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식구의 마음이다."
KIA 이범호는 16일 광주 LG전의 영웅이었다. 1-2로 뒤진 6회말 LG 차우찬의 초구 144km 패스트볼을 통타, 동점 우월 솔로포를 터트렸다. 그리고 2-2 동점이던 11회말 무사 3루서 LG 마무리 신정락을 상대로 우중간 끝내기안타를 날렸다.
끝내기 안타 직후 이범호의 코멘트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인천 마지막 경기서 말도 안 되는 플레이를 해서 내 자신에게 실망했다. 월요일인 어제(15일)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었다. 오늘 아침부터 경기장에 나와 전력분석팀에서 준비한 타격영상을 보며 긍정적으로 환기했다"라고 털어놨다.
본인 말대로 14일 인천 SK전서 이범호답지 않은 플레이가 나왔다. 3-3 동점이던 8회초 무사 1,2루 찬스서 타석에 들어섰다. 반드시 달아나는 1점이 필요했다. 김기태 감독은 자연스럽게 이범호의 한 방을 기대하고 강공을 펼쳤다.
이범호는 SK 김주한과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다. 1루주자와 2루주자는 김주한이 투구동작에 들어가자마자 스타트를 끊었다. 벤치에서 런&히트 사인이 나온 듯했다. 이럴 경우 이범호는 스트라이크 존 비슷하게 들어오면 무조건 방망이를 돌려야 한다.
그래야 그라운드로 떨어지는 타구가 나올 때 더블아웃 확률이 낮아지는 대신 득점확률이 높아진다. 외야 뜬공이 나오면 주자 2명은 다시 돌아가면 된다. 만약 파울이 나와도 다시 공격할 기회를 잡는다.
김주한의 투구는 누가 봐도 스트라이크였다. 하지만, 이범호는 방망이를 돌리지 않았고, 루킹 삼진을 당했다. 스타트를 끊은 2루 주자 신종길은 3루에서 태그 아웃을 당했다. 무사 1,2루 찬스가 순식간에 2사 2루가 됐다. 결국 KIA는 안치홍의 1루수 땅볼로 점수를 올리지 못했다. 그리고 9회말 김동엽에게 끝내기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결국 이범호의 미스였다.
김 감독은 그날 이후 이범호에게 질책도 하지 않았고, 특별한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이범호의 끝내기 안타 이후 코멘트도 17일 광주 LG전을 앞두고 취재진에게 전해들었다. 김 감독은 오히려 이범호에게 고마운 듯한 눈치였다. 그는 "그게 식구의 마음이다"라면서 "그런 마음가짐 자체가 팀원으로서 자신보다 팀을 위한다는 뜻이다. 그 마음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김 감독의 모토는 동행야구다. 개인의 화려함보다 팀원들이 KIA라는 이름으로 함께 최후의 목표(우승)를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 실제 지난 2년간 그렇게 팀 분위기를 만들었고, 올 시즌 기회를 잡은 것도 사실이다.
김 감독은 "감독도 경기 중 (운영 혹은 작전)실수를 하고, 자책도 한다. 선수도 당연히 실수할 수 있다. 그런 말을 한 선수(이범호)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런 마음으로 그 다음 기회서 잘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라고 이범호를 감쌌다.
이범호는 김 감독의 작전을 이행하지 못했고, 당시 KIA는 패배를 안았다. 그러나 그 패배로 김 감독과 이범호가 이심전심이라는 게 확인됐다. 이후 이범호는 새롭게 마음가짐을 다졌다. 16일 동점 홈런과 끝내기안타, 17일 적시타 등 이범호답게 맹활약을 펼쳤다. 김 감독과 KIA 선수들은 순위표 맨 앞에서 동행하고 있다.
[이범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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