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구성이 좋아졌다."
김태형 감독 부임 후 두산불펜의 시즌 초반 구성은 매년 불안했다. 그러나 올 시즌 초반은 지난 2년과는 다르다. 일단 자원이 풍족해졌다. 김 감독은 "구성이 좋아졌다"라고 했다. 일단 지난해 막판 군 복무를 마친 이용찬과 홍상삼이 풀타임을 소화한다.
이용찬은 지난해 11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빠른 재활로 시범경기 최종전서 복귀했다. 복귀전서 불의의 허벅지 타박상을 입었다. 하지만, 시즌 직전 한화 2군과의 연습경기서 건재를 과시했다. 1일 이현호 대신 1군에 합류했다. 1⅔이닝 1피안타 1탈삼진 1볼넷을 기록했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베테랑 김성배와 김승회도 오랜만에 친정에서 풀타임을 소화한다. 우완 정통파 신인 김명신도 있다. 윤명준의 군 입대, 어깨 수술을 받은 정재훈의 재활, 김강률의 햄스트링 부상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시범경기 페이스가 좋았던 조승수, 장민익 등을 1군에서 제외할 정도의 여유도 있다.
마무리는 이현승이다. 김 감독은 재활을 끝낸 뒤 실전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이용찬에게 시즌 초반부터 마무리에 대한 부담을 안기고 싶지 않다. 다만, 김 감독은 "작년 막판에 더블마무리(이현승-이용찬)를 써보니까 의외로 괜찮더라. 올해도 상황에 따라 그렇게 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더블마무리의 장점은 경기 막판 상대타자의 유형에 따라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그리고 상대 흐름을 끊는 교체도 가능하다. 두 사람이 사실상 지난해 정재훈과 이현승 역할을 번갈아 소화한다고 보면 된다. 이현승은 1일 잠실 한화전서 1⅔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불안감을 노출했다. 그러나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
그 다음이 중요하다. 이현승과 이용찬을 보좌할 자원들이 수두룩하다. 김 감독은 "홍상삼, 김성배, 김승회, 김명신을 기용하겠다"라고 했다. 모두 우완이다. 사이드암 김성배가 있다. 그러나 시즌 초반 김 감독의 필승계투조 구상에 좌완은 사실상 없다. 이현호가 유일한 좌완 불펜이다.
김 감독은 "왼손이 부족하지만, 수 싸움이 되는 우완 위주로 끌고 가겠다"라고 했다. 베테랑 김성배와 김승회를 염두에 둔 발언. 두 사람은 노련한 투구를 한다. 김성배는 지난달 31일 개막전서 이현승 대신 임시 마무리로 등판, 1이닝을 깔끔하게 요리했다.
왼손투수를 써도 된다. 이현호가 있고, 2군에는 시범경기 활약이 좋았던 장민익도 있다. 다만, 경기 중반 박빙 상황서 다양한 수싸움에 대처하는 능력이 우완 베테랑들보다 부족하다. 어차피 현대야구는 기계적인 좌우놀이가 큰 의미 없다. 컨디션과 수 싸움 중심으로 필승계투조를 편성한 김 감독의 선택은 바람직하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신인 김명신이다. 김 감독은 "김명신을 상황에 따라 롱릴리프로도 활용하겠다"라고 했다. 선발이 일찍 무너질 때 2~3이닝을 소화하면서, 필승계투조로 연결할 수 있다. 이미 승패가 넘어간 상황서 다른 투수들을 아낄 수도 있다.
김명신은 지난해 마무리캠프 때부터 김 감독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 감독은 "마운드에서 싸울 줄 안다. 도망가지 않는다. 벤치에서 보면 마음이 편하다. 강약조절이 좋고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한다"라고 했다. 실제 김명신은 스트라이크 존 외곽을 공략하는 제구력과 배짱이 좋다. 시범경기서 단 1개의 볼넷도 내주지 않았다. 1일 한화전서 안타 1개를 맞았지만, 나쁘지 않았다.
김명신은 구위 자체로 타자들을 압박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패스트볼 140km 후반을 넘기지 못하는 스타일. 당장 메인 셋업맨을 맡는 건 어렵다. 김 감독도 "아직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지는 못한다"라고 했다.
대신 경기 흐름에 따라 롱릴리프를 맡아 1군 타자들을 충분히 상대해보라는 김 감독의 배려가 엿보인다. 김 감독은 "자질만 놓고 보면 더 좋아질 수 있는 투수다. 구속도 지금보다는 더 나올 것 같다"라고 했다. 현재의 필승계투조 짜임새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미래의 필승계투조 혹은 선발감을 육성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용찬(위), 김명신(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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