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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실내체 김진성 기자] "4라운드 이후 2~3쿼터에 오히려 마이너스였어요."
삼성 이상민 감독은 라커룸에서 솔직하게 말하는 스타일이다. 시즌 중반 이후 마이클 크레익 효과는 없었다. 골밑에서 묵직하게 공격하고, 팀 오펜스와의 효과적인 비율을 선보이면 삼성은 무적이 된다.
하지만, 크레익은 가드출신답게 어시스트 욕심이 매우 강하다. 볼 소유욕도, 소유시간도 길었다. 시즌 막판에는 외곽에 나와서 무리한 플레이를 많이 했다. 삼성 전력이 시즌 막판 크게 휘청거린 건 크레익의 불안정한 경기력이 결정적이었다.
전자랜드와의 6강 플레이오프 1~4차전도 마찬가지였다. 전자랜드에 패했던 2~3차전서 크레익은 팀 오펜스를 무너뜨렸다. 4차전서 각성의 조짐이 보이긴 했다. 이 감독이 출전시간을 조절했고, 주희정, 이관희, 이동엽 등 국내 백업들을 적극 기용했다. 2~3쿼터에 김준일이 출전하기도 했다. 이 감독의 선수기용폭이 다양화되면서 4차전을 잡았다.
8일 5차전. 이 감독은 여전히 크레익이 걱정이었다. 경기 전 "아직도 그대로다. 외곽에서 무리하게 하려고 하고, 오히려 본인한테 패스를 안 한다고 말한다. 직접 본인에게 팀 공격이 집중됐다고 말해줬다"라고 했다. 이어 "또 본인이 뭘 잘못하는지는 안다. 내가 말하면 알았다고 수긍은 잘 한다"라고 웃었다.
크레익은 1쿼터 20초를 남기고 리카르도 라틀리프 대신 투입됐다. 삭발을 하고 나타났다. 그만큼 승리에 대한 의지, 자신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는 듯했다. 1쿼터 종료 직전 탑에서 김준일에게 절묘하게 패스를 건네 김준일의 뱅크슛을 도왔다. 김준일은 포효했다. 삼성의 사기가 1쿼터 종료 동시와 함께 급격히 올랐다.
크레익의 주요활동시간은 역시 2~3쿼터. 시리즈 내내 처절한 체력전을 펼친 전자랜드는 4차전 후반부터 체력이 떨어지는 징후가 보였다. 높이에서 밀리니 앞선을 압박하는 전술이 유일한 무기였다. 5차전에도 몇 차례 기습적인 트랩이 있었다. 크레익이 두 차례 하프라인바이얼레이션에 걸리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안정감에서 시리즈 초반과는 달랐다. 주요활동지점은 여전히 외곽이었으나 매치업 상대 켈리의 움직임에 따라 골밑도 공략했다. 날카로운 패스로 팀 오펜스를 이끌었고, 그 과정에서 볼 소유시간도 길지 않았다. 직접 득점까지 올렸다. 삼성이 주도권을 잡기 시작한 계기도 크레익의 팀 공헌과 궤를 함께 했다.
크레익은 3쿼터 종료 2분50초전 켈리를 수비하다 파울트러블에 걸렸다. 그러나 버텨냈다. 이후 이동엽의 중거리슛을 도왔고, 47초전에는 직접 3점포도 터트렸다. 위축되지 않았고, 이 감독도 크레익을 3쿼터 내내 기용했다.
크레익은 4쿼터에 출전하지 않았다. 결국 삼성은 라틀리프가 골밑을 장악하면서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마무리는 라틀리프가 했지만, 승부의 추는 크레익이 움직였다고 보는 게 맞다. 그리고 삼성에 크레익 딜레마는 여전히 중요하다. 완전히 해결했다고 보기도 무리가 있다. 크레익의 경기력이 매일, 매 경기 다르기 때문이다.
4강 플레이오프 상대 오리온이 이 부분을 파고들 여지가 있다. 오리온은 풍부한 선수층으로 한 차원 높은 체력전과 팀 오펜스를 선보이는 팀이다. 오리온은 신장과 스피드를 갖춘 자원들이 즐비하다 추일승 감독의 세부적인 팀 디펜스 구축으로 크레익 효과를 반감시킬만한 힘이 있다. 실제 삼성이 정규시즌서 오리온에 2승4패로 밀리는 과정에서 크레익 효과는 없었다.
결국 삼성은 오리온과의 4강 플레이오프서도 크레익이 중요하다. 크레익이 6강 플레이오프 5차전같은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오리온의 대처도 중요하다.
[크레익. 사진 = 잠실실내체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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