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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이준은 드라마 KBS 2TV ‘아버지가 이상해’로 호평 세례를 받았다. 성공적으로 안착한 연기돌의 대표적 사례였던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폭 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를 보여줬다. 친부를 찾는 과정에서의 섬세한 감정 연기, 정소민과의 달달한 멜로 연기, 베테랑 배우도 힘들다는 발연기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이준은 자신을 향한 호평에 “저도 놀랍다”며 쑥스럽게 웃어 보였다.
“팬들이 예전부터 멜로를 하라고 했는데, 제가 제 얼굴로는 안 된다고 했거든요.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아 저도 놀라고 있어요. 전 제 얼굴이 스릴러형 얼굴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람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눈빛이 어떤 것인가, 이런 걸 고민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드라마를 하며 반응이 생각보다 괜찮아 많은 용기를 얻은 것 같아요.”
많은 이들의 극찬이 이어졌지만 정작 이준은 자신에 대해서는 짠 평가를 내렸다. 이미 더할 나위 없는 배우의 얼굴임에도, 자신은 아직 완숙미가 없는 얼굴이라 자평했다.
“작품 속에서 배우 역할을 한 게 이번이 3번째에요. 배우 출신도 아닌데 계속 배우 역할이 들어왔어요. 가수 상(相)이라는 게 있잖아요. 어렸을 때, 제가 제 얼굴을 봤을 때 아이돌 느낌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지금도 가끔 보면 성숙하지 못한 얼굴, 완숙미가 없는 얼굴 같아요. 10대들이 좋아할 얼굴 같고. 그런데 10대들이 안 좋아하더라고요. (웃음)”
외모 뿐 아니었다. 자신의 연기에도 아쉬움을 내비쳤다. 많은 이들의 극찬이 뒤따랐고, 벌써부터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수상을 점치는 사람도 많지만 이준에게는 이 모든 것이 쑥스러운 이야기인 듯 보였다. “내가 뭘 잘 했다고 여기 앉아있지?”라는 생각 때문에 연기대상 시상식 같은 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기 힘들다고 고백했다.
“‘아버지가 이상해’를 하며 매주 자괴감에 빠졌어요. 조금 다르게 하면 어땠을까, 너무 긴장한 건 아닌가 그런 생각들을 했죠. ‘이번 주는 넘기고 다음 주에 잘 해보자!’라는 생각들을 했어요. 그런데 52회까지 왔고, 다음 주가 없더라고요. 그래도 후회는 없는 게, 다시 한다고 해도 더 잘할 자신이 없어요. 그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그래도 항상 아쉬움이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겸손한 모습은 ‘재발견’, ‘연기돌’이라는 수식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더할 나위 없는 연기력을 선보였음에도 그 때마다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다. 연기돌이라는 수식어에 갇히기에는 이미 숙성된 배우로서의 향기가 짙은 이준이다. 다른 배우라면 ‘재발견’이나 ‘연기돌’이라는 수식어가 속상할 수도 있을 터. 하지만 이준은 ‘재발견’이라는 수식어가 기쁘며 ‘연기돌’에 자신의 이름이 빠지면 섭섭하다며 웃어 보였다.
“매년 재발견이라는 기사가 났어요. 그런데 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좋아요. 그리고 ‘연기돌’ 기사에 제 이름이 포함될 때면 굉장히 뿌듯해요. 요즘 아이돌 출신 배우나 아이돌들의 연기에 대한 기사가 날 때 제 이름이 빠질 때가 있는데, 그러면 오히려 섭섭하기도 해요. 어떤 기사가 나든 제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고. (웃음)”
이준은 오는 10월 24일 입대를 앞두고 있다. 배우로서 최고의 정점을 찍은 이 때 약 2년의 공백기를 갖는 다는 것이, 다른 이들은 활발히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을 때 자신은 잠시 동안 국방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불안할 법도 했지만 “한국 남자들은 다 누구나 경험을 하는 것”이라며 의연한 반응을 보였다.
“공백은 그다지 걱정되지 않아요. 미래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쿨하게 생각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요. 군입대에 대한 걱정은 없어요. 다 가는 거잖아요.”
이런 이유로 이준은 연말 진행될 연기대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다. 시상식에 앞서 군입대가 예정돼 있기 때문.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 이에 인터뷰 현장에 있던 다른 이들이 더 아쉬워하자 이준은 “오히려 잘 됐다”며 기뻐했다.
“단 한 번도 수상을 기대해 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시상식 울렁증이 있어서 군대에 가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멘탈이 붕괴돼 앉아 있는 것도 힘들더라고요.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내가 뭘 잘 했다고 여기 앉아있지?’ 그런 생각도 들고요. 이번엔 ‘아이해’ 배우들에게 판넬 같은 걸 하나 가져가 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이유리 누나가 그렇게 해주겠다고 하긴 했는데, 잘 될지 모르겠어요. (웃음)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해요. 나가서 앉아 있는 게 더 가시방석이에요. (웃음)”
[사진 = 프레인TPC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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