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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결국 외국인 에이스들의 영양가 싸움이다.
삼성과 오리온의 4강 플레이오프는 최종 5차전까지 간다. 1~2차전서 삼성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오리온 트랩 수비를 완벽히 해체했다. 외곽포까지 기대 이상으로 폭발했다. 반면 오리온은 실전감각이 떨어지면서 극악의 야투율을 보였다. 오데리언 바셋은 삼성의 지역방어 어택에 실패했다. 골밑에선 라틀리프 수비가 붕괴되는 동시에 리바운드 응집력마저 무너졌다.
3~4차전 양상은 달랐다. 오리온이 경기력을 완벽히 끌어올렸다. 특유의 효율성 높은 패스게임과 미스매치에 의한 외곽포가 정상화됐다. 반대로 1~2차전서 외곽슛 감각이 좋았던 삼성의 슛 감각이 뚝 떨어졌다. 자연스럽게 라틀리프에 의한 단순한 공격패턴으로 돌아갔다. 오리온은 라틀리프에 대한 트랩을 조금씩 변형하면서 대응, 최대한 버텨낸 끝에 삼성을 잇따라 잡아냈다.
결국 5차전까지 갔다. 5차전 역시 두 외인 에이스, 헤인즈와 라틀리프 싸움이다. 헤인즈는 3~4차전서 특유의 노련함을 회복했다. 삼성은 헤인즈와 바셋이 동시에 뛸 때 지역방어를 시도, 바셋을 떨어져서 수비하면서 헤인즈를 집중 견제, 두 외국선수를 동시에 봉쇄했다.
그러나 헤인즈가 3차전 이후 공격지점을 다변화하면서 삼성 팀 디펜스를 무너뜨렸다. 그리고 추일승 감독은 기복이 심한 바셋의 출전시간을 줄였다. 이승현은 "연습할 때는 바셋을 위한 패턴도 하고 자신 있게 슛도 던지라고 한다. 재석이 형이나 헤인즈와 함께 뛸 때 내가 3번을 본다"라고 했다. 하지만, 5차전서도 바셋이 완전히 살아난다는 보장은 없다.
결국 오리온은 5차전서도 승부처서 헤인즈가 특유의 노련미와 응집력을 살려야 한다. 추 감독은 "헤인즈가 가드가 아니다 보니 경기운영할 때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라고 했다.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다. 오리온으로선 헤인즈가 경기 막판에 결정적인 활약과 함께 경기흐름을 잡을 때 득점을 해내면 된다. 삼성은 3~4차전서 헤인즈에 대한 해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삼성의 라틀리프 의존도는 별 다른 방법이 없다. 이상민 감독은 "5차전서 외곽포가 터지면 자신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본래 삼성의 외곽포가 좋은 편은 아니다. 이 감독도 "임동섭의 슛 밸런스는 깨졌다"라고 했다. 문태영의 비중을 높일 수는 있다. 그런데 오리온도 풍부한 포워드진을 앞세워 문태영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는 있다.
추 감독은 "5차전은 초반 주도권 싸움이다"라고 했다. 삼성에도 해당된다. 오리온은 라틀리프에게 40분 내내 트랩을 완벽히 할 수 없다. 체력적 부담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내줄 점수는 내주고, 경기흐름상 잡아야 할 때만 육탄방어를 통해 잡아낸다. 이승현도 "라틀리프에게 다득점을 내주는 건 신경을 쓰지 않는다"라고 했다.
오리온은 4차전 전반전에 주도권을 잡자 후반전에 라틀리프에 대한 트랩 빈도를 낮춰 자체적으로 체력 안배를 했다. 라틀리프는 전반전에 쉬운 슛을 많이 놓쳤고, 트랩에 재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오리온이 경기 막판 승부처에 힘을 쏟았다. 막판에 추격을 허용했지만, 끝내 버텨냈다. 라틀리프가 다득점했지만, 결과적으로 영양가는 높지 않았다. 오리온은 경기 막판 라틀리프를 놔두고 삼성 외곽슛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추 감독도 "오히려 경기흐름상 외곽슛을 내주는 게 라틀리프에게 2점을 내주는 것보다 낫다고 봤다"라고 털어놨다. 주도권을 잡았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해야 했다.
결국 삼성으로선 5차전 초반 라틀리프에 대한 트랩 디펜스를 극복, 대등하게 승부를 이끌어가야 한다. 초반에 적절히 외곽포가 터져야 한다. 그래야 막판까지 오리온과 대등한 승부를 펼칠 수 있다. 동시에 오리온에 경기 막판까지 라틀리프 수비에 대한 부담을 안길 수 있다.
라틀리프는 볼 소유욕이 높다. 3차전서는 경기 도중 문태영과 가벼운 언쟁을 했다. 이 부분이 경기 집중력을 높이는 단초가 된다면 오히려 좋은 흐름으로 이어갈 수 있다. 이 감독도 "시즌 중에도 종종 있었던 일"이라고 신경 쓰지 않았다. 외곽포가 터지면 금상첨화지만, 라틀리프가 초반부터 골밑에서 꾸준히 득점하면서 상대에 리바운드를 많이 내주지 않으면 승산이 있다. 두 외국인 에이스의 공헌과 영양가에 따라 5차전 희비가 엇갈리게 돼 있다.
[헤인즈와 라틀리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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