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김기덕 감독은 스스로 지쳤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초 ‘그물’ 인터뷰 당시, “영화 찍는 기계가 됐어요. ‘내 인생이 이게 다 인가’라는 회의감이 밀려오더라고요”라고 털어놨다.
“젊었을 때는 앞이 보이지 않아도 달려갔어요. 요즘은 자문자답을 많이 해요. 과연 제작비를 구할 수 있을까, 찍을 수 있을까, 관객 반응은 어떨까 등등. 혼란과 갈등이 더 커졌어요. 그런데 어김없이 1년에 한 편씩 찍어야 한다는 숙명에 맞닥뜨려요.”
그는 “영화라는 질병에 걸렸다”라고 말했다. 누군가 자신을 밀고 있다는 것. 발버둥을 쳐보지만 끝내 끌려들어간다고 했다.
“이것도 배부른 고민 같아요. 해외 영화제 나가는 것이 영화인에게는 행복이잖아요. 이것도 일종의 자만이 아닐까 하고 반성해요.”
그는 “행복한데 불행하다는 말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돈이 없고 완성도가 없으면 포기해야하나’ 이런 고민을 많이 해요. 이 갈등이 가장 심해요. 제작비를 줄이고 줄여서 힘들게 ‘스톱’을 만들고, ‘피에타’를 만들었어요. 여기저기서 완성도가 떨어진다, 세트가 조악하다고 하더군요. ‘그럼 영화를 포기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결국 제 결론은 이거예요. 내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족함이 있더라도 해야한다고요.”
분단문제, 원전문제에 이어 그는 전쟁과 군대 폭력의 희생자들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동원된 군인들의 불행한 삶을 영화로 만들 계획이다. 그가 현재 제작하는 작품은 ‘포크레인’이다.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동원됐던 공수부대원의 이야기다. 그들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다. 극중 주인공은 제대한 뒤 20년 후 포크레인 기사로 살다가 땅 속에서 해골을 발견한다. 이후 포크레인을 몰고 군대 시절 자신의 상관들을 차례로 찾아가는 이야기다.
“제가 각본을 쓰고, 신인 감독이 연출하고 있어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군인의 이야기인데,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어요.”
그는 ‘인간의 시간’을 준비 중이다. 인류의 인간은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대한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내용이 잔인하지만 인간 모든 감정의 한계를 넘어서 그것이 숭고하고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각오다.
“큰 배를 타고 100명이 여행을 떠나는데, 거기서 온갖 비열하고 비겁한 일들이 벌어지죠. 세상의 축소판이예요. 실제 2차 대전에 참전했던 큰 배를 구해놨어요. 이제 제작비를 구해 찍어야죠. 쉽지 않겠지만, 늘 하던대로 해내야죠.”
[사진 제공 = 김기덕 필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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