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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구 선수 폴 포그바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포그바는 크리스탈 팰리스 원정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영국 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으로부터 10점에 가까운 평점 9.8점을 받았다. 실제 포그바는 최다 패스(93개)와 최다 득점 기회를 창출(4회) 했다. 선제골을 넣었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결승골을 도왔다. 영국 통계업체 ‘옵타’도 포그바의 기여도가 가장 컸다고 분석했다. 물론 포그바가 프리미어리그에 완벽히 적응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댑(dab)’ 댄스를 즐기는 포그바는 여전히 간결해야 할 동작에서 멋을 부린다. 이는 실수와도 연결된다. 팰리스전에서도 포그바는 쉬운 패스를 몇 차례 놓쳤다. 또한 수비적으로도 종종 위치 선정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제 무리뉴 감독은 포그바를 중심으로 팀을 꾸리고 있다. 시즌 초반 포지션 논쟁이 일어나자 포메이션을 4-2-3-1에서 4-1-4-1(혹은 4-3-3)로 바꿨다. 포그바의 수비적인 부담을 줄이고 공격적인 재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효과는 있었다. 포그바도 환경적인 부분이 개선되면서 이제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듯한 모습이다. 웨인 루니, 후안 마타와 함께 뛰어도 공격을 설계하는 건 포그바다.
#포메이션
무리뉴 감독은 헨리크 미키타리안(부상)과 안토니오 발렌시아(경고누적)의 부재로 변화를 줬다. 루니와 마타가 측면에 섰고 에릭 바이가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했다. 왼쪽은 달레이 블린트가 맡았다.
이처럼 무리뉴는 포그바를 전진시키면서 루니를 종종 측면에 기용하고 있다. 마타 역시 마찬가지다. 루니와 마타의 측면 배치는 전술적인 관점에서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두 선수 모두 전문 윙어가 아니기 때문에 사이드보다 중앙에서 공을 받는 걸 선호한다. 루니와 마타가 중앙으로 들어오면 즐라탄, 포그바와의 간격이 좁아져 연계 플레이가 수월해진다. 점유라는 측면에서도 이점을 가진다. 앙토니 마샬, 마커스 래쉬포드, 제시 린가드와 뛸 때보다 포그바의 볼 터치 횟수가 늘어난 것도 중앙지향적인 루니와 마타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반대로 너무 중앙에 선수들이 집중되면서 사이드를 활용하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 특히 지금의 맨유는 그것이 더 크게 부각된다. 발렌시아를 제외하면 공격적으로 전진하는 움직임이 부족하다. 루크 쇼는 부상과 부진이 겹쳤고, 다르미안과 블린트는 오버래핑에 능한 자원이 아니다.
심지어 팰리스전은 센터백인 바이가 발렌시아를 대체했다. 바이가 아프리카 특유의 탄력성과 민첩성을 갖췄지만, 발렌시아 같은 직선적인 오버래핑을 기대하긴 어렵다. 설상가상 바이는 경기 초반 이청용과의 경합 과정에서 왼쪽 무릎을 다쳐 공격적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후반 초반 교체될 때도 질주하다 고통을 호소한 뒤 교체됐다.
#크리스탈 팰리스
재미있는 건 팰리스도 사이드에 발 빠른 윙어를 세우지 않으면서 경기 전체가 중앙 싸움으로 펼쳐졌다는 점이다. 앨런 파듀 감독은 이청용을 왼쪽에, 제임스 맥아더를 오른쪽에 세웠다.(이청용은 측면 자원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맥아더는 아니다) 그리고 윌프레드 자하를 크리스티안 벤테케 옆에 뒀다. 4-4-2 혹은 4-4-1-1 포메이션이다. 그로인해 팰리스는 후방에서 자하 혹은 벤테케를 향하는 롱패스로 공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공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전반에 유효슈팅 0개가 이를 증명한다.
