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이후광 기자] 수비로 흥한 자, 수비로 망하다.
두산 베어스의 2017 타이어뱅크 KBO 한국시리즈를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이다. 두산은 KBO리그서 전통적으로 수비가 강한 팀이다. 특유의 화수분 야구를 통해 세대교체 선순환에 성공, 숱한 국가대표 야수들을 배출해왔다. 그 결과 두산은 올해도 팀 최소 실책 2위(86개), 수비율 2위(.983)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부터 두산의 내야진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류지혁이 주전 유격수 김재호의 부상 공백을 메우려 했지만 치명적 실수들로 고개를 숙였고, 오재일, 허경민 등 믿었던 야수들도 간간이 실수를 범하며 흔들렸다.
그리고 한국시리즈서 시리즈의 향방을 좌우할 두 가지의 결정적 실수가 나왔다. 시간을 2차전으로 되돌려보자. 양현종(KIA)과 장원준(두산)의 팽팽한 투수전이 펼쳐지던 광주. 8회말 1사 1, 3루서 나지완이 3루수 정면으로 강한 타구를 날렸다. 3루수 허경민은 포수 양의지에게 공을 던지며 3루 주자 김주찬을 묶었다. 런다운 상황. 이 때 1루주자 최형우가 2루를 돌아 3루로 향했다.
실수는 이 때 나왔다. 양의지가 김주찬을 견제하지 않고 3루에 도달하는 최형우를 택한 것. 최형우를 3루에서 잡아냈지만 그 사이 김주찬이 홈에 근접했고, 허경민이 뒤늦게 홈으로 송구했으나 양의지가 잡지 못했다. 최형우의 결승 득점이 이뤄진 순간. 양의지의 판단 미스였다. 두산은 1점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했으며 양의지 또한 이 실수 이후로 완전히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다.
또 다른 실책은 지난 29일 4차전에서 나왔다. 두산이 1승 2패 열세에 몰린 상황. 0-2로 뒤진 7회초 선발투수 유희관이 선두타자 이범호에게 안타를 맞았다. 김민식의 희생번트로 상황은 1사 2루가 됐고 함덕주가 마운드를 이어받아 첫 타자 김선빈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몸이 덜 풀려보였지만 이명기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평정심을 찾았다.
함덕주는 후속타자 김주찬에게도 평범한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그러나 유격수 김재호가 이를 포구하지 못하며 이범호의 대주자 고장혁이 홈을 밟았다. 치명적인 실책. 흔들린 함덕주는 버나디나에게 적시타를 맞고 그렇게 승기를 내줬다. 물론 해당 실수가 없었다고 두산이 승리했다는 법은 없지만 2점 차라는 추격 기회를 놓친 부분이 가장 아쉬웠다. 수비로 흥했던 두산은 그렇게 수비 불안 속에 한국시리즈 3연패에 실패했다.
[김재호.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