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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조작된 도시' 촬영 마지막 날, 스태프들이 제게 젊음을 잃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러다 간 쓸개 다 빼줄 기세다. 영화 '조작된 도시' 속 역대급 악역 캐릭터 민천상의 탄생 뒤에는 오정세의 피 땀 눈물이 있었다. 그는 이 사회가 낳은 괴물 민천상 역할을 표현하기 위해 다이어트는 기본, 머리카락을 밀고 얼굴에 오타반점을 그리고 갈비뼈와 척추 부상 투혼까지 펼쳤다. 박광현 감독의 "민천상은 결핍된 캐릭터"라는 단 한마디에 모두 그가 제안한 아이디어였다.
"박광현 감독님이 먼저 제게 민천상은 피해의식이 뭉쳐 잘못 성장한 인물이라고 제시를 해주셨어요. 이 얘길 듣고 생각해놓은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그걸 실현하려면 제작비가 두 배가 든다고 해서 오타반점을 그리게 됐어요. 제 허벅지에 반점이 있는데 이걸 얼굴에 그리면 괜찮겠다 싶어 말씀드렸죠. 여기에 몸무게 8kg 정도 감량을 하고 머리 앞부분을 밀어 느낌을 살렸어요. 묘하고 처음 보는 신선한 인물로 그리고 싶은 마음에 자세도 신경 썼어요. '꼽추가 아닌가? 이상하네'라는 느낌이 들 정도라만 어깨를 살짝 구부정하게 하고 연기했어요."
5~6개월간 이어진 촬영에 결국 척추가 나갔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후배 지창욱과의 액션신 촬영 도중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오정세는 아찔했던 이 순간을 "덕분에 의미 있는 장면이 탄생됐다"고 기억했다. 정말 못 말리는 천생 배우가 아닐 수 없다.
"연습할 땐 합이 정확하게 맞았는데 제가 본 촬영에서 몸을 약간 돌리다가 창욱이에게 잘못 맞은 것 같더라고요. 이후 장면에서 이 실제 감정을 담아 '갈비뼈 부러진 거 아냐?'라는 애드리브를 넣으면서 불과 0.5초이긴 하지만 의미 있는 신이 만들어졌죠. 하하."
이처럼 매 작품 혼신의 힘을 다해 열연하는 오정세. 촬영장 밖에서도 연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꺼질 새 없다. 그는 일상에서도 오로지 연기 생각뿐이었다.
"일상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메모해놨다가 연기에 접목해요. 음 예를 들어 '저 사람은 왜 얍삽해 보일까? 눈 밑에 점 때문이었구나'라고 혼자 생각한 걸 저장해놓는 것이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필요할 때 끄집어내서 써요. 이번에 민천상의 소리 없는 환호성도 알렉스 퍼거슨 축구감독의 행동을 기억했다가 쓴 것이에요. 그래서 제가 지금도 일부러 대중교통을 이용해요."
그래서일까. 어느덧 데뷔 16차를 맞이했지만 슬럼프란 딴 나라 얘기다. 마치 어린아이가 새 장난감을 본 것처럼 여전히 앞으로 다가올 작품 생각만 하면 설레기만 하다.
"희극을 하면 한동안 희극이 들어오고, 악역을 맡으면 그 다음부터는 계속 악역 캐릭터만 하게 되는데 그때 어떤 분이 '안 속상해요?'라고 물은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전 제가 한 가지만 잘하는, 한정된 스펙트럼의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괜찮아요. 제 안에 도전 정신과 믿음이 있기에 다른 역할로 기존 색깔을 흐리게 만들도록 할 것이에요. 저는 '아버지'에서 손님2를 맡았을 때도 '수취인불명'의 경찰2 역을 연기할 때도 행복했어요. 만약 제가 원했던 민천상 역을 결국 맡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좌절하지 않았을 거에요. 전 기본적으로 행복하게 작업하고 있어요. 그래야 안 지치고 오래도록 연기할 수 있으니까요."
[사진 = 프레인TPC]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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