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김기덕 감독은 단돈 1,000만원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영화를 찍었다. 혼자서 촬영과 연출을 병행하느라 일반영화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그는 게릴라처럼 찍었다고 말했다.
“카메라에 낚시대를 부착하고 붐 마이크를 달았어요. 제가 개발한거죠. 혼자 찍어야하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어렸을 때 공장생활 한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김기덕 감독은 16~21살, 27~30살까지 공장생활을 했다. 청계천 공장을 비롯해 폐차장, 단추 공장 등에서 일했다. 당시 습득한 기술력을 요긴하게 써먹었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일본 배우의 줌 렌즈를 빌렸다. 400만원 상당이었다. 비가 오는 날에 촬영하느라 렌즈가 젖었다. 그는 아무 생각없이 전자 레인지에 렌즈를 넣고 돌렸다가 고장을 냈다. 1,000만원 제작비에 400만원을 물어낼 뻔 했다.
“수리 맡겨서 다 고쳤어요. 오토 기능이 잘 안되어서 그렇지…(웃음). 플래카드도 직접 만들었어요. 소품은 제가 다 제작했죠. 피할 방법이 없더라고요. 달리는 기차에서 내릴 수 없잖아요. 기관사가 내리면 기차는 전복되니까. 일본은 촬영 허가가 잘 안나요. 찍고 있으면 신고 들어가고, 경찰이 쫓아오고, 도망다니고….”
그는 핑계 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열악한 상황에서 찍었더라도 퀄리티를 높여야 했다며 자책했다.
“많은 공부를 했죠. 혼자서도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예요. 반대로, 이렇게 찍으면 안된다는 걸 보여주기도 했죠(웃음).”
인터뷰③으로 이어집니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