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리뷰]‘파리로 가는 길’, 프랑스 낭만과 로맨스의 달콤한 향기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성공한 영화 제작자인 남편 마이클(알렉 볼드윈)과 함께 프랑스 칸에 온 앤(다이안 레인)은 귀가 아파 마이클의 다음 출장지인 부다페스트행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한다. 마이클의 사업 파트너인 자크(아르노 비야르)는 앤을 파리까지 데려다주겠다고 나선다. 마이클은 프랑스의 로맨틱한 싱글남 자크가 불안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 원칙주의자 앤 역시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자크는 파리로 곧장 가지 않고 앤과 함께 프랑스 남부의 유명 여행지를 둘러보며 짜릿한 일탈을 즐긴다.

메가폰을 잡은 엘레노아 코폴라 감독은 ‘대부’ ‘지옥의 묵시록’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아내이다. 사진작가, 설치미술가 등으로 활약하던 그는 2009년 칸 영화제에 방문했다가 남편의 사업 파트너와 파리로 떠났던 경험을 되살려 영화를 만들었다. 실제 엘레노아 코폴라 감독은 칸에서 파리까지 7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를 40시간 만에 도착했다. 그는 80살의 나이에 첫 장편 상업영화로 데뷔했다.

이 영화엔 프랑스의 아름다운 풍광, 미각을 일깨우는 음식, 감미로운 와인으로 가득하다.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 르누아르의 ‘부지발의 무도회’ 등 걸작 미술품을 함께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자크가 식탁에서, 풀밭 위에서 선사하는 요리와 술은 앤의 경계심을 조금씩 풀어준다. 빨리 파리로 가고 싶은 앤과 느긋하게 여행을 즐기는 자크 사이에는 성적 텐션이 흐른다. 싱글남 자크가 유부녀 앤과 로맨틱한 경계를 넘나들 때, 관객의 호기심도 살짝 출렁거린다.

앤은 예기치 않은 여행을 통해 과거에 묻어두었던 상처를 꺼내고 아픔을 치유한다.아팠던 귀도 회복된다. 잘 들리면서 소통도 원활해진다. 앤은 자크를 통해 예술가적 기질도 발견한다. 그러니까, 낯선 남자와의 동행은 자신도 잊고 지냈던 ‘나 자신’을 마주보는 내면으로의 여행이다.

‘파리로 가는 길’은 ‘비포 선라이즈’의 중년 버전으로도 읽힌다. 자크와 앤도 ‘비포 선셋’의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줄리 델피)처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둘 중 한명은 기다릴 것이다.

[사진 제공 = 티캐스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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