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주눅들거나 자신감이 떨어지면 빼는 게 낫다."
감독이 경기도중 선수를 교체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경기흐름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의 교체, 체력안배 차원의 교체, 때로는 문책성 교체도 있다. 그런데 두산 김태형 감독의 선수교체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김태형 감독은 9일 잠실 LG전서 주전포수 양의지를 4회말 시작과 동시에 박세혁으로 교체했다. 10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그 이유에 대해 "양의지가 투수리드에 부담을 느낀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8일 잠실 kt전을 앞두고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는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면 때로는 선수가 주눅들거나 자신감이 떨어진 게 보인다. 주변에서 박수를 치며 자신 있게 하라고 하지만, 사실 빼는 게 낫다"라고 말했다.
선수가 주눅 들거나, 자신감이 떨어지거나, 부담을 느끼는 건 다양한 이유가 있다. 슬럼프에 빠졌거나, 결정적 실책을 범했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선수는 심리적으로 위축돼 정상적인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김 감독의 처방은 교체다. 그는 "선수 본인은 못해서 빼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다. 주눅이 들거나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인데 계속 뛰어봐야 실수만 나온다. 차라리 벤치에서 다른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응원하는 게 낫다"라고 했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다음 경기에 대비하는 게 낫다는 뜻이기도 하다. 두산 선수들은 그 의미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김 감독은 굳이 선수들에게 직접 '자신 있게 해라' '주눅들지 마라'라는 말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선수 스스로 강인한 멘탈을 가져야 한다. 그를 위해 기술적, 체력적으로 철저한 준비 및 관리가 필요하다. 김 감독은 선수 개개인의 경기준비 및 관리는 철저히 자율에 맡긴다.
결국 김 감독의 선수교체는 역설적으로 선수들의 자신감 증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신 있게 플레이 하는 선수의 성공확률이 높다는 게 스포츠 지도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런 선수가 모여 팀이 단단해진다.
그래서인지 두산 야수들은 그라운드에서 과감하고 저돌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경우가 많다. 투수들도 도망가는 투구보다 얻어맞더라도 정면 승부하는 타입이 중용된다. 김 감독이 신인 김명신을 필승계투조로 중용하는 이유다. 결과를 떠나 자신 있게 승부하는 모습이 돋보인다는 말을 종종 했다. 김명신은 안면 부상에서 회복된 이후에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장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실 전반기에 중위권으로 처진 두산을 두고 뭔가 모르게 주눅든 플레이가 보인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7~8월 엄청난 페이스로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활기찬 플레이 속에서 자신감을 회복했다.
반대로 다시 살짝 주춤한 최근에는 개개인이 몸과 마음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144경기 장기레이스의 막판이다. 체력적으로 지치는 시기다. 크고 작은 잔부상도 있다. 자신도 모르게 위축된 플레이가 나올 수 있다. 김 감독은 적절한 선수교체로 팀을 관리 및 운영한다.
[김태형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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