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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어느 시처럼, 떠나야할 때가 언제인지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휴 잭맨의 마지막 울버린 영화 ‘로건’은 지나온 세월을 후회하고 반성하는 슈퍼히어로 울버린의 쓸쓸한 퇴장이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서기 2029년, 능력을 잃어가는 로건(휴 잭맨)은 멕시코 국경 근처의 한 은신처에서 병든 프로페서X(패트릭 스튜어트), 돌연변이를 감지하는 능력을 지닌 칼리반(스테판 머천트)과 함께 살아간다. 알코울중독에 빠진 로건은 콜 리무진 운전기사로 살아가며 요트를 구입해 프로페서X와 바다에서 살겠다고 다짐한다. 어느날, 정체불명의 집단에게 쫓기는 소녀 로라(다프네 킨)를 만나게 되면서 그의 계획이 차질을 빚는다. 로라와 친구들이 위험에 빠지자 그는 기력이 쇠진해진 가운데서도 적과 맞선다.
‘울버린’ 1, 2편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3편 ‘로건’은 앞선 두 편을 잊게 만들 정도로 위력적이다. 강렬하면서도 애잔한 ‘로건’은 성공적인 프랜차이즈의 마무리로 손색이 없다.
‘용서받지 못한 자’ ‘셰인’ ‘레슬러’의 핵심 정서를 울버린의 캐릭터와 이야기에 융합시킨 이 영화는 슈퍼히어로무비 가운데 가장 인간적인 작품으로 태어났다.
젊은 시절 자신이 저지를 과오를 뉘우치고 성찰하는 아이디어는 ‘용서받지 못한 자’를, 악당들의 위협으로부터 아이를 지켜주고 떠나는 스토리는 ‘셰인’을, 늙은 몸을 이끌고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의지는 ‘레슬러’를 연상시킨다.
시대 배경을 2029년으로 삼아 과거에 어떤 일이 벌어져 숨어다니는 신세가 됐는지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설정도 효과적이다.
소중한 사람을 어느 지점까지 인도해주는 서부극의 오래된 전통을 계승하는 ‘로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날로그 스타일로 밀어붙인다. 특히 잔혹하면서고 강렬한 액션신은 압권이다. 죽어가는 운명을 알고 있는 슈퍼히어로가 분노에 차서 휘두르는 클로 액션은 파괴력이 높다. 작은 몸을 이용해 적의 몸을 타고 올라가 제압하는 로라의 액션은 마샬 아츠와 아크로바틱을 연상시킨다.
다프네 킨은 향후 엑스맨 영화에 계속 등장해도 좋을만큼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성난 야수같은 몸짓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 무엇보다 로건과 프로페서X를 향한 애틋한 마음으로 관객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극중에서 아흔 살의 나이에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면서도 다음 세대의 뮤턴트들을 걱정하는 패트릭 스튜어트, 용병집단을 이끄는 빌런 도널드 피어스 역의 보이드 홀브룩, 적들의 덫에 걸려 위험에 빠지는 스테판 머천트 등도 극에 잘 녹아들었다.
결국‘로건’은 휴 잭맨의 영화다. 지난 17년 동안 독보적인 울버린 캐릭터를 구축했던 휴 잭맨은 후회와 고통 속에 신음하는 슈퍼히어로의 마지막을 더할나위 없이 훌륭하게 연기했다. 로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돌진하는 모습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울버린의 마지막 포효는 모든 관객의 가슴을 울릴 것이다.
굿바이, 휴 잭맨!
[사진 제공 = 20세기폭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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