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탄산음료도 마시지 않는다."
올 시즌 문태영은 LG, 모비스 시절과는 달리 삼성 핵심멤버는 아니다. 예전보다 공격기회가 줄어들었다. 자연스럽게 개인기록이 떨어졌다. 경기당 평균 12.6점. KBL 커리어 평균(17.4점)보다 약 5점 정도 낮다.
올 시즌 삼성 핵심전력은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마이클 크레익이다. 삼성은 막강한 골밑을 앞세워 2000-2001시즌 이후 16년만의 통합우승을 노린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문태영은 여전히 삼성 시스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농구의 매커니즘을 감안하면 시즌 막판, 단기전으로 갈수록 골밑의 중요성이 크다. 그러나 내, 외곽 조화라는 기본적인 전제는 변하지 않는다. 삼성은 골밑보다 외곽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임동섭이라는 장신슈터가 있다. 좋은 잠재력을 가졌다. 하지만, 아직 경험이 많지 않다. 기복이 있다. 이 부분을 보완하면서 팀의 내, 외곽 밸런스를 맞춰야 하는 임무가 문태영에게 있다. 한 마디로 삼성 우승도전의 마지막 퍼즐이다.
문태영은 KBL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모비스 시절 우승경험도 있다. 스스로 어떻게 해야 좋은 활약을 펼치는지 알고 있다. KBL 초창기에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기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수비력이 좋은 편도 아니다.
그러나 한 농구관계자는 "문태영은 성숙해졌다. 모비스 시절 좋은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하면서 팀을 함께 살리는 법을 터득했다"라고 말했다. 삼성에서도 자연스럽게 적응했다. 보조자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승부처서 날카로운 활약을 펼친다. 특유의 타점 높은 미드레인지슛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삼성은 KGC와 치열한 선두다툼 중이다. KGC와의 최근 두 차례 잠실대첩은 숨 막혔다. 문태영은 앙숙 양희종과 매치업됐다. 치열한 견제를 주고 받았다. 때때로 과격한 몸싸움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했다. 실제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8일 맞대결. 경기종료 6분54초전 양희종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테크니컬파울을 받았다. 데이비드 사이먼이 골밑슛을 시도하기 전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자신을 밀지 않았냐는 주장. 실제 느린 그림을 보면 라틀리프가 양희종을 팔로 밀었다. 양희종으로선 억울할 만했다. 하지만, 또 다른 농구관계자는 "그래도 승부처였다. 냉정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더구나 당시 양희종은 4반칙이었다. 결국 5반칙 퇴장.
그러자 양희종에게 묶였던 문태영이 펄펄 날았다. KGC는 문태영을 제어할 만한 수비수가 없었다. 문태영은 극심한 견제 속에서 냉정함을 유지했다. 그리고 양희종이 벤치로 물러나자 연속 득점을 올렸다. 61-65로 뒤졌으나 끝내 삼성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8일 KGC전은 문태영의 존재감이 고스란히 드러난 한 판이었다.
문태영은 무릎 상태가 썩 좋지 않다.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 2경기에 결장했다. 브레이크 이후 복귀했다. 그러나 나이가 적지 않다. 한국나이로 불혹이다. 회복속도가 빠를 수 없다. 이상민 감독도 "100%가 아닌 것 같다. 본인도 50대50이라고 말한다"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30분 이상 뛴다. 외곽이 상대적으로 약한 특성상 문태영이 빠지면 팀의 내, 외곽 밸런스가 흔들린다. 이 감독도 "동섭이 외에 안정적인 슈터가 없다. 태영이가 해줘야 내, 외곽에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라고 했다.
문태영은 묵묵히 팀에 헌신한다. 올 시즌에는 슛 거리를 늘렸다. 3점슛도 종종 던진다. 성공률도 42%로 좋다. 빅맨들의 효율적인 공간활용을 위해, 슈터가 많지 않은 팀 사정상 문태영의 3점슛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 감독은 "태영이의 자기관리는 정말 대단하다. 형(문태종) 영향도 받았을 것이다. 주사도 잘 맞지 않고, 약도 먹지 않는다. 탄산음료도 정말 마시고 싶을 때만 마시더라. 쉬는 날에는 가볍게 바람 쐬러 나가는 선수도 있는데 태영이는 그렇지 않다. 선수들이 배워야 한다"라고 했다. 만 39세까지 괜히 좋은 기량을 유지하는 게 아니다.
문태영은 삼성 우승도전의 마지막 퍼즐이다. 그는 "개인성적이 조금 떨어진 건 신경을 쓰지 않는다. 팀에 잘 섞여야 한다. 팀이 잘 나가고 있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문태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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