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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 스타 아지트 인터뷰는 마이데일리가 새롭게 선보이는 콘셉트의 인터뷰입니다. 기존 정형화된 인터뷰에서 벗어나 스타가 추천한 자신의 아지트에서 더욱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습니다. 마음 속 품어 온 진솔한 이야기, 스타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밝히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전달할 예정입니다.
배우 손수현은 요새 뭘 하고 지낼까요? 보통 TV에서 얼굴을 보지 못하면 그 스타가 활동이 뜸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수현도 그런 경우죠. 약 1년 반 동안 손수현은 단편영화, 저예산 장편영화에 출연하고 최근에는 연극 무대에도 올랐습니다. 곧 자신의 작품이 초청 된 전주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도 밟을 예정이죠.
손수현이 추천한 레코드 카페 ‘라디오 데이즈’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손수현은 잠시 만나는 것보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면 더 진가를 발하는 배우입니다. 방송에서 흔히 표기하는 것과 달리, 우리가 평소 나이를 세는 식으로 하자면 올해 서른을 맞았습니다. 직접 만나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눈 그는 자신의 나이대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로 진중하고 올곧으며 깊은 생각을 지녔습니다. 원하는 바, 나아가야할 바가 확실한 배우죠. “제 모습 자체가 아름다워져 자연스럽게 이 일을 함에 있어서도 뿜어져 나왔으면 좋겠다”는 손수현과의 인터뷰입니다.
(★아지트 인터뷰②에서 계속)
- 초심으로 돌아가 배우로서 손수현을 다듬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가 국악을 전공해 오랫동안 음악을 해왔어요. 중학교 때부터 10년 넘게, 20대 초반까지 계속 음악을 했죠. 당연히 ‘평생 음악을 하겠구나’라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그 때는 편협하게 ‘이건 진짜 싫고, 이건 영원히 좋을 것’이라는 판단을 함부로 했던 것 같아요. 요즘에는 사람의 인생은 어떤 상황, 사람을 만나고 주어지느냐에 따라 시시각각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느끼고 있어요. 그 때 제가 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함부로 그런 말을 안 하려고요. (웃음) 그렇게 평생 음악을 할 것이라 장담하고 살았어요. 제가 연기를 할 거라고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고요. 조심스럽고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처음에는 사명감도, 직업의식도 없었던 것 같아요.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당시의 전 연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듯해요. 그런데 연기는 학문이더라고요. 사람을 이해하고, 알아야하고, 노력해야 하고, 분석해야 하고.”
- 생각지도 못하다 우연한 기회에 배우가 된 경우 더 그렇게 느껴진다고 하더라고요.
“예로 들기 쉬운 게 피아노인 것 같아요. 피아노는 누르기만 하면 소리가 나니까 쉽게 느껴지지만 막상 배우면 어렵잖아요. 연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말을 할 줄 알고 글을 읽을 줄 아니까. 처음에는 그래서 큰 고민 없이 시작했던 것 같아요. 제가 아쟁을 시작할 때도 어머니가 권유해주셔서 하게 됐거든요. 그렇게 시작했던 게 숙제가 됐고, 잘하고 싶은 일이 됐고, 사명감도 느끼게 됐죠. 하다보면 뭔지 알겠고, 알면 알수록 어렵고. 모든 게 똑같은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평생 할 줄 알았는데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게 아닐 수도 있겠구나’라는 걸 느끼게 되는 일들 같아요. 제가 나오는 모습을 보며 반성을 정말 많이 했어요. 부끄러웠고요. 막연하게 ‘저건 아닌데’ 싶기도 하고. 그래서 잘하고 싶고, 뭔가 경험을 많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그럼 배우 손수현을 위해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연기 레슨을 받았어요. 연극 때문에 쉬기는 했지만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연주를 하기 위해 활대를 수백 번 긋잖아요. 그런 것처럼 전달하는데 있어 기술이 필요하지만, 그것 또한 자신만의 방법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아직 저만의 기술적 방법이 무엇인지 스스로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전 에너지가 잘 표출되지 않는 사람인데 이번에 연극을 하면서 처음 에너지를 크게 분출해봤어요. 이럴 때는 내가 편하고, 이럴 때는 불편하고를 극단적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였죠. 제가 연기를 함에 있어 어떠한 캐릭터를 맡아 분석하고 알아가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들을 기울일 테지만, 최대한 (많은 것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을 열어두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 다른 이야기도 좀 해볼게요. 삶이 ‘나혼자 산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와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얘기를 나눠보니 털털하고 솔직하고 엉뚱한 매력도 보이고. 반려묘와 손수현이라는 집사(고양이 주인)의 그림도 신선할 듯 싶고.
“제의가 오면 감사하죠. 그런데 제가 말도 잘 못하고 재미도 없고 예능감도 없어요. 거의 집에 있고 밖에도 많이 안 나가고요. 예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데 ‘나혼자 산다’는 카메라만 있는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가 집에서 하는 게 별로 없는데 괜찮을까요? (웃음)”
-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팬이기도 하죠? 그럼 ‘무한도전’은 어때요?
“‘무한도전’ 보는 걸 좋아해요. 막연하게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지만, 시청자로서 출연해보고 싶은 것이지 게스트로 출연한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요즘 국민내각 특집을 보니 시청자분들이 국민의원으로 출연하시더라고요. 그런 식이면 좋지 않을까요? 물론, 출연할 수 있다면요. (웃음)”
- 이제 마무리를 해볼게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사실 배우라는 말이 아직도 민망해요. 연기를 하는 삶이 실제 제 삶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 모습 자체가 아름다워져 자연스럽게 이 일을 함에 있어서 뿜어져 나왔으면 좋겠어요. 제가 맡은 일을 잘 하기 위해 제 인생을 잘 보내고 싶어요.”
- 그렇다면 어떤 인생이 ‘잘 보낸’ 인생일까요?
“대단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상을 잘 보낼 수 있는 사람이요. 연기를 함에 있어서 일상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어요. ‘많은 경험을 해라’라는 말도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해요. 많은 것에 감사하고 하나하나 감각을 열어두면 되지 않을까요. 이런 것들을 허투로 흘려보내면 멋있는 사람이 되지 못할 것 같아요.”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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