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잠실실내체 최창환 기자] “독이면 바로 빼야 하지 않겠나”, “승부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 전혀 모르겠다”,
안양 KGC인삼공사와 서울 삼성의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이 열린 2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챔프전이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는 시점에 KBL 데뷔전을 치른 선수가 있었다. 키퍼 사익스를 대신해 합류한 가드 마이클 테일러였다. 테일러는 이날 2~3쿼터에 총 20분을 소화했고, 16득점 5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올렸다.
KGC인삼공사는 경기종료 직전 림을 가른 이정현의 위닝샷까지 더해 88-86으로 승, 창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KGC인삼공사는 챔프전이 진행되는 기간에 테일러를 긴급 수혈했다. 사익스가 1차전서 불의의 발목부상을 입었고, 회복이 예상보다 더뎠기 때문이다. “무리해서 뛴다면, 사익스는 향후 몸 상태가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KGC인삼공사 측의 설명이었다.
테일러는 짧지만 NBA 경력이 있는 포인트가드다. 최근까지 뛴 카타르리그서 평균 33득점을 몰아넣기도 했다. 김승기 감독은 “수비수 2명을 끌어내거나 1대1은 가능한 선수”라며 테일러를 소개했다.
관건은 ‘적응’이었다. 테일러는 비자 등 서류적인 절차를 매듭지은 지난 1일부터 팀 훈련을 함께 했다. 아직 동료들과의 호흡이 원활하지 않아 팀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일러가 데뷔전부터 폭발력을 발휘할 지는 미지수였다. 그야말로 ‘모 아니면 도’였던 셈이다. 실제 적장 이상민 감독은 “승부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 전혀 모르겠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조직력이 맞지 않는다면, KGC인삼공사는 테일러를 전력 외로 분류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테일러가 독이 된다면, 바로 빼야 하지 않겠나.” 경기에 앞서 김승기 감독이 남긴 말이었다.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2쿼터에 처음 코트를 밟은 테일러는 3점슛, 돌파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2쿼터에 총 7개의 야투 가운데 5개를 넣는 등 11득점을 올렸다. 덕분에 1쿼터를 5점 뒤처진 채 마쳤던 KGC인삼공사는 전반을 동점으로 마칠 수 있었다.
다만, 3쿼터 경기력은 다소 매끄럽지 않았다. 2쿼터에 호조를 보인 슛이 전반적으로 짧았다. 테일러가 3쿼터에 시도한 야투 7개 가운데 림을 가른 슛은 단 1개였다.
일단 테일러는 급작스럽게 수혈된 외국선수임에도 제몫을 했다. 덕분에 단 1경기만 뛰고도 우승반지를 따냈고, 더불어 타 팀들에게 본인을 어필하는 효과까지 누렸다. 다만, 김승기 감독은 “테일러가 30득점을 넣는다 해도 사익스와 재계약할 것이다. 이제 사익스는 완성형 선수가 됐다”라며 사익스에게 힘을 실어줬다.
[마이클 테일러. 사진 = 잠실실내체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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