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디테일 리더십의 사례가 있다.
KEB하나은행 돌풍의 절반은 이환우 감독대행에게서 나온다. 단기간에 공수 시스템을 확립, 팀을 확 바꿔놨다. 하나은행 특유의 패스게임에 의한 무빙 오펜스와 하프코트 트랩 프레스, 존 프레스 트랩 프레스, 풀코트 프레스 등은 이환우 감독대행의 작품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런 공수전술의 창출과 실전 적용은 이 감독대행과 하나은행 선수들의 합작품이다. 이환우 감독대행은 "그 어떤 선수가 들어가도 자신의 몫을 해내는 팀을 만들고 싶다. 생각보다 선수들이 빠르게 따라왔다"라고 했다.
정작 주장 백지은은 "감독님이 선수들을 믿어주신다. 수비의 기본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꾸짖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선수들에게 격려를 많이 한다. 선수들은 자신감을 얻었고, 똘똘 뭉친다"라고 털어놨다.
사령탑과 선수의 신뢰관계가 완벽히 자리잡힌 증거다. 달리 말해 이 감독대행의 리더십이 하나은행의 팀 케미스트리와 경기력을 끌어올렸다는 뜻이다. 이미 '볼데드 시 선수들의 긴급미팅' '공격제한시간 5초를 남기면 개인기량으로 해결' 등 몇 가지 선수들간의 약속된 사항이 알려졌다.
그런데 이런 약속들이 코트에서 지켜지기 전에 이 감독대행과 선수들이 신뢰를 쌓는 과정이 필요했다. 신뢰관계가 쌓이지 않으면 이 감독대행의 리더십이 실전서 적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감독대행은 그는 비 시즌 준비과정에 대해 몇 가지를 털어놨다.
이 감독대행은 "스마트폰의 슬로우 기능을 활용, 개개인의 경기 및 연습 영상을 따로 다 찍었다. 그리고 개인별 면담을 통해 고칠 건 고치게 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선수들이 약속된 움직임(전술)을 완벽히 숙지하지 못하면 절대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몇 시간이 걸려도 반복했다"라고 회상했다.
그 어느 팀도 할 수 있는 작업이다. 중요한 건 이 감독대행이 선수들을 대하는 방법이다. 그는 "일방적으로 주입하지 않았다. '아'라고 말해도 '어'라고 알아듣는 선수들도 있다. 내가 뭐라고 했는지 선수들에게 제출하게 했다. 강이슬이나 백지은은 깔끔하게 워드 문서로 정리를 잘 해왔다"라고 했다. 이 과정을 통해 선수들이 자신의 계획대로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했고,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개개인의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또 하나. 이 감독대행은 "선수들에게 전두엽을 쓰라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무작정 선수들에게 어떤 전술을 주입시키는 게 아니라 우선 해당 전술과 그에 걸맞은 움직임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선수들에게 생각하게 했다. 그런 다음 이유를 설명해줬고, 서로 의사소통하며 전술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선수들 입장에선 훈련 능률이 오를 수 밖에 없었다. 감독의 지시대로 움직이니 실전서 효과를 봤다. 자연스럽게 신뢰관계가 생겼다. 시즌 초반 강이슬도 "감독님이 먼저 선수들에게 생각하게 한 다음 일일이 자세를 잡아주셨다. 세심하게 설명해주는 분"이라고 했다.
중요한 부분이다. 보통 감독들은 팀 훈련을 할 때 선수들이 자신의 뜻대로 잘 따라오는지 명확히 확인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가 소극적이거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때 질책하고 다시 요구만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남자농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개인의 운동능력이 떨어지고 전술 이해속도가 느린 여자농구에선 엄청난 실책이다.
그러나 이 감독대행은 일일이 선수들의 자세를 잡아주며 될 때까지 계속 연습을 시켰다는 후문이다. 실제 한 관계자도 "한 선수가 일본 전지훈련에서 공을 잡고 발을 빼는 동작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직접 붙어서 될 때까지 시켰다. 결국 해내니까 다음 훈련으로 넘어갔다"라고 회상했다.
감독과 선수, 선수와 선수의 신뢰관계가 대단하다. 그 위에 디테일한 전술이 덧씌워지면서 경기력이 상승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특정 1~2명에게 좌우되지 않는 팀이 됐다. 이 감독대행은 "김이슬과 신지현(아직 부상으로 단 1초도 뛰지 못했다)이 시즌 막판에는 해야 할 몫이 있다. 그런데 자신들이 없어도 팀이 잘 나가는 걸 보면서 오히려 느슨해질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빨리 복귀해야 한다고 독려한다"라고 했다. 잘 나가는 하나은행의 분위기가 이렇다.
이환우 감독대행의 '대행'이 사라질 수 있을까. KT&G, 전자랜드 코치 시절부터 범상치 않은 지도자, 특히 여자농구에 잘 맞는 지도자라고 평가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이환우 감독대행.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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