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배팅볼 많이 치는 게 의미가 있나."
두산은 9일 잠실 넥센전까지 팀 타율 0.225(9위)에 그쳤다. 그날 3안타 2득점으로 철저히 침묵했다. 그 정도로 대부분 타자의 타격감이 바닥이었다. 타선 침묵은 4연패를 불렀다. 타자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민병헌, 김재환, 허경민, 국해성이 10일 서울 잠실구장 실내연습장을 찾았다. 모든 야구선수가 쉬는 월요일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특별타격훈련(이하 특타)을 자청했다. 두산 관계자는 "피칭머신에서 나오는 볼을 300개 정도 쳤다. 민병헌이 제일 열심히 했다"라고 말했다.
정작 김태형 감독은 선수들의 자발적 특타를 탐탁지 않게 바라봤다. 김 감독은 "안 맞는다고 해서 계속 공만 치면 뭐가 달라지나. 80km짜리 배팅볼 쳐봤자 의미가 없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만 받는다. 좋아질 게 없다"라고 했다. 이어 "어차피 타석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차라리 술 한잔 하면서 잊어버리는 게 낫다"라고 덧붙였다.
타격부진에 대한 대처법은 정형화된 해답이 없다. 훈련량을 늘려 자신을 극한의 상태로 몰아가야 한다고 믿는 감독도 있다. 반대로 많은 훈련량에서 찾아오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계하는 김 감독도 있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타격 매커닉에 문제가 있다면 연습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라면서도 "타격 매커닉에 문제가 없다면 쉬면서 분위기를 바꾸는 것도 괜찮다"라고 했다.
중요한 건 김태형 감독과 선수들의 유연한 대처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엑스트라 타격훈련을 권하지 않는다. 하지만, 굳이 월요일 타격훈련을 소화한 선수들에게 "앞으로 절대 그렇게 하지 마라"고 지시하지는 않았다.
김 감독은 부임 이후 주축 선수들에 대한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했다. 훈련량을 알아서 조절하도록 배려했다. 월요일에 타격훈련을 했다면 그건 그 선수의 선택이다. 그 선택에 따른 결과도 해당 선수가 책임지면 된다는 게 김 감독 지론이다. 두산은 지난 2년간 그 속에서 선수들의 개성을 살려냈고, 개개인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했다. 한국시리즈 2연패 원동력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 입장에선 잘 안 맞으면 초조해질 수 있다. 나 역시 그랬다"라고 웃었다. 특타에 나선 선수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그래서 그들의 개성을 존중하는 유연함을 발휘했다. 11일 잠실 KIA전서 민병헌은 4안타 3타점, 김재환은 2안타 3득점, 국해성이 1안타 3타점, 허경민은 3안타 4타점을 각각 기록했다. 월요일 자발적 특타는 분명 효과가 있었다.
민병헌은 "여름에는 훈련량을 줄이는 편이다. 그러나 힘이 남아있는 봄에는 훈련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도 필요하다. 폼을 다시 만들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제일 잘 맞는 폼을 찾아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민병헌은 "감독님은 월요일에도 타격훈련을 하면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더 받을 것을 우려해서 그런 말씀(특타 반대)을 한 것 같다"라고 했다. 자신은 특타를 소화했지만, 김 감독의 의도도 충분히 이해한다.
월요일에 특타를 하지 않았던 타자들도 11일 경기서 일제히 살아났다. 역시 타격부진에 대한 대처법에는 정답이 없다. 김 감독이 유연한 사고로 선수들에게 자율을 부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선수 개개인의 개성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문화가 형성됐다.
그러자 두산 타자들은 타격부진이라는 난제에 자신들만의 방식대로 답을 내놓았다. 21안타 16득점으로 KIA 마운드를 초토화했다.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 다양해지면, 팀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
[김태형 감독과 민병헌(위), 민병헌과 김재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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