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형님 리더십이요? 맞긴 맞는데..."
한국시리즈 우승의 한을 푼 KIA 김기태 감독. 김 감독이 선수들을 하나로 묶고, 동행야구로 이끈 요체는 형님 리더십이다. 전통적인 KBO 감독 특유의 딱딱한 이미지를 버렸다. 형님처럼 선수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 개개인의 기량을 극대화했고, 강력한 팀 KIA를 만들어냈다.
김민식은 "감독님은 선수들을 참 편하게 해주신다. 말로 어떻게 표현을 할 수 없다. 감독님만의 뭔가가 있다"라고 했다. 양현종은 "선수 입장에선 감독님과 직접 야구 얘기를 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감독님과 야구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라고 했다.
최형우는 "형님 리더십? 맞긴 맞는데..."라고 했다. 맞는 말인데 김 감독 리더십을 설명하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라는 뉘앙스. 그는 "선수들과 진심으로 소통하시는 분이다. 선수 개개인의 의견을 잘 조율하신다. 선수들의 얘기를 잘 들어준다는 느낌, 진짜 대화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LG 사령탑 시절에도 이런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KIA에선 진화했다. 단순히 권위를 버리고 선수들에게 다가서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심지어 선수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선 자신의 철학마저 양보했다.
김 감독은 야구를 절대 허투루 보지 않는다. 야구에 대한 예의를 중시한다. 지난 2년간 한 여름에도 경기 전 연습에 긴 유니폼 바지 착용을 고수했다. 그러나 훈련 효율성을 원한 선수들의 요구에 올 여름에는 물러섰다. 올 여름 KIA 선수들은 홈 경기 직전 반바지를 입고 훈련했다.
그렇다고 선수들에게 만만한 감독도 아니었다. 올 봄 시범경기서 김진우가 경기 전 갑자기 아프다며 선발 등판이 불가능하다고 밝히자 김 감독이 대노, 한동안 김진우를 전력에서 제외한 게 대표적 사례다. 선수들의 심리상태를 의식, 좀처럼 개개인에 대한 자세한 평가를 꺼리는 김 감독이 이례적으로 김진우에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KIA는 야구에 대한 기본을 지키되, 김 감독과 선수들의 끈끈한 케미스트리가 돋보이는 팀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서 한 템포 빠른 투수교체, 5차전 양현종 구원등판 등 기민한 벤치워크로 지략가 면모를 보여줬다. 3년만에 리빌딩과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끝으로 KIA와의 계약이 만료됐다. KIA의 스토브리그 최우선 과제가 김 감독 재계약이다. 결국 1일 3년 총액 20억원에 재계약했다. 구단, 사령탑, 선수단의 끈끈한 케미스트리를 확인한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이제 KIA는 리빌딩, 정상 등극보다 더 어려운 정상수성이 과제다. 더 많은 견제에 시달릴 게 분명하다. 김 감독이 그동안 보여준 형님 리더십 그 이상의 특별한 것이 KIA의 기본전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젠 KIA는 김 감독 없는 덕아웃을 상상할 수 없다.
[김기태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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