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사임당(이영애)이 조선판 걸크러시의 면모를 보였다.
6일 밤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극본 박은령 연출 윤상호, 이하 '사임당')에서 사임당(이영애)은 여성 최초로 어진화사(왕의 얼굴을 그리는 화원)가 됐다.
조선시대는 유교와 남존여비 사상으로 여자는 실력이나 자격에 관계 없이 관직에 들 수 없다는 법이 있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사임당의 어진화사 임명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른바 '유리천장'을 깨는 일이었던 것. '유리천장'은 현대사회에도 역시 존재하는 남녀차별을 일컫는데, 여성의 사회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의 장벽을 뜻한다.
당시 남존여비 사상은 사임당은 물론이고, 그의 딸까지 힘들게 했다. 딸은 "어머니, 왜 여자는 관직에 들 수 없느냐"며 "제가 실력으로 1등인데, 여자라는 이유 만으로 조선 최고의 화원이 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냐"고 따져 물었다. 사임당은 "어미도 어릴 적 그렇게 생각한 적 있다"며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올 것"이라고 희망을 전했다.
의성군 역시 실력과 관계 없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나랏일을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의성군은 사임당이 어진화사에 지원할 수 있게 도왔고, 사임당은 당당히 실력으로 1등에 올랐다. 그러나 다른 관원들은 그림의 주인이 신사임당이란 걸 알고 기함하며 반대했다. 의성군은 사임당의 실력을 주장하며 어진화사 임명을 요구, 대리청정 중인 세자의 허락을 받았다.
사임당은 어진화사로 임명됐지만, 여자가 도화서의 주관화사가 됐다는 사실에 관원들의 반발과 비난이 거셌다. 사임당은 침착하고 꿋꿋하게 버텼다. 그리고 중종(최종환) 앞에 섰다. 중종 역시 어린 시절, "여자는 왜 상소를 올릴 수 없느냐"고 묻던 사임당을 기억하고 있었다. 중종은 "기억하느니라, 너를. 금강산에 가겠다고 상소를 올리겠다던. 참으로 당돌한 여자 아이였다"라며 "그 당돌함이 지금 이 자리를 만들었음이겠지"라고 말했다.
사임당은 당당하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 "전하의 상 뿐 아니라 영까지 기운이 생동하도록 그려보겠습니다." 이에 중종은 과거 사임당 아버지와의 악연을 거들먹거리며 "혹여 그리는 이의 마음 속에 작은 원망이라도 있다면 그것이 가능하겠느냐. 너의 답이 듣고 싶구나"고 시험했다. 사임당은 "선친께서 살아계셨다면 지금의 저를 분명히 자랑스러워하셨을 겁니다. 하여 전하의 얼굴 이 나라 조선의 얼굴을 성심껏 그려보이겠습니다"고 답했다.
실력으로 유리천장을 깨 부신 사임당은 당당하고 힘찬 자세로 왕 앞에서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며 신중하게 붓을 들었다. 그 모습은 과연 조선판 걸크러시 다웠다.
[사진 = SBS '사임당' 방송화면 캡처]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