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최창환 기자] “박수칠 때 떠난다”는 ‘국민타자’ 이승엽을 위해 만들어진 말이 아니었을까. 그만큼 이승엽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대미를 장식했다.
이승엽은 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3번타자(1루수)로 선발 출장, 5타수 2안타(2홈런) 3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삼성도 타선을 앞세워 10-9로 승, 이승엽의 은퇴경기를 빛내줬다.
이승엽은 2년 전부터 “2017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라고 공언해왔다. 여전히 리그 정상급 타자로 활약 중이지만, 스스로 물러나야 삼성도 보다 원활하게 리빌딩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 내가 물러나겠다고 말을 안 하면, 구단 입장에서 은퇴시점을 꺼내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너무 오래 지키고 있었다. 지난 2년 동안 팀이 9위를 한 것에 대한 책임도 느낀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사실 종목을 막론하고 프로스포츠 선수가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시점에서 스스로 은퇴 의사를 밝히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선수로서 지니고 있는 승부욕, 고액의 연봉, 각종 기록 등 현실적으로 내려놓기 힘든 요소가 산재할 터.
하지만 이승엽은 전성기를 구가했던 친정팀의 미래를 위해, 또한 팬들과 아름다운 작별을 위해 박수칠 때 떠나는 쪽을 택했다. 실제 은퇴경기에서 이를 증명해보였다.
1회말 1사 3루서 첫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볼카운트 2-0에서 바깥쪽 낮은 코스로 향한 한현희의 3구(직구, 구속 147km)를 공략, 선제 투런홈런을 쏘아 올렸다. 기세가 오른 이승엽은 삼성이 2-1로 쫓긴 3회말 2사 상황서 한현희를 상대로 솔로홈런을 추가했다.
이승엽이 개인 통산 28번째 연타석홈런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이승엽은 이후 더 이상의 홈런을 추가하진 못했지만, 자신의 은퇴경기를 빛내기엔 부족함 없는 활약상이었다.
이승엽은 늘 최고로 기억된 선수였다. KBO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인 56홈런(2003시즌)을 쏘아 올렸고, 최연소 100홈런을 비롯해 한일 프로야구 통산 600홈런 돌파 등 열거할 수 없이 많은 기록을 수립하며 커리어를 쌓아왔다.
이승엽에게 남은 마지막 과제는 ‘은퇴경기에서도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는 것’이었다. 이승엽 스스로도 “마지막 안타는 대구에서 쳤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이승엽은 은퇴경기서 마지막 목표도 달성하며 화려했던 선수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마지막 경기까지 맹활약한 이승엽의 은퇴를 아쉬워하는 팬들도 많지만, 이 역시 최고를 지향해온 이승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 없이 훌륭한 마무리였다. “박수칠 때 떠난다”라는 말은 이승엽에게 너무도 잘 어울리는 말이었다.
[이승엽. 사진 = 대구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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