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큰 기대는 안 해."
올 시즌 외국선수로 홍역을 치르는 모비스. 17일 또 한번 결단을 내렸다. 에릭 와이즈를 내보내고 최근 KBL에 가승인한 허버트 힐을 정식 등록했다. 힐은 이날 오리온전서 데뷔전을 치렀다. 유재학 감독은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아직 몸 상태가 정상적이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모비스가 와이즈를 내보내고 힐을 영입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단 와이즈가 KCC시절과는 달리 시즌 막판 조금씩 한계를 드러냈다. 와이즈는 힘이 좋고 성실해 골밑에서 수준급 활약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공격기술은 단조로운 편이다. 최근에는 심판들에게 부쩍 짜증내는 케이스가 늘었다는 게 유 감독 지적이다. 결국 우선적으로 팀 케미스트리 균열을 방지하기 위해 와이즈를 내보내는 결단을 내렸다.
결정적인 이유는 높이다. 최근 이종현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다. 유 감독은 "발등은 완전히 다 나았는데 아킬레스건은 좋지 않다"라고 했다. 이종현은 15일 kt전에 결장했다. 이날 출전했지만, 완전한 경기력이 아니었다. 힘에서 달리지만, 자신보다 신장이 작은 이승현을 전혀 요리하지 못했다.
유 감독은 "종현이 몸 상태가 갑자기 좋지 않다. 하루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한다. 높이를 보강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라고 했다. 사실 와이즈보다는 기량 자체가 불안정한 네이트 밀러를 내보내는 게 맞다. 그러나 전준범이 부상으로 잔여 정규시즌 출전이 어려워진 상황서 외곽에서 한 방을 갖고 있는 밀러를 내보내는 건 위험부담이 있었다.
모비스는 최근 실전을 치르지 못한 힐의 경기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본에 체육관을 섭외, 약 비자를 발급받을 때까지 1주일간 운동을 시켰다. 하지만, 유 감독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
실제 힐은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 1쿼터 2분36초를 남기고 밀러 대신 투입됐다. 21초만에 골밑 득점을 올렸다. 본래 골밑 득점 감각 자체는 좋은 선수. 리바운드와 블록슛 능력도 있다. 그러나 수비력이 좋지 않다. 유 감독은 "자세가 높다. 바로 고치기가 어렵다"라고 했다.
이종현과 힐의 컨디션과 경기력이 불안정했다. 정통센터가 장재석 뿐인 오리온이 오히려 제공권에서 근소하게 앞서나갔다. 발목이 썩 좋지 않은 장재석이 힐을 그럭저럭 막았고, 이승현도 이종현을 잘 묶었다.
오리온은 제공권 우위를 바탕으로 시종일관 앞서갔다. 애런 헤인즈의 슛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다. 최근 기자는 헤인즈의 노련미가 여전하지만, 득점 폭발력이 떨어졌다고 지적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실제 야투율은 직전시즌 대비 떨어졌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헤인즈는 정제된 찬스를 잘 살렸다. 그러면서 이승현, 허일영에게 충실히 찬스를 살려줬다. 자신의 득점과 연계플레이 비율을 이상적으로 가져가면서, 팀 오펜스의 안정감을 끌어올렸다.
추일승 감독은 "상대 수비를 헤집는 김동욱이 결장하면서 바셋의 역할이 중요하다. 바셋이 부진하면 2~3번 미스매치 공격에 의존해야 한다"라고 했다. 다행히 바셋은 연계플레이에 충실히 임했다. 매치업 상대 양동근을 잘 요리했고, 헤인즈와 국내선수들에게 좋은 찬스를 만들어줬다. 오리온은 허일영, 이승현, 정재홍 등의 3점포까지 적절히 터지면서 3쿼터까지 11점 앞섰다.
반면 모비스는 시종일관 공격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전준범 공백이 컸다. 외곽에서 한 방을 꽂을 선수가 없었다. 양동근의 슛 감각과 폭발력은 여전히 정상적인 수준은 아니다. 이대성이 돌아왔지만, 아직 팀 오펜스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게 유 감독 지적. 실제 이대성은 바셋이나 헤인즈와는 달리 이종현과 힐을 충분히 살리지는 못했다. 이 과정에서 팀 공격흐름이 다소 끊긴 측면도 있었다.
그래도 모비스는 4쿼터 중반까지 대등한 승부를 했다. 경기 막판 제공권에서 대등한 승부를 했고, 속공 비중을 높였다. 경기종료 6분23초전 밀러의 속공 3점포로 6점차까지 추격했다. 그리고 이대성이 함지훈의 속공 득점을 도우면서 경기종료 5분16초전 4점차로 추격했다. 오리온은 순간적으로 리바운드와 공격 응집력이 결여됐다. 모비스는 경기종료 2분21초전 이대성의 3점포로 1점차까지 추격했다.
이후 오리온은 이승현의 자유투 2개로 한 숨을 돌렸다. 모비스 김수찬이 동점 3점포를 터트리자 헤인즈가 경기종료 25초전 우중간에서 중거리슛을 성공, 승부를 갈랐다. 헤인즈의 해결사 기질이 다시 한번 드러난 대목. 한편으로 모비스가 수비에서 압박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이후 모비스는 경기종료 5초전 밀러가 탑에서 3점슛을 던졌으나 에어볼이 됐다. 그렇게 승부가 갈렸다. 오리온의 74-70 승리. 모비스로선 힐 효과가 미미한 상황서 경기 막판 나름 선전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한 경기였다. 오리온은 이겼지만, 모비스에 혼쭐났다. 2위를 확정하지 못해 갈 길 바쁜 상황서 모비스에 패배했다면 치명적일 뻔했다.
한편, 오리온은 경기 전 최근 숨을 거둔 크리스 윌리엄스를 추모하는 영상을 전광판에 상영했다. 윌리엄스는 2011-2012시즌 오리온 외국선수로 뛰었다. 그는 과거 모비스 통합우승의 주역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윌리엄스의 전직 소속팀들이 맞붙어 화제를 모았다. 모비스는 19일 동부와의 홈 경기서 추모의 검은 띠를 부착하고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오리온-모비스전 장면. 사진 = 고양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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