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3번에서 5번 정도 위기는 각오했다."
김기태 감독은 수 차례 이렇게 말했다. KIA는 17일 광주 LG전서 이겼다. 2위 NC가 두산에 덜미를 잡히면서 1.5경기 차로 선두를 이어갔다. 그러나 김 감독은 "팀이 여유가 있는 상태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KIA는 선두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불안한 부분이 있다. 타선은 최근 바짝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시즌 초반 부상과 부진에 시달린 주축 타자들이 적지 않았다. 최근 완전체를 갖춰 고비를 넘겼다. 집단 슬럼프만 조심하면 크게 걱정할 부분은 없다.
장기레이스의 근간인 마운드는 1~2위를 달리는 팀 치고 다소 불안하다. 16일까지 팀 평균자책점 4.40으로 4위다. 선발진은 리그 최강이지만, 불펜은 리그서 가장 불안하다. 선발과 불펜의 언밸런스가 최대 난제다.
불펜은 딱히 확실한 카드가 없다. 선발 후보로 거론된 김윤동이 정착한 게 유일한 수확이다. 나머지 투수들은 모두 조금씩 불안하거나 기복이 심하다. 그나마 17일 광주 LG전서 모처럼 불펜이 6이닝 무실점을 합작하면서 반등 동력을 찾았다. 한승혁의 상승세가 눈에 뜬다. 그래도 좋은 흐름이 계속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
때문에 올 시즌 KIA는 선발진과 타선이 뒷받침되지 않을 때마다 아슬아슬한 경기를 펼쳐왔다. 타선의 응집력이 워낙 좋아 승부처를 지배했다. 그러나 최근 선발진에서도 하나, 둘 악재가 나오면서 팀 전체적인 동력이 다소 떨어졌다.
에이스 양현종이 약 1개월간 밸런스 난조로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양현종이 살아날 쯤에는 임기영이 갑작스럽게 폐렴으로 이탈했다. 최근에는 팻딘의 페이스마저 좋지 않다. 결국 선발진 후미가 크게 약화되면서 NC의 맹추격을 받는다.
이런 사정은 역시 김 감독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외부에선 올 시즌 KIA가 막강해 보인다. 그러나 그런 KIA를 확실하게 눌러줄 팀이 나오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김 감독은 시즌을 치르면서 계속 전력을 보완해나갈 계획이다.
17일 1군에서 말소된 홍건희는 퓨처스리그서 다시 선발투수를 준비한다. 김 감독은 "다시 선발로 던져보기로 했다"라고 털어놨다. 최근 살아난 한승혁이나 콜업된 박경태도 퓨처스리그서 필승계투조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냥 1군에 올라온 게 아니다.
김 감독은 퓨처스 정회열 감독과 긴밀하게 의사소통을 주고 받는다. 정 감독의 보고를 신뢰한다. 최근 선발진에 가세한 정용운과 박진태 역시 2군에서 선발로 꾸준히 던졌다. 마운드 위기의 해결책을 2군에서 찾겠다는 의지다. 당장의 순위다툼도 중요하다. 그러나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2군을 적극 활용하는 건 매우 바람직하다.
일전에 김 감독은 "NC와의 선두싸움이 계속 이렇게 갈 것이다. 지금 순위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마지막에 잘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전망했다. 아직 정규시즌 반환점을 넘기지 않은 시점. 선두수성에 집착하기보다 긴 호흡으로 팀을 운용, 불안요소를 최소화하는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KIA는 17일 경기서 이겼다. 그러나 김 감독 말대로 위기는 몇 차례 더 찾아올 수 있다. 시즌 중반 이후 찾아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만드는 게 지금 KIA의 과제다.
[김기태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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