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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전임감독제를 하면 좋은데…"
FIBA는 최근 2018년 스페인 여자월드컵 출전국가를 발표했다. 스페인월드컵은 내년 9월22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한국은 6월 인도 방갈로르에서 열린 2017 FIBA 여자 아시아컵 4위로 1~4위에 주어지는 티켓을 따냈다.
월드컵 예선 성격의 대륙별 대회가 끝났다. FIBA가 발표한 스페인월드컵 참가국의 면면은 화려하다. 유럽에선 개최국 스페인이 자동출전권을 가진데다 유로바스켓 우승까지 차지했다. 프랑스, 벨기에, 그리스, 라트비아, 터키가 월드컵에 나간다.
아메리카에선 리우올림픽 우승국 미국이 자동출전권을 획득했다. 아메리컵을 통해 캐나다, 아르헨티나, 푸에르토리코가 출전권을 따냈다. 아시아에선 아시아컵을 통해 일본, 호주, 중국, 한국이 출전권을 얻었다. 아프리카에선 가장 최근에 마무리된 아프로바스켓을 통해 나이지리아, 세네갈이 출전권을 가졌다.
대회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한국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 아시아컵을 이끈 서동철 감독은 2개월 단기계약한 지도자였다. 지금 여자농구대표팀 코칭스태프는 공석이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예산이 부족하다. 각급 연령별 대표팀, 성인대표팀을 1년 단위로 운영하는 것도 버겁다. 당장 11월23일부터 시작하는 남자대표팀의 2019 FIBA 중국월드컵 아시아 홈&어웨이 예선 준비만으로도 벅차다. 올 가을 16세 이하 아시아선수권대회 남녀대표팀 사령탑도 최근에 결정했다.
농구협회는 매년 국가예산과 주변의 조그마한 지원으로 어렵게 살림을 꾸린다. 현 시스템에선 도저히 중,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꾸릴 수가 없다. 실무진이 나름대로 위기 타개를 위해 노력을 한다고 하는데 실질적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사실상 스페인월드컵은 내년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농구계에선 서동철 감독이 내년 스페인월드컵과 그 직전에 열리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8월18일~9월2일)까지 여자대표팀을 맡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하지만, 결정된 건 없다. 농구협회가 서 감독을 붙잡고 싶다면 하루빨리 언질을 줘야 한다. 올 시즌 후 기존 감독과 계약을 만료하는 WKBL 구단이 적지 않다. KBL, WKBL에서 굵직한 지도자 경력을 쌓은 서 감독은 대안 1순위다. 내년 봄에 농구협회가 서 감독을 붙잡고 싶어도 놓칠 수가 있다.
반대로 농구협회가 서 감독을 붙잡고 싶지 않다면 대안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현직 프로구단 사령탑이 성인대표팀을 겸직하는 건 불가능하다. 소속팀과 대표팀 운영 모두 효율성이 떨어진다. 감독에게 너무 큰 짐을 안겨준다. 남자대표팀도 허재 감독이 전임감독을 맡은지 2년만에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전임감독제의 장점이 입증됐다.
농구협회 문성은 사무국장은 "여자대표팀도 전임감독제를 하면 좋은데"라며 말을 아꼈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예산 문제로 쉽지 않다는 뉘앙스. 그래도 여자대표팀도 전임감독을 정해야 한다. 대표팀 사령탑과 코치부터 정해야 코칭스태프가 10월28일에 개막하는 WKBL 새 시즌에 선수들을 살펴보고, 본격적으로 월드컵 준비를 할 수 있다. 전력이 약한 한국은 준비도 제대로 해야 한다.
농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가 지금부터 스페인월드컵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당장 내년에 전임감독을 선임하기가 쉽지 않다면, 전임감독제를 시행하기 위한 세부적인 과제와 대책부터 마련하는 게 순서다. 또 다시 단기계약으로 간다고 해도 사령탑만큼은 미리 선임해야 한다. 지금 결정해도 절대 빠른 게 아니다.
스페인월드컵은 한국 여자농구가 2010년 체코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8년만에 참가하는 세계대회다. 2014년 터키 세계선수권대회는 인천아시안게임과 일정이 겹쳐 2진이 나섰다. 2012년 런던올림픽, 2016년 리우올림픽에는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아시아 여자농구 수준이 올라갔다. 아시아에 호주와 뉴질랜드가 편입됐다. 일본과 중국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바라본다. 한국 여자농구가 앞으로 월드컵, 올림픽에 꾸준히 출전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그만큼 내년 스페인월드컵은 소중한 대회다. 설령 자카르타아시안게임에 2진을 내보내더라도, 스페인월드컵에는 반드시 최정예 멤버를 내보내야 한다. 세계 여자농구의 흐름 속에 한국 여자농구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고, 향후 방향설정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농구협회가 1년 단위로, 혹은 각 대회가 임박한 시점에 각급 대표팀 코칭스태프 선임 및 운영계획을 확정하는 관습부터 탈피해야 한다. 농구협회는 여자대표팀 감독과 코치부터 결정해야 한다.
[여자농구대표팀. 사진 =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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