쟁한 특급 유망주들 사이에서 그렇게 돋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괜히 고려대 주축 슈팅가드가 아니었다. 3점슛이 터지는 날에는 무섭게 터졌다.
2년차였던 2015-2016시즌. 단 8경기 출전에 그쳤다. 발목 부상 이후 몸의 밸런스를 바로잡는 데 시간이 걸렸다. 추승균 감독은 "사실상 쉬었다"라고 했다. 비 시즌에 혹독하게 운동했다. 추 감독은 "본인이 힘들다고 말하기 전까지 매일 무빙 슛 500개를 시켰다"라고 했다.
고려대 시절까지 캐치&슛을 즐겼다. 이종현 등 전통적으로 빅맨이 좋았던 고려대 시스템상 그렇게만 해도 살아남았다. 그러나 프로에선 어림도 없다. 직접 스크린을 받고 움직여서 던지는 슛의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
김지후가 슛이 좋다는 걸 모든 팀이 안다. 스크린을 받고 슛을 던질 기회도 많지 않다. 적은 찬스서 성공률을 높이려면 피 나는 노력이 필요했다. 김지후는 "퀵&슬로우로 수비수의 타이밍을 빼앗으면서 던지는 연습을 했다"라고 했다.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는 "1라운드에는 연습할 때는 잘 들어갔는데 경기만 하면 잘 들어가지 않았다. 2라운드 kt, KGC전부터 슛 감각이 올라왔다"라고 했다. 실제 11월 26일 kt전부터 페이스가 좋았다. 그 경기서 3점슛 7개 포함 25점을 올렸다. 지난 1일 모비스전서 5점에 그쳤지만, 15일 오리온전서 또 다시 3점슛 5개 포함 23점을 올렸다. 최근 6경기서 성공한 3점슛이 무려 22개.
추승균 감독의 어드바이스가 있었다. "슛 포물선을 높였다. 슛 밸런스가 좋아 정확하게 날아간다. 옆으로 튀는 스타일이 아니니까 포물선만 높이면 됐다"라고 했다. 그동안 슛 궤도가 낮았다. 지금은 공을 잡고 슛으로 올라가는 시간도 짧다. 슛 포물선도 높으면서 안정적이다. 오픈찬스서 정확성이 높아졌다.
김지후의 3점슛 감각은 타고난 측면이 있다. 역사에 획을 그었던 슈터들은 대부분 선천적인 감이 좋았다. 추 감독의 김지후 슛 포물선 수정은 시즌 중에 이뤄졌다. 시즌 중 폼을 바꿔서 부작용 없이 자신의 무기로 만드는 건 쉽지 않다. 빡빡한 시즌 일정을 소화하면서 몸 컨디션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김지후는 타고난 감각과 노력이 더해지면서 실전서 잠재력을 터트렸다.
추 감독은 "슛을 시도할 때의 스텝과 슛을 던지는 타이밍이 좋아졌다. 자신감이 붙었다. 예전에는 수비수가 바짝 붙으면 당황했는데 이제는 흔들리지 않는다"라고 호평했다. 김지후는 "슛 하나하나 집중력 있게 던지고 있다"라고 했다.
김지후는 과거 캥거루슈터로 이름을 날린 조성원 수원대 감독의 영상을 자주 본다. 그는 "원래 옛날 영상을 자주 찾아서 보는 편이다. 조성원 감독님의 슛을 보고 연구도 많이 했다. 롤 모델이다"라고 했다. 김지후가 조 감독의 현대 전성기 시절의 임팩트를 꾸준히 뽐낸다면, KCC는 더 바랄 게 없다.
약점들을 보완해야 한다. 조 감독은 현역 시절 승부처 클러치 능력 외에도 스피드, 탄력 등이 좋았다. 그러나 김지후는 슛 외에는 그다지 특출난 기술은 없다. 추 감독은 "드라이브 인도 자신 있게 하지 못하는 편이다. 2대2도 보통 수준이다. 수비력도 좀 더 끌어올려야 한다. 공격수에게 한 두번 뚫리면 집중력이 더 떨어진다"라고 했다. 김지후 역시 "팀 디펜스에 대한 이해력이 약하다"라고 했다.
그동안 노력을 많이 했다. 실전서 조금씩 성과가 보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많다. 유망주는 그렇게 단단해지는 법이다. KCC는 올 시즌이 힘겹다. 그래도 김지후의 성장을 믿고 기다린다.
[김지후.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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