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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대의 음악노트]
베이스라는 악기는 자신을 숨기고 자신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언뜻 은폐된 듯 보이지만 정작 베이스가 은폐되면 사라지는 건 음악이다. 베이스는 말 그대로 베이스(base)다. 음악의 기반이자 음악의 기본이다.
지구에서 가장 잘 나가는 베이시스트 나단 이스트. 세션계의 자코 파스토리우스인 그는 40여 년 간 무려 2,000장이 넘는 앨범들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마이클 잭슨, 휘트니 휴스턴, 엘튼 존, 스팅, 케니 로긴스, 다프트 펑크. 당장 꼽아 봐도 그 앨범 주인들의 면면은 지구를 넘어 우주적이다. 멀게는 찰스 밍거스나 론 카터, 가깝게는 타워 오브 파워(Tower of Power)의 프랜시스 로코 프레스티아와 스틸리 댄의 척 레이니에게 큰 영향을 받은 이스트는 개인 기교를 과시하기보단 자신이 연주하는 곡에 스며들어 그 곡을 돋보이게 하려는 이타적 연주자이다. 많은 거물 뮤지션들이 하나 같이 그를 찾는 가장 큰 이유다.
알 만한 사람들은 알았지만 나단 이스트가 대중 뇌리에 제대로 각인된 계기는 역시 슈퍼그룹 포플레이 활동, 그리고 에릭 클랩튼과 인연이었다. ‘Tears in Heaven’을 연주한 것이 아닌 ‘Tears in Heaven’이 자신을 연주했다고 이스트가 밝힌 92년 [Unplugged] 공연은 지금도 틈만 나면 되돌아보는 환희의 순간이며, 베이비페이스가 프로듀싱한 블루 아이드 소울 넘버 ‘Change the World’는 97년 그래미어워즈 ‘올해의 노래’를 수상해 클랩튼과 이스트의 커리어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재즈 쿼텟 포플레이도 이스트의 연주 이력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팀이다. 올해로 데뷔 26주년을 맞는 포플레이는 밥 제임스(건반), 하비 메이슨(드럼), 나단 이스트라는 초강력 라인업에 리 릿나워, 래리 칼튼, 척 로엡 같은 기타 비루투오소들이 번갈아 들며 정규 앨범만 13장을 발매, 사운드와 연주 모두에서 완벽에 가까운 재즈 퓨전 음악을 들려준 팀이다. 이스트는 포플레이 베이시스트로서 이미 내한공연도 치른 바 있다.
그런 이스트가 솔로 베이시스트로서 데뷔한 것은 늦어도 너무 늦었던 지난 2014년 [Nathan East]를 통해서였다. 포플레이 데뷔작에 실린 자신의 곡 ‘101 Eastbound’를 비롯해 스티비 원더의 ‘Sir Duke’, 마이클 맥도날드가 피처링 한 밴 모리슨의 ‘Moondance’, ‘Get Lucky’로 이스트에게 회춘을 선물한 프랑스 일렉트릭 듀오의 이름 ‘Daft Punk’, 이스트의 아들 노아 이스트가 피아노 반주를 넣은 비틀즈의 ‘Yesterday’ 등 그 음반에는 래리 그래함과 폴 맥카트니가 섞인 이스트의 베이스 스타일이 오롯이 녹아 있었다. 차트와 팬, 평단 반응이 두루 좋았던 데 힘을 얻은 것인지 이스트는 이듬해 밥 제임스와 콜라보 앨범 [The New Cool]을 내고 다시 2년을 준비해 두 번째 솔로 앨범 [Reverence]를 발매했다.
두 번째 앨범에서도 이스트의 '마당발'은 여전하다. 그가 팬을 자처하는 얼스 윈드 앤 파이어(베이시스트 버딘 화이트와 보컬리스트 필립 베일리), 이스트가 좋아하는 드러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필 콜린스, 마이클 잭슨의 대표작들에 이름을 올린 기타리스트 폴 잭슨 주니어, 그리고 오랜 친구 에릭 클랩튼의 이름이 곳곳에 박여있다. 여기에 가스펠 싱어 루벤 스투다드와 요란다 아담스가 각각 ‘Why Not This Sunday’, ‘Feels Like Home’에서 노래를 불렀고 스티비 원더, 토토와 투어를 함께 돈 키보디스트 그렉 필린가네스, 캐나다 출신 팝 재즈 싱어송라이터 니키 야노프스키도 ‘The Mood I’m In’이라는 곡으로 이스트의 두 번째 홀로서기를 도왔다. 또한 고전 ‘Over the Rainbow’를 연주해 아버지를 한 번 더 보좌한 노아 이스트의 피아노는 그대로 거장 칙 코리아에게로 가 중후한 ‘Shadow’를 빚어냈다.
특히 이번 앨범에는 ‘퀸시 존스의 뮤즈’ 패티 오스틴이 우연히 테이프를 발견해 26년 만에 공개한 얼스 윈드 앤 파이어의 ‘Serpentine Fire’가 수록돼 더 의미를 띠는데, 91년 당시 에릭 클랩튼과 필 콜린스 파트는 그대로 두고 그 위에 필립 베일리와 버딘 화이트의 보컬, 베이스 파트를 입혀 최종 완성했다. 이스트의 두 번째 솔로 앨범은 지난 1월27일 발매와 동시에 토니 베넷의 90세 생일, 노라 존스의 4년만 복귀를 잠재우며 빌보드 컨템퍼러리 재즈 차트 1위에 올랐다.
나단 이스트는 이번 두 번째 솔로 앨범 발표를 기념해 아시아 투어를 펼친다. 그는 오는 2월26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내한 공연을 갖는다. 솔로 데뷔작 수록곡 ‘Daft Funk’와 다프트 펑크의 ‘Get Lucky’, 아련한 ‘101 Eastbound’, 펑키한 ‘Sir Duke’, 그리고 신작에 수록된 곡들(‘Lifecycle’, ‘Serpentine Fire’, ‘Cantaloupe Island’, ‘Happy’ 등)까지 두루 들을 수 있다. 베이시스트를 꿈꾸는 예비 뮤지션은 물론 베이스를 즐겨 듣는 리스너, 음악 전반을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만족시킬 멋진 공연이 될 것이다.
[사진 제공=Yamaha Entertainment Group/유앤아이 커뮤니케이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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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약력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웹진 음악취향Y, 뮤직매터스 필진
대중음악지 <파라노이드> 필진
네이버뮤직 ‘이주의 발견(국내)’ 필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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