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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대의 음악노트]
써드 맨 레코드(Third Man Records)라는 곳이 있다. 2001년 잭 화이트가 설립한 인디 레이블로 개러지록과 블루스록, 컨트리와 포크 뮤지션들이 두루 포진해있는데 잭의 밴드 화이트 스트라입스와 이소라의 8집에도 영향을 준 데드 웨더(The Dead Weather)가 모두 이 레이블 소속이다. 닐 영의 34번째 솔로작 ‘A Letter Home’도 이곳에서 잉태되었고 엔니오 모리꼬네가 음악감독을 맡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2015년작 ‘헤이트풀8’의 OST 역시 이 레이블을 통해 발매되었다.
지금 소개할 릴리 메(Lillie Mae Rische)는 바로 그 써드 맨 레코드 대표이사의 공연 및 스튜디오 앨범에서 피들과 만돌린, 백킹 보컬을 담당해온 인물로 그의 가능성을 높이 산 잭 화이트의 도움으로 이번 자신의 솔로 앨범을 해당 레이블에서 발매한 것이다. 타이틀은 ‘Forever and Then Some’. 레이블 본사가 내쉬빌에 있고 그가 다루는 악기들이 죄다 컨트리와 포크에 관여하는 만큼 앨범에 담긴 사운드는 오롯이 미국적에다 날것이다. 컨트리라고 하면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국내 대중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만한 연주와 분위기가 있으니 성급히 글과 음악을 ‘스킵’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판단은 음반을 들어본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첫 싱글이자 첫 곡은 프로듀서 잭 화이트의 입김이 깊이 녹아든 스왐프/블루(그래)스록 ‘Over The Hill And Through The Woods’. 만돌린과 일렉트릭 기타가 부대끼는 가운데 흐르는 릴리의 쓸쓸한 목소리가 깊은 맛을 전하는 오프닝 트랙이다. 하지만 릴리의 진가는 멜로디와 비트가 포근한 ‘Wash Me Clean’부터 시작된다. 어쿠스틱 기타 반주에 만돌린, 피들이 양념처럼 뒤섞이고 그 사이를 운무처럼 헤집는 코러스는 릴리의 피붙이들(프랭크 카터, 스칼렛, 맥케나 그레이스 리시) 것으로, 이 가족적인 편안함은 다음곡 ‘Loaner’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더블 타임 비트로 숨 가쁘게 내달리는 정통 컨트리 트랙 ‘These Daze’에선 만돌린과 기타의 유쾌한 트윈 솔로를 들을 수 있으며, 타이틀 트랙 ‘Forever And Then Some’은 ‘Some Fine Day’와 더불어 앨범 후반을 지루하지 않도록 풍부한 정서와 정성으로 듣는 이가 이 음반을 끝까지 놓지 못하게 한다.
퀸스 오브 더 스톤 에이지와 데드 웨더의 키보디스트 딘 퍼티타(Dean Fertita), 아메리카나와 블루그래스를 잘 하는 스트링 밴드 올드 크로우 메디신 쇼(Old Crow Medicine Show)의 코리 윤츠(Cory Younts, 피아노)가 건반을 맡아준 릴리 메의 출사표. 릴리는 2년 전 발매한 ‘Rain On the Piano’ 활동 때 썼던 자신의 풀 네임에서 ‘Rische’를 지우고 새 길을 향한 첫 걸음을 뗐다. 이름을 줄인 만큼 음악은 더 담백해졌다. 우리에겐 거의 무명에 가깝지만 우리에게 더 다가설 수 있도록 그의 건투를 빈다.
[사진제공=워너뮤직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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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약력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웹진 음악취향Y, 뮤직매터스 필진
대중음악지 <파라노이드> 필진
네이버뮤직 ‘이주의 발견(국내)’ 필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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