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MD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송일국이 두려움 가득했던 소극장 무대에 푹 빠졌다. 연극 ‘대학살의 신’에 출연 중인 송일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신나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이름 앞에 붙는 ‘배우’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다.
송일국이 이토록 신날 수 있는 이유는 우선 작품 자체가 좋아서다. ‘대학살의 신’은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싸우다 한 소년의 이빨 두 개가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 때린 소년의 부모인 알렝과 아네뜨가 맞은 소년의 부모인 미셸과 베로니끄의 집을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실제 부모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가 하면 그 안에서 지식인의 허상을 유쾌하게 꼬집는다.
송일국은 “언젠가 나한테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공감이 있다”며 “실제로 드라마 ‘발효가족’ 촬영하면서 삼둥이가 생겼는데 당시 아들만 둘이던 감독님이 ‘일국아 아들 셋이야. 너 그러면 합의 볼 줄 알아야 되고 피해자 부모 만나서 빌 줄도 알아야 돼’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대학살의 신’ 하면서 공감이 많이 돼요. 특히나 또 삼둥이가 사내 녀석들이고 하니까 남의 일 같지가 않죠. 아직 여섯 살이라 학부모끼리 만나야 할 정도의 일은 없었지만요. 다행히 삼둥이끼리도 사내놈들 치고 우애가 좋은데 그래도 대사 안에서 공감이 많이 되죠.”
‘대학살의 신’은 공감 속에서 지식인의 허상을 꼬집으며 웃음을 준다. 그 안에서 송일국은 능청스럽다가도 성격장애로 폭발하는 반전 모습까지 표현해 의외의 모습으로 재미를 더하고 있다.
그는 “연습 때 촬영한 영상을 계속 보는데 나를 보면서도 웃기더라”며 “사실 관객들이 이렇게까지 박장대소 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첫 공연 하니까 그 때 알겠더라. ‘이 작가가 천재구나’”라고 말했다.
“물론 남경주, 최정원, 이지하. 세 분의 선배님들이 워낙 연기로 잘 푸셔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야스미나 레자) 작가가 진짜 천재인 것 같아요. 이게 단어 하나, 상황 하나 허투루 하는 게 없고 물리고 꼬이고 진짜 재미있거든요. 이전까지는 소극장 공포감 때문에 여러 가지 생각에 복잡했는데 막 올리고 나니 ‘그분이 오셨나’ 싶을 정도로 재밌게 하고 있어요.(웃음) 관객 분들도 많이 웃어주시니 더 그런 것 같아요.”
관객들 반응이 좋으니 배우로서 흥분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공연을 하며 웃겨야 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 내려놓고 진실 되게 해야 관객들이 빵 터진다는 진리도 알았다.
현재 송일국은 자신에게 딱 맞는 작품 및 역할, 상대 배우들을 만나 흥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 후배가 걱정할 정도로 들떠 있다.
그러나 송일국은 걱정하지 않는다. “이전에는 송일국 앞에 감히 ‘배우’라는 타이틀 다는 게 부담스러웠는데 ‘대학살의 신’을 하고나니 이제야 내 이름 앞에 ‘배우’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사라졌다”며 “아직 완전히 만족할 단계는 아니지만 남경주, 최정원, 이지하 선배와 같이 어우러진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고 고백했다.
“소극장 공연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어요. 물론 연습하면서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그 날 그 날 어제 공연하면서 느낀 건데 일단 내가 몰입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관객 반응을 일일이 신경쓰지 않고 내가 즐겁게 하니까 오히려 웃음도 빵 터지고요. 제가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 훌륭한 작품과 배우들을 만나게 되다니.”
연극 ‘대학살의 신’. 공연시간 90분. 2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MD인터뷰③]에 계속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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