#폴 포그바
포그바는 맨유가 공을 소유한 상황에서 밀집 수비를 깨는 능력을 보여줬다. 전반 38분에는 절묘한 로빙 패스로 루니에게 찬스를 제공했다. 상대 골키퍼 선방이 없었다면 충분히 득점이 가능했다. 전반 42분에는 본인이 직접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해 득점을 노리기도 했다. 선제골도 포그바의 발 끝에서 나왔다. 약간의 행운이 따랐지만 집요하게 팰리스 중앙으로 두드린 포그바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포그바에서 즐라탄으로 향하는 패스가 적었다. 맨유 공격이 중앙에 집중되면서 즐라탄에 대한 견제가 심했다. 팰리스 수비라인 역시 중앙으로 쏠리면서 간격이 매우 좁아졌기 때문이다. 즐라탄이 내려와 짧게 리턴을 주는 게 전부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포그바가 득점 기회를 만든 건 높이 평가할 만 하다. 그러나 사이드 공격이 동반되어야 상대 최종 수비라인의 간격을 벌릴 수 있고, 그래야 포그바에서 즐라탄으로 향하는 패스도 늘어난다.
#후반전
선제골을 내준 팰리스는 후반 시작과 함께 마티유 플라미니를 빼고 조 레들리를 투입했다. 그리고 맥아더와 자하의 위치를 바꿨다. 맨유의 공격이 중앙에 집중되자 4-4-2(혹은 4-4-1-1)을 4-2-3-1로 전환해 포백 앞 수비를 강화했다. 또한 자하를 본래 위치로 돌렸다. 자하를 향한 패스의 거리를 줄이고, 맨유 왼쪽 풀백 블린트의 수비 부담을 가중시키기 위한 변화였다. 블린트는 맥아더가 있을 때보다 사이드를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이는 마르코스 로호와의 간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팰리스의 동점골은 그들의 왼쪽 지역에서 나왔지만, 앞서 언급한 포지션 전환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맨유의 실점 장면에서 로호와 블린트는 벤테케와 자하에 시선이 빼앗겼다. 존스와 로호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자 포그바가 내려왔지만 순간적으로 침투하는 맥아더를 놓치고 말았다. 파듀 감독의 전술 변화가 적중한 셈이다.
#교체
무리뉴 감독도 교체로 변화를 시도했다. 마타, 루니를 불러들이고 린가드, 래쉬포드를 투입했다. 린가드는 세컨드 스트라이커처럼 중앙에서 움직였지만 래쉬포드는 왼쪽 사이드에 넓게 포진했다. 이 변화는 일시적으로 크리스탈 팰리스 포백 간격을 벌렸다.
후반 43분 즐라탄의 득점 장면을 복기하자. 안드레 에레라에서 시작된 빌드업은 로호와 블린트를 거쳐 포그바에게 연결됐다. 크리스탈 팰리스 진영까지 공이 전달되는데 채 5초가 걸리지 않았다. 맥아더가 나가고 프레이저 캠벨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어수선해진 크리스탈 팰리스는 압박이 매우 느슨해진 상태였다. 게다가 래쉬포드가 측면에 넓게 서면서 오른쪽 풀백 마틴 켈리와 오른쪽 센터백 스콧 단 사이 간격도 크게 벌어졌다. 이때 요한 카바예를 벗겨낸 포그바가 그곳을 향해 전진패스를 찔러줬고 뒷공간을 파고든 즐라탄이 골망을 흔들었다. 이는 포그바가 박스 안에 있는 즐라탄에게 시도한 유일한 키패스였다.
#주제 무리뉴
미키타리안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무리뉴는 또 다시 고민에 빠졌다. 포그바를 살릴 수 있는 측면 조합을 다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측면에서 맨유의 문제는 어떤 선수를 사이드에 세우냐에 따라 경기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이다. 루니와 마타가 뛸 때와 린가드와 래쉬포드가 뛸 때 공격의 전개에 차이가 발생했다.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지만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오히려 독이 된다. 맨유가 지금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애매한 것보다 확실한 것이 필요하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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