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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한화 이글스 외국인타자 윌린 로사리오가 대기록을 작성, KBO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지긋지긋한 ‘아홉수’에 시달렸지만, 4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로사리오는 지난 1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원정경기에 4번타자(1루수)로 선발 출장, 5타수 4안타(4홈런) 1볼넷 7타점 5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한화는 로사리오를 앞세워 15-14로 승, 2연패에서 탈출했다.
로사리오의 장타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경기였다. 2~3번째 타석에서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며 예열을 마친 로사리오는 한화가 8-10으로 뒤진 6회초 1사 1, 3루서 배우열을 상대로 중앙펜스를 넘어가는 스리런홈런도 터뜨렸다. 로사리오의 KBO리그 데뷔 첫 3연타석 홈런이자 이날의 결승홈런이었다.
로사리오의 ‘홈런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로사리오는 7회초 1사 상황서 한화에 5점차 리드를 안기는 솔로홈런까지 쏘아 올렸다. KBO리그 역대 3번째 4연타석 홈런이 작성되는 순간이었다. 올 시즌 13호 홈런을 터뜨린 로사리오는 김재환(두산), 김동엽(SK)과 이 부문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야마이코 나바로(당시 삼성)는 2014년 6월 20일, 22일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치른 2경기를 통틀어 4연타석 홈런을 작성했다. 1경기 4연타석 홈런은 박경완(당시 현대)이 2000년 5월 19일 한화전에서 달성한 이후 로사리오가 무려 6237일만의 사례가 된 셈이다.
로사리오는 “매우 기분 좋고, KBO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돼 감사하다. 하나님의 도움이 없었으면 기록을 세우지 못했을 것이다”라며 4연타석 홈런 달성 소감을 전했다.
사실 로사리오는 대기록을 작성하기에 앞서 ‘홈런 가뭄’에 시달렸다. 지난달 23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9호 홈런을 때린 이후 18경기 동안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다.
지독한 아홉수에 시달렸지만, 로사리오는 이를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넘겼다. 타격감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만큼, 로사리오에겐 팀이 부진에서 탈출하는 게 선결과제였다. 실제 9호 홈런을 때릴 당시 타율(.307)보다 18경기째 홈런을 때리지 못한 시점에서의 타율(.301)이 소폭 상승한 수치를 보였다.
“마지막 홈런이 언제였는지는 기억 안 난다. 오늘에 충실할 뿐”이라고 운을 뗀 로사리오는 “5연타석 홈런까지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아쉽지는 않다. 팀 배팅으로 승리에 힘을 보태는 것만 생각했다. 기록은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로사리오는 지난 시즌에도 시즌 초반 홈런을 생산해내는 능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인 바 있다. 4월에 타율 2~3할을 오가는 등 기복이 컸고, 4월 한 달 동안 1홈런에 그쳤다.
하지만 5월에 9홈런을 터뜨리는 등 점진적으로 컨디션을 회복했고, 결국 타율 .321 33홈런 120타점으로 KBO리그 데뷔시즌을 마쳤다. 한화 소속 외국인선수가 타율 3할 30홈런 100타점 이상을 달성한 것은 1999년 제이 데이비스 이후 17년만이었다.
물론 KBO리그 적응기였던 지난 시즌과 2년차를 맞은 올 시즌의 홈런 페이스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다만, 홈런능력을 지닌 타자가 몰아치기를 통해 장타력을 회복하는 것만큼은 의미하는 바가 클 터. 김태균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상황이기에 한화로선 더더욱 반가운 대목이기도 하다.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로사리오는 한동안 홈런이 잠잠했던 것에 대해 개의치 않았고,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해보이기라도 하듯 4연타석 홈런으로 존재감을 알렸다. 이상군 감독대행이 최근 “홈런타자가 많은 SK 타선이 위협적이긴 하지만, 부럽진 않다. 우리에게도 로사리오라는 거포가 있기 때문”이라며 믿음을 표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었다.
[윌린 로사리오(상), 한화 선수들(하).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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