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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리온은 힘겹다.
에이스 애런 헤인즈가 7일 KGC전서 왼쪽 발목에 부상했다. 2주 진단을 받았지만, 실제 복귀시기는 더욱 늦어질 듯하다. 빨라야 1월 초~중순 복귀가 예상된다. 오리온은 헤인즈 이탈 이후 2승3패로 주춤하다.
경기력이 들쭉날쭉하다. 매 경기 사투를 벌이지만, 어쩔 수 없이 한계가 드러난다. 헤인즈는 매 경기 25점 내외를 거뜬히 올린다. 탁월한 골밑 테크닉과 풍부한 KBL 경험을 바탕으로 승부처서 아주 강하다. 헤인즈의 이탈은 단순히 선수 한 명의 공백이 아니다. 헤인즈 이탈 후 오리온의 득실마진은 급격히 악화됐다.
많은 농구관계자가 오리온의 최대강점으로 "경기가 풀리지 않더라도 따박따박 2점을 넣는 헤인즈"라고 말한다. 국내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상대가 거세게 몰아치며 분위기를 장악해도 일단 헤인즈가 공을 잡으면 2점으로 연결될 확률은 상당히 크다. 파울을 얻는 요령, 자유투의 정확성도 높다. 때문에 오리온으로선 설령 경기가 풀리지 않고 주도권을 내줘도 헤인즈의 2점으로 반격의 동력을 삼을 수 있다. 실제 오리온이 시즌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는 경기를 거듭했음에도 승률이 높았던 건 헤인즈의 승부처 존재감이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헤인즈가 빠져나가면서 승부처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리드할 수 있는 힘, 상대의 한 방에 맞받아칠 수 있는 파괴력이 사라졌다. 오데리언 바셋은 슬럼프를 빠져나왔다. 하지만, 승부처서 무게감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21일 삼성전서도 잘 하다가 경기 막판 무리한 돌파로 오펜스파울을 범하면서 흐름이 넘어갔다.
설상가상으로 대체 외인 제스퍼 존슨은 지난 시즌 대체선수로 뛰었을 때보다 컨디션이 더 나쁘다. 시즌 초반 kt에서 대체 외인으로 잠시 뛰었으나, 이후 소속팀 없이 지내면서 몸이 망가졌다. 회복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트랜지션 약점 노출은 둘째치고 장점인 외곽슛 적중률도 높지 않다. 현 시점서는 계륵이다. 오리온은 존슨과의 계약을 연장하겠지만, 실질적으로 크게 기대할 건 없다.
결정적으로 헤인즈 이탈 후 수비와 리바운드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본래 정통센터가 없고 외인 한 명을 가드로 쓰는 오리온 전력구조상 삼성, 동부 등 언더사이즈 빅맨들을 보유한 팀들을 상대로 2~3쿼터에 골밑 도움수비와 로테이션이 필수다. 오세근이 있는 KGC를 상대로는 키퍼 사익스가 나오지 않는 이상 40분 내내 그렇게 해야 한다.
시즌 초반에도 몇몇 관계자들은 "오리온 전력이 지난 시즌만큼은 아니다"라고 했다. 원인 중 하나로 "지난 시즌보다 수비조직력이 원활하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온 이승현이 피로를 깔끔하게 털어내지 못했다. 여전히 외국 빅맨들을 잘 막고 있지만, 지난 시즌만큼의 수비 위력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물론 이승현의 팀 공헌은 여전히 높다)
이런 상황서 KBL 경험이 풍부한 헤인즈가 적절히 외국선수들 동선의 길목을 차단하면서 이승현 도우미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올 시즌 몇몇 경기서 수비집중력이 떨어지긴 해도 본래 수비력 자체가 좋은 편이 아니란 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다.
막상 헤인즈가 빠지면서 상대 팀들이 오리온 골밑을 더욱 쉽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한 농구관계자도 "아무래도 헤인즈가 없으니까 상대 빅맨들이 골밑에서 쉽게 자리를 잡는다"라고 했다. 결국 헤인즈의 공백은 단순히 공격력 감소뿐 아니라 수비와 리바운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공격과 수비가 서로 풀리지 않으면서 시너지효과가 발휘되지 않는다.
헤인즈가 빠진 뒤 5경기서 동부, LG전을 잡았다. 오리온이 상대를 압도했던 게 아니었다. 동부, LG가 부진했다. 정상적인 전력을 발휘한 모비스, KCC, 삼성에 여지 없이 무너졌다. KCC전은 실망스러웠지만, 오히려 모비스, 삼성전은 선전했다. 외국선수 도움을 거의 못 받는 상황서 장신 포워드들의 도움수비와 스위치디펜스, 패스게임과 외곽포로 나름의 저력을 발휘했다. 그래도 패배한 건 헤인즈가 빠진 상황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결국 KGC와 삼성에 밀려 3위로 내려왔다. 4위 동부에도 추월 당할 수 있다.
최근 오리온 국내선수들은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중요한 건 앞으로도 약 1개월 정도는 악순환을 끊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존슨의 경기력이 올라오길 기대해야 하지만, 미지수다. 순위다툼서 더 처질 수도 있다. 추일승 감독은 "자신감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잘 버텨야 한다"라고 했다. 당분간 5할승률(2경기 중 1경기를 잡는 전략)로 버텨야 한다.
[헤인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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