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올해 포스트시즌에 출전하는 5개 구단이 팀 홈런 1~5위다.
2017년 KBO리그 포스트시즌에 참가하는 5개 구단이 확정됐다. 1~2위, 3~4위가 확정되지 않았으나 KIA, 두산, 롯데, NC, SK가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것, 확률의 차이를 두고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전통적으로 정규시즌 순위는 팀 평균자책점 순위와 흡사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두산, 롯데, NC, KIA가 팀 평균자책점 2~5위를 달린다. 전통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출전하는 팀은 대체로 리그 중간 혹은 그 이상 수준의 마운드를 보유했다.
올 시즌 SK는 팀 평균자책점 5.04로 7위다. 리그 평균 4.97보다도 좋지 않다. 그럼에도 포스트시즌 마지막 티켓을 땄다. 과거에도 팀 평균자책점 중~하위권 팀들이 포스트시즌에 나선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 SK의 컬러가 홈런이라는 걸 짚어볼 필요는 있다. SK는 홈런의 힘으로 마운드 약점을 상쇄했다. 홈런만큼은 다른 팀들을 압도했다.
1일 기준 팀 홈런 1~5위 팀이 올해 포스트시즌에 참가하는 1~5위 팀이다. 1위 SK(234개), 2위 두산(175개), 3위 KIA(166개), 4위 롯데(151개), 5위 NC(148개). 물론 정규시즌 순위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다. 때문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수도 있다.
팀 홈런 5위 NC와 6위 한화(146개)는 단 2개 차. 잔여경기서 한화가 NC의 홈런 개수를 추월하면 팀 홈런 1~5위 팀들의 포스트시즌 격돌은 무산된다. 올 시즌 팀 홈런 1~5위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우연히 성사됐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도 올 시즌 홈런을 가장 많이 친 5팀이 나란히 포스트시즌에 올라갈 가능성이 커진 건 간과할 부분은 아니다. 한 야구관계자는 "그만큼 타자들이 활개를 치는 KBO리그에 홈런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증거"라고 했다. 예전에는 홈런을 많이 치지 못해도 최강 팀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타고투저리그서 홈런생산력은 그 팀이 지닌 경쟁력 중 하나다.
최근 2~3년간의 성적을 보면 상위권 팀들은 대부분 팀 홈런 중~상위권이었다. 2011년~2014년 통합 4연패의 삼성은 같은 기간 팀 홈런 4위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디펜딩챔피언 두산도 작년 팀 홈런 1위였다.
비슷한 의미로 올 시즌 팀 장타율 상위 5개 구단 중 1~4위가 포스트시즌에 참가하는 KIA(0.470), SK(0.467), 두산(0.460), NC(0.443)다. 롯데(0.434)만 7위. 홈런, 장타력이 팀 성적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 또 다른 증거다.
올 시즌 철옹성 이미지의 필승계투조를 지닌 구단은 사실상 없다. 5선발이 매끈하게 돌아가는 팀도 많지 않다. 경기 중~후반 결정적 홈런 1~2방으로 승부가 뒤집히는 케이스가 적지 않았다. 많은 실점을 해도 경기 초반부터 많은 홈런을 앞세워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승리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왔다.
굳이 SK 사례를 보지 않아도 된다. 선두 KIA도 선발진은 좋지만 불펜은 시즌 내내 불안했다. 불펜진의 결정적 실점에도 경기 막판 결정적 홈런과 장타로 승수를 쌓은 케이스가 꽤 있었다. 반면 7위 LG는 팀 평균자책점 1위(4.27)지만, 팀 홈런(109개), 팀 장타율(0.400) 모두 최하위다. 올 시즌 내내 승부처서 장타 갈증에 시달렸다. 경기 막판 큰 것 한 방이 터지지 않아 패배한 케이스가 수두룩했다. 결국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앞으로도 이 명제가 변할 가능성은 없다. 마운드가 불안한데 홈런만 많이 친 팀들이 우승한 사례도 거의 없다. 올해 1~2위를 다투는 KIA와 두산도 중요한 순간에선 투수들이 잘 던졌다. 다만, 타자들의 평균 수준이 꾸준히 올라가고 투수들의 평균 수준이 크게 오르지 않는 KBO리그 현실을 감안할 때 투수놀음이 한국야구의 전부는 아니다. 홈런, 장타생산력이 좋은 팀들의 가치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인 건 분명하다.
훗날 2017년 SK와 LG가 예외 사례로 분류될 수 있다. 그러나 훗날 올해 SK와 LG가 한국야구의 패러다임에 변화를 일으킨 사례로 기억될 수도 있다. 또 다른 야구관계자는 "야구가 투수놀음이지만, 대세가 빅볼인 걸 무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위에서부터 팀 홈런 1~3위를 차지한 SK, 두산, KIA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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