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클래스가 다르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우리은행의 통합 5연패로 막을 내린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 1차전을 TV를 통해 지켜봤다. 유 감독은 "우리은행이 정말 잘하더라. (박)혜진이하고 (임)영희는 클래스가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의 시선은 박혜진에게로 향했다. 유 감독은 "원래 좋은 선수였는데 더 좋아졌다"라고 했다. 박혜진은 올 시즌 13.5점(7위-국내선수 2위), 5.1어시스트(1위), 3점슛 성공률 38.1%(2위), 3점슛 성공 69개(1위), 5.7리바운드(10위-국내선수 2위), 1.5스틸(8위)을 기록했다.
거의 대부분 기록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커리어 하이를 갈아치웠다. 결국 생애 세 번째 정규시즌 MVP에 선정됐다. 그리고 챔피언결정전 MVP 3연패를 차지했다. 올 시즌은 명실상부한 박혜진의 시즌이었다.
박혜진은 지난 1~2시즌 동안 특유의 치고 받는 공격본능이 반감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스로 득점과 어시스트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공격 파괴력이 떨어졌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 시즌 딜레마를 완벽히 해결했다. 위성우 감독이 1번을 맡기면서도 경기운영에 대한 큰 부담을 주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굳이 1번이 경기운영에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정교한 팀 오펜스가 자리잡힌 팀이다.
그러자 박혜진은 특유의 공격본능을 되찾았다. 178cm의 가드 치고 큰 키로 시도하는 저돌적인 돌파와 정확한 중, 장거리포는 WKBL 톱클래스 수준이다. 양손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고, 슛 타이밍이 빠르면서 슛거리마저 길다. 어지간한 접촉에도 슛 밸런스가 흔들리지 않는다. 동 포지션의 수비수 한 명이 정상적으로 막기 힘든 수준으로 진화했다.
대신 위 감독은 박혜진에게 경기흐름에 따라 동료들의 움직임을 체크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렇게 박혜진은 득점과 어시스트에 동시에 눈을 떴다. 그 과정에서 2대2 공격 전개능력이 상당히 좋아졌다. 본인도 "올 시즌은 패스에 재미를 느낀 시즌"이라고 했다. 전주원 코치는 "올 시즌 성과는 1번으로서의 폭을 넓혔다는 점"이라고 했다.
유재학 감독도 이 부분을 주목했다. 그는 "완전히 클래스가 다르다. 일단 지친 걸 본 적이 없다. 40분 내내 같은 에너지를 유지한다"라고 했다. 에이스로서 어떤 상황서도 흔들리지 않는 경기력을 유지하는 원천이다. 상당히 중요한 기본 바탕이다. 그리고 유 감독은 "농구를 알고 한다. 동료에게 줘야 할 때, 본인이 쏴야 할 때를 처음부터 알고 움직인다. 그러니까 팀 공격의 리듬이 끊기지 않는다"라고 했다.
유 감독은 의미심장한 비교를 했다. 박혜진이 비슷한 또래의 이대성(모비스)이나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의 김민구(KCC)는 물론 KBL 최고가드 양동근(모비스)의 전성기보다 나은 측면이 있다고 했다. 유 감독은 "대성이나 민구는 자기가 치고 다니다가 줄 곳을 찾는다. 그러면 죽은 볼이 된다. 혜진이는 그런 게 없다. 치고 들어가다 동료에게 공을 주고 움직인 뒤 다시 공을 받아서 슛을 던지거나 또 연결한다"라고 했다. 이어 "여자농구에선 이경은(KDB생명)도 패스를 잘 한다. 그러나 혜진이가 한 수 위다. 경은이는 화려하긴 해도 본인이 계속 볼을 치고 다니다가 마지막에 준다"라고 했다. 이밖에 유 감독은 "수비력은 말 할 것도 없다. 이미 MVP를 세 번이나 받았는데도 거들먹거리는 것도 없다. 작전타임 때 집중하는 모습도 돋보인다. 심지어 아주 성실하다더라"고 극찬했다.
유 감독 말은 박혜진이 단순히 자신의 득점을 챙기는 걸 넘어 승부처에 결정적인 한 방 능력을 보여주고, 동료를 자유자재로 도우면서 경기운영까지 책임지는 게 다른 선수들과는 클래스가 다르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가드로서 초특급 클래스에 올랐다. 한국여자농구 초특급 가드 계보에 이름을 올렸다.
박혜진은 아직 만 27세의 젊은 가드다. 20대 중, 후반에 정규시즌 MVP만 세 차례 받으면서 톱클래스에 올랐는데 더 올라갈 여지도 충분하다. 전 코치는 "앞으로도 자기가 잘 하는 것을 계속 잘하도록 도우면 된다. 1번으로 뛰되, 이은혜가 1번으로 나서면 2번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박혜진은 "유재학 감독님이 남자대표팀에 계실 때 진천에서 훈련하다가(여자대표팀 소속) 인사를 드린 적 외에는 딱히 개인적으로 대화를 한 적은 없다. 딱 한번, 상대가 프레스를 할 때 공간을 만든 다음에 패스를 하라는 조언을 받은 적은 있다. 나로선 유 감독님이 인사를 받아만 줘도 영광"이라고 웃었다.
[박혜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