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는 자기 차례인 정교사 자리를 꿰차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기억도 없는데 학교 후배라며 살갑게 다가와 신경을 긁는다. 임시 담임을 맡게 된 반에서 무용특기생 재하(이원근)와 혜영의 수상한 관계를 목격한 효주는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모두 갖고 있는 혜영을 궁지로 몰아 넣는다.
김태용 감독의 ‘여교사’는 여자 교사와 남자 제자의 부도덕적 성관계를 다룬 영화가 아니다. 한 남자를 두고 두 여자가 벌이는 삼각관계를 선정적으로 드러내는 영화는 더더욱 아니다. ‘여교사’는 사회적 차원과 인간관계에서 수치심과 모멸감에 떨어야하는 한 여인이 겨우 남아 있는 인간적 감정마저 짓밟혔을 때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를 탐구하는 영화다.
효주는 사회적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고, 가정 내에서는 10년을 뒷바라지한 백수 남친 때문에 괴로워하는 인물이다. 갑자기 나타난 혜영은 돈 많은 약혼자까지 데려와 열등감을 자극한다. 게다가 자신의 반 학생과 연애를 즐긴다.
혜영에게 이길 수 있는 ‘패’를 쥐었다고 생각한 효주가 상대의 역습으로 수세에 몰리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담아낸 이 영화는 한 인물의 감정이 얼마나 잔인하게 파괴될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그러낸다.
김태용 감독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효주의 감정선을 팽팽하게 잡아 당기다가 극의 마지막에 ‘탁’ 놓으며 서늘하고 강렬한 파국을 빚어낸다. 질투심과 열등감이 불러 일으킨 치정극은 점차 굴욕과 모멸의 감정을 거쳐 강렬한 심리드라마로 변해간다.
라틴, 탱고 풍의 이국적인 음악은 건조하면서도 쓸쓸한 정조를 더하고, 조명은 따뜻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적절하게 사용하며 효주의 상황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순수와 도발을 오가는 유인영, 풋풋하면서도 영악한 이원근의 연기도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러나 결국 이 영화는 김하늘의 얼굴을 비추는 작품이다. 사랑과 질투, 생존과 욕망, 열등감과 동경 속에서 끝내 바스러지는 효주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연기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흙수저와 금수저의 계급이 갈수록 건널수 없는 강이 되어가는 요즘, ‘여교사’가 던지는 메시지는 울림이 강하다.
당신도 모멸감을 느껴본 적이 있을 테니까.
[사진 제공 = 필라멘트픽처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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