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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박해일(40)처럼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배우가 또 있을까. 스릴러 '살인의 추억' 속 유약한 살인 용의자, 멜로 '연애의 목적'의 뻔뻔한 교사, '은교' 속 노년의 시인까지 작품마다 색다른 얼굴로 관객들을 놀라게 만든다.
이번에도 또 한 번 쉽지 않은 도전에 나섰다. 데뷔 17년 만에 처음 영화 '남한산성'에서 왕 역할을 맡았다. 그것도 조선 역사상 최악의 왕으로 꼽히는 인조로 변신했다.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최종병기 활'에서는 죄 없는 피해자 백성이었다면, '남한산성'에선 병자호란을 일으킨 장본인 캐릭터를 연기했어요. 그때 그 시대의 공기를 익숙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정반대의 역할이라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죠."
'남한산성'은 김훈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한 4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정통 사극이다.
역사를 다룬 만큼 섣불리 도전하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부담감에 황동혁 감독의 제안을 두 차례 고사하며 고심 끝에 출연을 결심했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 정중하게 거절의 뜻을 전했어요. 그런데 황동혁 감독님에게 설득을 당했죠(웃음). 제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해주셨어요. '인조 역할로 대체 불가한 배우'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감사한 이야기이지만 역사를 그대로 직시한 작품이기에 더욱더 신중하게 생각했고 부담이 있었거든요. 사실 탄탄한 시나리오에 이병헌, 김윤석 선배님과의 호흡 등 출연 안 할 이유는 없었어요."
황동혁 감독이 박해일을 고집한 그 이유, 스크린에서 확인 가능하다. 인조로 분한 박해일은 대체 불가 열연을 펼쳤다. 백성의 안위와 나라의 대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왕의 고뇌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감독님께서 저라는 배우를 갖고 캐릭터에 잘 표현해주셨어요. 감사드려요. 뒤늦게 합류해서 최대한 주어진 시간 안에 많이 준비하려고 노력했어요. 왕릉도 찾아가 보고 맘 편히 걷던 남한산성을 인조에 빙의해 걸어보기도 하고요. 선배 배우분들과 한컷 한컷 공들여 찍은 기억이 나고 추운 겨울 고생한 만큼 영상으로 잘 찍힌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나이가 들면서 경력이 쌓이고 있지만 연기는 익숙할 수가 없어요. 매 작품이 새로워요. 마음을 다 잡고 해야 하는, 보여지는 작업 안에서 흔들리는 건 매번 똑같은 거 같아요. 선배들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CJ엔터테인먼트]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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