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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영화 '아빠는 딸'이 식상한 영혼 체인지 설정을 맛깔나게 활용, 온 가족이 공감할만한 코미디물을 완성했다.
'아빠는 딸'은 일본 인기 소설 이가라시 다카히사 작가의 '아빠와 딸의 7일간'을 원작으로 한 작품. 만년 과장 원상태(윤제문)가 하루 아침에 여고생 딸 원도연(정소민)으로 몸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혼 체인지는 그동안 다수의 작품에서 다뤄온 단골 소재다. 김형협 신인 감독은 이 식상함을 생활밀착형 에피소드로 메꿨다.
영화는 시작부터 공감을 자극한다. 옆에 있는 다 큰 딸을 두고 자녀의 어린시절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찔끔 흘리는 아버지 원상태. 가장 가깝고도 먼 사이가 되어버린 부녀지간을 시사한다.
"난 크면 아빠랑 결혼할 거야"라고 사랑스럽게 얘기하던 딸은 어느새 훌쩍 자라 "아빠가 나에 대해 뭘 알아!"라고 외친다. 아빠 역시 기승전 '공부'로 맞받아치며 애증에서 시작된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간다.
자연스럽게 대화는 단절되고, 원상태 부녀처럼 엄마라는 매개체를 통해서만 소통하던 이들을 뜨끔하게 만든다. 특히 "아빠 속옷하고 빨래 섞이지 말랬지?"라며 괜스레 엄마에게 짜증을 부리는 예민한 사춘기 소녀 감성과 집밖에 나서는 순간 서로를 모른 체하는 모습, 가족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휴대전화 삼매경에 빠진 태도 등 익숙한 그림들이 스크린으로 옮겨져 절로 감정이입을 이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무심코 했던 행동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영화의 관건은 영혼 체인지의 표현 수위. 영리하게도 단순 외적인 면에만 집중하지 않고 내면에 포커스를 맞추며 웃음과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가장의 무게, 청춘들의 미래에 대한 고민 등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몸이 바뀐 원상태가 딸에게 강조하는 유의사항은 "회사에서 절대 책임지겠다는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그럴 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만 답해라"이다. 이는 십수 년 직장인으로 살며 얻은 뼈아픈 교훈. 책임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함부로 입 밖에 꺼낼 수조차 없는 단어였다.
아빠의 몸이 된 도연이 신체 변화를 체감하는 장면에서도 뜻밖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우리 아빠가 언제 이렇게 늙었지?"라며 세월의 나이테인 주름을 어루만지고 "조금만 뛰어도 힘들다"며 숨 가빠 하는 모습은 가슴이 저민다.
김형협 감독은 "사실 처음에는 뒤바뀐 캐릭터의 외적인 부분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다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것을 찾게 됐다. 바로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라며 "소민이가 생각하는 아빠, 윤제문 선배가 생각하는 딸의 마음을 어떻게 보여줄까에 대해 더욱 초점을 맞춰 작업했다"고 전했다.
윤제문과 정소민의 케미는 기대 그 이상이다. 두 사람은 각각 여고생, 아재 연기를 능청스럽게 완벽 소화했음은 물론, 실제 같은 부녀 호흡으로 몰입감을 높였다. 소소한 이야기를 더욱 큰 울림으로 퍼질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었다.
영혼이 뒤바뀌는 과정을 얼렁뚱땅 넘겨버리는 치명적 허점이 있긴 하지만, 모처럼 아빠와 함께 보기에 제격인 영화다.
[사진 = 메가박스 플러스엠]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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