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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프로그램의 색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던 ‘하숙집 딸들’이 마지막 방송까지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종영했다.
지난 9일 밤 KBS 2TV ‘하숙집 딸들’이 12회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이날 ‘하숙집 딸들’은 남성 아이돌그룹 SF9의 숙소와 걸그룹 프리스틴의 연습실을 찾았다.
지난 2월 첫방송 된 ‘하숙집 딸들’은 하숙집 안방마님 이미숙과 네 딸 박시연, 장신영, 이다해, 윤소이 그리고 하숙집에 얹혀사는 만년 고시생 박수홍, 남동생 이수근이 매회 게스트와 갖가지 게임, 테스트를 펼치는 포맷으로 전파를 탔다. 하지만 시청률 부진을 면치 못했고, 리뉴얼을 감행했다.
리뉴얼 된 ‘하숙집 딸들’은 장신영, 윤소이, 박수홍이 하차하고 이미숙, 박시연, 이다해, 이수근이 실제 하숙집으로 찾아가 하숙생들과 하루를 보내는 콘셉트로 전파를 탔다. 이에 리뉴얼 첫 방송인 6회에서는 실제 홍제동에 있는 하숙집을 방문해 하숙생들과 시간을 보내고 청춘의 애환을 보듬었다.
하지만 회가 지날수록 하숙집은 사라졌다. 지난 10회에서는 한국어학당을 방문, 한국에서 유학중인 외국인 학생들과 아르메니아 가정의 집을 방문해 향수를 달랬다. 11회에서는 한국체육대학교를 찾아가 종목들을 체험하고 학생들을 위해 음식을 대접했다.
마지막 방송인 12회에서는 아이돌그룹의 숙소와 연습실을 찾았다. SF9의 숙소 방문의 경우 넓게 보자면 각양각색의 청춘들이 한 집에 모여 산다는 점에서 하숙집과 비슷하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걸그룹 연습실 방문은 하숙집 그리고 이곳에 사는 청춘들의 모습들을 들여다보고 함께 생활하는 당초 의도에 부합하지 않았다. 오히려 화제몰이를 위해 아이돌을 투입했다 오해할 법했다. 초반 하숙집 콘셉트의 예능프로그램이 실제 하숙집을 찾아가는 형식으로 변화했고, 이후 하숙집을 버려둔 채 청춘들에 의지한 채 프로그램이 진행됐으며, 막판에는 아이돌에 기대 막을 내리고 말았다.
심지어 주객이 전도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게스트가 주가 되는 토크쇼라면 아이돌이 중심이 된다 쳐도 이상할 게 없겠지만, ‘하숙집 딸들’은 출연진들이 주가 되고 게스트가 이들과 함께 하는 형식. ‘하숙집 딸들’ 마지막회는 오히려 아이돌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처럼 여겨졌다. 방송 말미 아이돌들에게 집밥을 대접하지 않았다면, 아이돌들의 춤을 감상하고 개인기 열전이 펼쳐지는 여느 아이돌 프로그램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숙집 딸들’은 초반 패기 넘치게 시작했다. 여성 예능 프로그램으로 주목 받았고, 여배우들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비록 시청률 저조로 포맷이 변경되긴 했지만, 실제 하숙집을 찾아가 평범한 청춘들을 직접 만난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하숙집 딸들’은 ‘재미’가 실종된 데 그치지 않고 ‘의미’마저 잃었다. 프로그램 어디에서도 하숙집을 찾아볼 수 없게 된 ‘하숙집 딸들’. 결국 재미와 의미를 잃은데다 ‘하숙집 딸들’이라는 제목마저 민망해진 프로그램으로 남고 말았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KBS 2TV 방송 캡처]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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