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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모델 겸 배우 구지성을 만났다. 짧은 인사를 나누고 그가 들고 온 이동장 문부터 열자 반짝거리는 동그란 눈과 검은색 털이 덥수룩하게 덥힌 앙증맞은 자태의 매직(수컷 아펜핀셔)이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구지성은 인터뷰 사진 촬영에 앞서 직접 챙겨온 도구들로 매직이의 털을 손질했다.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화려한 모델 생활을 펼쳤던 그가 손거울 대신 펫 브러시를 쥐고, 뜨거운 볕도 온몸으로 맞아가며 '예쁨'을 반려견에 양보한 것이다.
"오랜만에 찍는 사진인데 매직이 챙기느라 거울도 제대로 못 봤어요. 저 마스카라 다 번진 거 아니죠? 하하."
구지성은 지난달 소속사를 통해 국제 도그쇼인 'FCI 월드 챌린지(FCI World Challenge)'에서 최종 3위에 오른 소식을 전했다. 사진에는 커다란 태극기를 손에 들고 다이스(수컷 잉글리쉬 불독)와 함께 수상대에 오른 모습이 담겨 공식 활동이 뜸한 그가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궁금했다.
최근 구지성과 '펫인터뷰'를 위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펫인터뷰'는 스타와 매일 같이 먹고 자고, 여행하는 반려견을 동반해 대화하는 콘셉트로 마이데일리가 기획한 인터뷰 코너다.
-'FCI 월드 챌린지'는 어떤 대회인가요?
"단지 '외모가 얼마나 예쁜가'를 따지는 게 아니라 골격, 근육 등의 기본 개체와 보행, 혈통 등을 심사해요. 1등을 안김으로써 건강한 견종을 잘 유지하자는 거죠."
-대회에 출전하게 된 계기는요?
"제가 푸들을 키웠는데 갑자기 아팠어요. 디스크 때문이었고, 관리 부주의가 컸던 거죠. 여러 가지 공부를 하며 도그쇼를 알게 됐고요. 이 대회 참가자들은 반려견을 매우 건강하게 키우는 사람들이에요. 아이들을 서커스처럼 뛰게 하는 게 학대가 아닌가 편견도 있었는데, 도그쇼에서 상을 받을 목표로 반려견을 키우다보니 최소한 몰라서 아프게 만드는 일은 없게 된 거죠."
-대회 참가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다이스를 데리고 미국으로 갔어요. 식(食)문화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상상 이상이었죠. 대회 참가자 가운데 전 정말 왕따였어요. 원탁 테이블에 혼자 앉게 되고 엘리베이터도 같이 안 타려고 하더라고요. 대놓고 무시하기까지 해서 정말 눈물 날 것 같았는데 제가 악바리 근성이 있거든요. 죽음의 조에서 1위를 차지하고부터 대우가 달라지더라고요."
-원래부터 동물에 관심이 많았나요?
"수의사가 꿈이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길 고양이를 집에 데려오기도 하고요. 방법과 노하우를 아니까 많이 키우는 게 어렵지 않아요. 혼자 사는데 슈나우저, 포메라니안, 아펜핀셔 등 여러 마리를 키우고 있어요."
-개인 시간을 갖기 힘들 거 같아요.
"최근 3년 만에 반려견을 동반하지 않고 여행을 떠났거든요. 처음엔 홀가분했는데 30분마다 생각나는 거예요. 조바심 나고요. 해외 가서도 강아지 용품 구경하고, 내가 '집사긴 집사구나' 싶었죠."
-반려견이 큰 위로가 된 순간은요?
"항상이요. 제가 반려견들을 많이 키운 게 바쁘게 활동하다가 일이 줄면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게 됐고요. '내가 늙어가나' 싶고, 인기도 줄면서 고민도 많아졌어요. 반려견에 위로를 받고 건강하게 키우려다 보니까 도그쇼도 뛰게 됐고요. 누군가에게 집중을 받고, 반려견과 함께 대회 나가서 상을 받는 게 얼마나 뿌듯하겠어요. 제가 술도 안 마시는 데다 집순이라 더 빠진 것도 있고요. 집에 있으면 얘네들 때문에 쉴 틈이 없어요."
-유기견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유기견 수를 줄이려면 강아지 공장부터 없어져야 해요. 유기견을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강아지를 애견숍은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또 쉽게 살 수 있는 구조가 문제예요. 이런 아이들은 잔병이 많으니까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유기를 선택하게 되고요. 이런 악순환이 끊어져야 해요."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반려견을 건강하게 잘 키우고 싶으면 공부도 필요해요. 전 도그쇼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기 대문에 반드시 필요하고요. 지난해 미용, 구조, 번식 등을 전문적으로 배웠어요. 제가 잘 배워서 많은 분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알려주고 싶어요. 사비 털어서 강의 촬영도 했거든요. 블로그도 만들었고,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리기만 하면 됐는데, 대회 준비가 겹쳐서 미뤄졌네요. 이제 컴퓨터도 배워야 해요.
더 많은 경험을 쌓아서 도그쇼 같은 여러 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하고 싶어요. 마흔 이후 정도 생각하고 있어요. 방송 활동도 하고 싶어요. 가리지 않고 나갈 준비 되어 있답니다. 연락 주세요. 헤헤."
[사진 = 유진형 zolong@mydaily.co.kr, 뉴에이블 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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