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패션이 뭣이 중헌디. 역할을 위해서라면 단벌 숙녀도 마다 않는 여배우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천우희.
여자라면 누구나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는 지난해 영화 '곡성'에서 러닝타임 내내 다 낡은 야상 점퍼 단 한 벌로 스크린을 누볐다. 그의 전작 '한공주', '카트', '뷰티인사이드'에서 역시 다르지 않다. 신작 '어느날'에서도 마찬가지. 이번엔 하늘색 니트 패션이 전부라 볼 수 있다.
"저도 사람인지라 물론, 예뻐 보였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연기에 대한 욕심이 가장 크기 때문에 괜찮아요. 연기를 잘하고 싶은 이 마음이 제 힘의 원천이에요. 정말 잘하고 싶어요."
이러니 작품에서 단벌 숙녀로 등장해도 반짝반짝 빛이 난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영적인 존재, 시각장애인 미소 캐릭터를 완벽 소화했다. '곡성'에선 미스터리한 영혼을 표현했다면 '어느날'에선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발랄한 영혼의 소유자로 변신했다. 존엄사, 삶과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하지만 전에 없던 밝은 역할을 맡아 반전 매력을 드러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머릿속에 딱 그려진 미소는 바람 불면 날아갈 것은 여리여리한,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여성의 이미지였어요. 누구나 생각하는 그런 모습이었죠. 너무나 많이 봐온 역할이기에 뭔가 달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관객분들이 식상하게 느끼는 건 싫거든요. 비록 내가 연기를 하지만 내 입장에서 봤을 때, 관객분들이 봤을 때 모두 재밌어야 해요. 식상함에서 탈피하고자 더욱 친근하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천우희의 열연은 배우 김남길을 만나 더욱 빛을 발했다. 김남길이 맡은 강수 캐릭터는 혼수상태에 빠진 미소의 영혼을 유일하게 보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 본인조차 외면했던 마음의 상처를 마주하고 치유해나간다. 정서적 교감을 나누며 환상의 케미를 이뤘다.
"남길 오빠와 호흡이 잘 맞았어요. 선배로서, 오빠로서도 모든 것을 잘 챙주셔서 되게 감사했죠. 다른 현장에서도 늘 그렇게 신경 써주신다고 소문이 자자했어요. 제가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주연배우로서 보여줘야 할 행동들에 대해 잘 몰랐는데 그런 걸 케어해주시고 도와주셨어요. 오빠 덕분에 편하게 촬영할 수 있어서 고마워요. 현장에서 어깨동무하면서 형제처럼 지냈답니다(웃음)."
비록 영화는 저조한 흥행 성적을 기록 중이지만 천우희는 '믿고 보는', '30대 대표 여배우'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쏟아지는 극찬에 몸을 낮추는 겸손함을 보이며, 제35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수상 이후 자신의 평가에 대한 속내를 털어놨다.
"믿고 보는 배우 수식어를 벌써 달다니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감격인데 한편으로는 부담도 돼요. 또 저 스스로한테 욕심이 있기 때문에 점점 강박증세가 생기기도 해요. 이런 감정들을 긍정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과연 천생 배우가 따로 없다. 응축된 고민과 갈증을 연기로 푼다는 천우희. 그는 "머물러 있는 건 싫다"면서 뜨거운 열정을 드러냈다.
"제가 배우 일을 하면서 항상 조심하려고 하는 건 바로 게으름, 자만, 안주하는 것이에요. '이 정도는 괜찮았어'라고 생각한다면 분명 성장하지 않을 것이란 말이에요. 머물러 있는 건 싫어요. 단 1mm라도, 조금이라도 성장하고 싶어요. 이게 괴로움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값지게 다가와요. 연기는 정말 하면 할수록 점점 어려워지고 힘든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선배님들은 무척 대단하세요."
"다양한 장르, 캐릭터가 욕심 나지만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기 싫다고 피할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석대로 가는 길이 있으면 옆길로도 새나가고 싶어요. 그동안은 여러 조건, 타이밍도 안 맞아서 드라마 출연이 어려웠는데 앞으로는 생각을 열어보려고 해요."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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