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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故 김주혁은 지난 20년 간 배우로서 활발히 활동했다. 지난 1988년 SBS 8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 SBS 드라마 '흐린날에 쓴 편지'를 시작으로 '카이스트'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여러 작품 속에서 찌질하지만 한 여자에게 지고지순한 남자의 대명사로 활약했고, 최근에는 악역과 정의로운 방송국 앵커 역을 소화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그의 출연작 속, 그의 목소리로 표현된 명대사들을 모아봤다.
▼ '카이스트'(1999)…"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걷고 있을 뿐. 이 길의 줄기가 되고 있을 뿐."
김주혁은 1999년 SBS 드라마 '카이스트'에서 박사과정 명환 역을 맡았다. 그는 '카이스트'를 통해 대중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고 실제 카이스트 학생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명환은 본래 시인이 꿈인 캐릭터로, 나즈막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나는 모른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떤 길인지. 나무는 언제부터 저 곳에 있었는지.(중략) 다만, 바람은 쉬지 않으며 나무의 맨 몸은 뿌리가 되고 나는 아무 것도 모른 채 걷고 있을 뿐. 이 길의 줄기가 되고 있을 뿐."
▼ '광식이 동생 광태'(2005)…"인연으로 맺어질 사람이 있다면 절대자가 무슨 신호라도 보내줬으면 좋겠다"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김주혁은 한 여자만 바라보는 '해바라기남'을 연기했다. 대학 시절 윤경(이요원)을 7년간 짝사랑했지만, 그녀 앞에만 서면 말 한마디 못한 채 돌아서는 쑥맥이다. 사랑의 라이벌 일웅(정경호)가 등장했을 때 그는 "인연으로 맺어질 사람이 있다면 절대자가 무슨 신호라도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읊조린다.
▼ '청연'(2005)…"마지막 순간까지 널 위해 기도할게"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 역을 경원 맡은 장진영과 한국인 유학생 지혁 역을 맡은 김주혁은 운명보다 강한 사랑 이야기를 열연했다.
김주혁은 상대역 경원에게 편지를 남긴다. 편지에는 "1분 1초도 헛되이 살지 않았을 널 그래서 더 좋아했었나 봐. 내 삶에 없는 걸 넌 가지고 있었으니까. 마지막 순간까지 널 위해 기도할게"라는 고백이 담겼다.
▼ '프라하의 연인'(2005)…"사랑이란 카메라 플래시처럼 어느 순간 팡 터지는 것"
김은숙 작가의 2005년작 '프라하의 연인'에서 최상현 역을 맡았던 김주혁은 전도연과 호흡을 맞췄다. 극 중 재희(정도연)을 좋아하는 상현은 영우(김민준)에게 "사랑이란 카메라 플래시처럼 어느 순간 팡 터지는 거랍니다. 아주 잠깐 눈앞이 캄캄한 거래요. 전 지금 눈앞이 캄캄합니다. 죽을 힘을 다해 데려가요. 전 죽을 힘을 다해 지킬테니."
▼ '아내가 결혼했다'(2008)…"요즘 여자는 항공모함이야. 우리는 그 위에 조그만 경비행기고."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김주혁(노덕훈 역)은 아내 손예진(주인아 역)이 두집 살림을 차리자 답답한 마음에 친구 집을 찾아가 술을 마신다. 친구의 이혼 소식을 들은 그는 "요즘 여자는 항공모함이야. 우리는 그위에 조그만 경비행기고"라는 말을 남긴다.
▼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2016)…"진짜 사랑하는거, 사랑만이 가치가 있어."
김주혁은 지난 몇 년 사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그는 작가주의를 추구하는 홍상수 감독의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에서 사랑의 가치를 역설했다. 그는 중행(김의성)에게 "진짜 사랑하는 거, 사랑만이 가치가 있어. 나머지는 다 요식행위야. 다 수작이야"라고 말한다. 그는이 작품을 통해, 이유영과 연인으로 발전했다.
▼ '아르곤'(2017)…"네가 기억하는 내 마지막이 기자다운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故 김주혁의 드라마 유작이 된 '아르곤'은 지난 9월 말 8부작으로 종영했다. 실험적인 짧은 회차에도 불구, 김주혁은 극 중 그가 연기한 앵커 김백진 만큼이나 시청자들에게 강한 신뢰감을 줬다. 김백진 역을 맡은 김주혁은 막내 기자 이연화(천우희)에게 위와 같이 말하며 선배로서의 진짜 참모습을 보여준다. 위의 대사처럼, 대중이 기억하는 그의 마지막은 '참 배우'다운 모습이었고, 그래서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더욱 안타깝다.
[사진 = 각 영화사-tvN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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