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라이언킹’ 이승엽(41)이 박수칠 때 떠나는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건재를 과시 중이다.
이승엽은 지난 1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원정경기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5타수 3안타 4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삼성은 윤성환의 7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1실점(1자책) 호투까지 더해 11-3으로 이겼다. 3연승을 질주한 9위 삼성은 8위 한화 이글스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좁혔다.
이승엽의 진가가 빛난 경기였다. 이승엽은 2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고영표를 상대로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승엽이 KBO리그 역대 4호 통산 2,100안타를 달성한 순간이었다.
볼카운트 0-2에서 고영표의 체인지업(구속 117km)을 공략해 만들어낸 안타였고, 이는 철저한 노림수였다. 이승엽은 “포항경기에서 체인지업에 삼진을 당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애초부터 직구 생각을 안 했는데, 1~2구 모두 직구였다. 슬라이더였던 3구를 때려 파울이 됐고, 4구는 노리고 있던 체인지업이 들어왔다. 생각해둔 구질이어서 안타가 됐고, 덕분에 이후 타석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삼성이 0-1로 뒤진 4회초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린 1타점 적시타를 만들어낸 이승엽은 이후에도 결정적 한 방을 터뜨렸다. 삼성이 3-1로 달아난 5회초 2사 만루서 다시 고영표를 공략, 싹쓸이 2루타를 만들어낸 것.
이승엽은 “11일 kt전에서 노아웃 만루 상황서 삼진으로 물러났고, 견제사를 당하기도 했다. 팀은 이겼지만,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운 경기였다. 나는 도루를 노리는 주자도 아닌데 본헤드 플레이를 해서 12일 경기만큼은 내 힘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승엽은 고영표를 상대로 3안타를 추가, 올 시즌 언더핸드투수를 상대로 타율 .542(24타수 13안타)를 기록하게 됐다. 표본이 적지만, 좌완이나 우완투수를 상대할 땐 각각 타율이 .250을 겨우 넘기는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히 높은 수치다.
이승엽은 이에 대해 “통상적으로 언더핸드투수는 좌타자에 약한 편이어서 그런 것 같다. 물론 상대 투수(고영표)가 약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까다로운 상대였지만, 체인지업을 공략한 덕분에 좋은 결과도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은 일찌감치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것”이라 공언해왔다.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지니고 있지만, 박수칠 때 떠나는 쪽을 택한 것. 더불어 자신이 은퇴 시기를 정해야 삼성이 향후 신인 선발 등 전력을 구상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내린 판단이기도 했다.
삼성의 간판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만큼, 이승엽은 올스타전 투표에서도 많은 표를 얻었다. 팬과 선수 투표를 통해 총점 54.41점을 기록, 드림 올스타 지명타자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린 것. 이승엽의 통산 11번째 올스타전이다.
이번 올스타전은 오는 15일 삼성의 홈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다. 은퇴 전 마지막 올스타전을 홈구장에서 치르게 됐으며, 최고령 베스트(40세 10개월 27일) 기록도 쓰게 돼 남다른 의미가 있을 터.
이에 대해 묻자 이승엽에게선 예상치 못한 대답이 나왔다. “최근 프로야구계에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많았다.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으로 올스타전에 임해야 할 것 같다.” 이승엽의 말이다.
실제 최근 프로야구계는 전 심판과 관련해 달갑지 않은 소식이 연일 기사화됐고, LG 트윈스 투수 윤지웅은 음주운전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국내 프로스포츠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종목인 프로야구를 뒤흔든 일들이었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인 만큼, 이승엽이 선수들을 대표해 팬들에게 사죄를 하는 듯한 뉘앙스였다.
물론 올스타전은 축제다.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이승엽의 마지막 올스타전’마저 의미가 퇴색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승엽은 “승패보다는 즐기는 야구를 하며 다른 팀 선수들, 팬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홈런더비는 조용하게 넘어가고 싶다”라며 웃었다.
[이승엽.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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