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더 보여줘야지."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 모비스 네이트 밀러에 대한 농구관계자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몇몇 관계자는 "신입 외국선수들 중에서 최고"라고 평가했다. 유재학 감독도 시즌 개막 전 "20점 정도는 꾸준히 넣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 감독은 양동근의 체력안배와 시즌 초반 이대성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밀러를 포인트가드로 쓸 계획까지 세웠다. 그러나 밀러는 경기운영은 둘째치고 KBL과 모비스 특유의 공수시스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심지어 시즌 초반에는 햄스트링 부상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돌아왔지만, 모비스 공격력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유 감독은 "시즌 전에 봤던 그 모습이 아니다." "슛을 던질 때마다 폼이 다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모비스는 올 시즌 외국선수 교체가 잦았다. 유 감독도 "외국선수 선발에 실패한 시즌"이라고 했다. 그래도 밀러는 살아남았다. 일단 성실했다. 그리고 시즌 중반까지 팀 훈련에 불성실했던 찰스 로드가 더욱 골치 아팠다. 팀 사정상 외곽에서 휘젓거나 슛을 던질 자원이 부족했던 것도 밀러로선 행운이었다. 어쨌든 밀러는 외곽공격이 가능한 선수이기 때문.
밀러는 시즌 막판까지 유 감독에게 완벽하게 믿음을 사지 못했다. 사실상 탁월한 스틸 감각을 보여준 게 전부였다. 그러나 정작 동부와의 6강 플레이오프 1~2차전서는 공수에서 건실한 활약으로 모비스에 크게 보탬이 됐다. 주특기 스틸과 수비는 기본옵션이다. 자신보다 큰 김주성을 효과적으로 막았다. 빅맨들에게 투입되는 볼을 중간에서 긁어내면서 동료들과 속공을 효과적으로 전개했다. 여유가 생기자 전준범 등 국내선수들에게 어시스트까지 했다.
모비스는 2차전 2쿼터에 동부의 지역방어를 공략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그러나 동부가 후반전에 지역방어를 사용하지 않자 밀러가 곧바로 존재감을 발휘했다. 과감한 돌파로 점수를 만들었다. 스피드가 빠르지 않지만, 스텝이 가볍고 경쾌하다.
밀러는 "플레이오프서는 집중력을 높이려고 한다. 올 시즌 나름대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시즌 초반에는 부상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일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출전시간이 늘어난 것도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됐다"라고 했다.
외국선수들은 자신이 세컨드 옵션이 아니라 메인 옵션으로 뛸 때 좀 더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시즌 막판 영입한 허버트 힐의 적응이 늦어지면서 시즌 막판부터 밀러가 메인으로 뛰고 있다. 그러자 살아난 측면도 있다. 유 감독도 "주전으로 뛰면서 좋아진 것 같다"라고 했다.
밀러의 승부욕이 2차전 하프타임에 드러났다. 유 감독은 "밀러가 직접 국내선수들을 불러모아서 말을 하더라. 그런 모습은 처음 봤다. 의욕을 갖고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라고 했다. 밀러는 "슛이 들어가지 않아도 자신감을 잃지 말고 수비부터 하자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밀러가 모비스에 적응하고 있다는 증거다.
밀러에게 마지막 관문은 선수를 보는 눈이 까다로운 유 감독의 믿음을 사는 것이다. 유 감독은 밀러의 1~2차전 연속 활약에도 "더 보여줘야지"라며 말을 아꼈다. 잘하고 있지만, 더 꾸준히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 모비스가 내, 외곽 공격의 조화를 갖추고, 수비조직력을 극대화하려면 밀러의 경기력이 꾸준해야 한다. 유 감독은 2차전 직후 "밀러가 밀러타임을 보여줬다"라고 했다. 유 감독 입에서 이 말이 더 많이 나와야 모비스도, 밀러도 웃을 수 있다.
[밀러.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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