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맨체스터 시티가 아스날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맨시티가 전반까지 지고 있던 결과를 뒤집은 건 2012년 이후 4년 만이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번에도 전반에 시행착오를 겪었다. 라힘 스털링 제로톱(false nine: 전문 공격수를 두지 않고 미드필더를 가짜 공격수로 배치하는 전술)은 실패했고 케빈 더 브라위너는 사이드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펩은 하프타임에 전략을 수정했고 동시에 선수들에게 적극성을 요구했다. 그리고 맨시티는 후반을 지배했다.
#포메이션
레스터시티전 패배 후 펩은 수비 시스템을 포백(back four: 4인 수비)으로 다시 전환했다. 존 스톤스는 벤치로 내려갔고 니콜라스 오타멘디와 알렉산다르 콜라로프가 센터백을 맡았다. 최전방에는 스털링이 서고 왼쪽에는 데 브라위너가 포진했다. 야야 투레는 중앙에 자리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은 예측 가능한 베스트11을 가동했다. 알렉시스 산체스가 원톱을 맡고 메수트 외질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측면에는 시오 월콧과 알렉스 이워비가 배치됐다.
#전반전
전반은 아스날이 더 영리했다. 벵거 감독은 수비 라인을 내리고 점유율을 포기했다. 실리적인 판단이다. 기록적인 측면에서 아스날이 전반에 뛰어났던 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가로채기’다. 14개 중 10개가 전반에 시도됐다. 둘째는 상대 ‘페널티박스 안’으로 향하는 패스다. 12개 중 9개가 전반에 나왔다. 마지막은 ‘슈팅 숫자’다. 총 6개 중 4개를 전반에 때렸고 선제골을 터트렸다.
월콧의 득점은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린 맨시티의 약점을 제대로 공략한 카운터어택이었다. 페트르 체흐의 빠른 판단과 데 브라위너가 비워둔 공간을 질주한 헥토르 베예린의 스피드, 그리고 산체스와 월콧의 침투가 맨시티 수비를 순식간에 파괴했다.
#펩 과르디올라
펩 감독은 하프타임에 변화를 줬다. 파블로 사발레타를 불러들이고 바카리 사냐를 투입했다. 포지션도 바꿨다. 데 브라위너가 중앙으로 이동하고 스털링이 오른쪽 사이드로 자리를 옮겼다. 르로이 사네는 왼쪽으로 갔다. 포메이션은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위치 변화를 통해 전체적인 콘셉트를 수정했다.
특히 데 브라위너 시프트는 맨시티에게 부족했던 압박과 적극성을 가져다 줬다. 중앙에서 데 브라위너는 후반에 8차례 상대 공을 탈취했다. 전반에 단 2차례였던 것을 감안하면 포지션 이동 후 데 브라위너의 활동 범위가 얼마나 넓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올 시즌 펩은 종종 데 브라위너를 측면에 기용하고 있다. 하지만 벨기에 미드필더는 11번보다 8번에 더 어울리는 선수다. 공을 많이 소유할수록 영향력이 커진다. 왕성한 활동량과 기술은 측면에만 가두기 아쉽다. 스털링의 역전골 장면에서 데 브라위너가 보여준 시야와 킥의 정확도는 그를 왜 중앙에 둬야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후반전
펩이 전술을 수정한 이후 맨시티는 1) 태클 2) 가로채기 3) 세컨볼 세 가지 부분에서 아스날을 압도했다. 전반에 4개였던 태클은 후반에 15개가 됐다. 가로채기도 3개에서 8개로 늘어났다. 세컨볼은 수치화하기 어렵지만 맨시티가 혼전 상황에서 더 많은 공을 따냈다.
후반 초반에 나온 동점골이 이를 증명한다. 체흐의 롱킥을 그라니트 샤카가 헤딩할 때 그의 주변에는 4명의 맨시티 선수가 있었다. 같은 공간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가면 세컨볼을 따낼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이는 압박과도 연결된다. 맨시티가 아스날보다 세 가지를 앞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통해 상대로부터 공을 최대한 빨리 탈취했기 때문이다.
#압박
리버풀 레전드이자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인 제이미 캐러거는 “최근 펩이 태클 논란에 휩싸였지만, 우리는 5년 전 그가 이끌었던 바르셀로나를 잊어선 안 된다. 펩은 누구보다 수비를 중요시하는 감독이다. 당시 6초롤로 불렸던 전방 압박으로 빠르게 상대 공을 빼앗았다. 맨시티는 후반 들어 적극적인 압박을 시도했다. 공 주변을 선수들이 둘러싸 상대의 실수를 유도했다. 아스날이 공을 다시 가져가도 빠르게 반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클의 주된 목적은 공을 되찾는 것이다. 하지만 공을 되찾는 방법이 태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적극적인 움직임은 상대로부터 공을 되찾는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그러한 플레이를 통해 태클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아스날
경기 후 벵거 감독은 심판 판정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맨시티의 두 골 모두 오프사이드였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캐러거는 “사네의 득점은 간발의 차이로 오프사이드였다. 리플레이를 보면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오프사이드를 선언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벵거 감독이 불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오프사이드에 대한 불만보다 벵거 감독은 맨시티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했다. 후반 들어 아스날은 체력적으로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게리 네빌은 “아스날 선수들은 후반에 걸어다녔다. 포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이 많이 뛰지 않았고 쉽게 경기를 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외질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독일 출신 천재 미드필더는 겨우 4차례 상대 공을 빼앗았고 태클과 가로채기는 제로였다. 아스날 수비라인이 내려 앉으면서 외질은 너무 많은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 그 결과 상대 박스 안으로 찔러준 패스도 1개에 그쳤다.
#결론
최근 맨시티는 레스터시티전 2-4 패배 후 선수들의 적극성에 대해 비판을 받았다. 이를 두고 패스 축구를 중시하는 펩의 스타일 탓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선 아스날이 그러한 모습을 보였다. 맨시티는 변화를 통해 후반을 지배했지만 아스날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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